김범수 창업자, 지난 2월 상여금 총 5억원 수령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의혹 기소의견 이후ESG·경영 쇄신 강조해도 이런 행보면 모럴해저드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한 카카오의 올해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카카오의 창업자인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지난 2월 상여금 총 5억원을 수령한 것으로 나타났다. 카카오는 지난해 연간 성과와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으로서 미래 성장 동력 발굴을 주도한 점을 들어 성과급을 지급했다고 보고서를 통해 밝혔다.
다만, 김 위원장은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엔터) 시세 조종 의혹을 받아 지난 8일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2월 16∼17일, 27∼28일 등 총 4일에 걸쳐 SM엔터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경쟁사인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SM엔터 주가를 공개매수가 12만원보다 높게 고정하는 방식으로 시세를 조종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김 위원장은 구속 전인 지난달 18일 카카오의 그룹협의회에 참석해 "진행 중인 사안이라 상세히 설명할 수 없지만 현재 받는 혐의는 사실이 아니다"고 혐의를 부인한 바 있다.
또, 김 위원장이 상여금을 받은 시점도 논란이 일고 있다. 반기보고서에는 김 위원장에 단기성과급을 지난 2월 지급했다고 기재돼 있다. 이는 김 위원장의 사법리스크가 불거진 이후다. 앞서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은 지난해 11월 김 위원장을 같은 혐의를 들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이후 김 위원장은 같은 기간 경영쇄신위원회를 만들고, 약 1년 8개월 만에 그룹 경영 전면에 복귀한 바 있다. 이에 카카오 관계자는 "지난해 성과에 대한 평가로 인해 결정된 사안이 올해 상반기 나오게 된 것"이라며 "미래 사업 전략을 제시함에 따른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수장의 공백으로 카카오는 새 성장 동력 마련이 어려워지는 등 최대 위기 상황을 맞이했다. 김 위원장은 그간 카카오의 최대주주로 카카오를 통해 각 계열사에도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어 총수의 부재는 ▲대형 투자 ▲인수합병(M&A) 추진 ▲신사업 발굴 ▲경영 체계 개편 등의 의사결정이 모두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카카오의 하반기 공개가 예정된 인공지능(AI) 사업도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미 한 차례 무산된 바 있는 AI 사업에 관해 카카오의 미래 신성장 동력을 위해서라도 중요한 시점이라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AI 사업 등 직접적으로 경영에 참여를 안 하고 있었다 해도, 수장의 공백은 향후 기업 방향성과 의사결정에서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지난 7일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2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모든 서비스들이 차질 없이 운영되고, 서비스의 본질과 그에 대한 책임을 지켜나갈 수 있도록 구성원 모두가 함께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위원장의 지난한 사법 리스크는 카카오의 주가에도 영향을 미쳤다. 2021년 6월 최고가 17만 3000원을 기록한 이후 20일 현재 3만6500원으로 급락했다. 이러한 주가 급락은 계속된 쪼개기 상장과 골목상권 침해, 경영진의 잇딴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 논란으로 여론이 악화된 영향이 크다.
지난한 김 위원장 및 경영진의 사법리스크와 주가 급락 등 주주들에 피해를 야기한 상황에서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지난해 좋은 성과를 냈음에도, 사회 여론을 한 번쯤 생각해야 하는 문제"라며 "(억대 성과급 지급에 대해) 내부적 고려가 필요함에도 이러한 결정은 아쉬움이 크고, 뼈아프게 새겨야 할 부분"이라고 비판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도 "기업이 위기 상황인데 상여금, 인센티브 지급은 모럴해저드 차원으로 볼 수 있다"며 "ESG, 경영 쇄신을 계속 강조해도 이러한 행보를 보이면 진정성에 의심이 들고, 위기를 의식하고 있는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황 교수는 "상여금이 제도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해도 때와 상황 등을 고려해야 하는데 이번엔 적절하지 못한 것 같다"고 부연했다.
뉴스웨이 김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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