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9월30일 '부당 합병·회계 부정' 항소심 공판 시작'韓, 엘리엇·메이슨 ISDS 패소' 등 엇갈린 판단 변수
재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백강진·김선희·이인수 부장판사)는 오는 30일 이재용 회장 등에 대한 항소심의 첫 번째 정식 공판을 연다.
검찰은 2020년 자본시장법 위반과 업무상 배임 혐의 등으로 이재용 회장을 재판에 넘겼다. 이 회장이 부회장 시절 경영권 승계와 그룹 지배력 강화를 목적으로 2015년의 삼성물산· 제일모직 합병에 관여했고 자신에게 유리한 거래 구조를 설계함으로써 주주에게 손해를 입혔다는 판단에서다. 또 지난 2월 내려진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바 있다.
관건은 고법이 이재용 회장을 비롯한 전·현직 경영진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 재판부의 판단을 수용하느냐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부장판사 박정제·지귀연·박정길)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이재용 회장의 승계나 지배력 강화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고 봤다. 동시에 제일모직 주식 1주와 삼성물산 3주를 교환하는 합병 비율(1대 0.35)과 관련해선 주주에게 손해를 끼쳤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시했다.
또 다른 쟁점인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를 놓고도 검찰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의 합병 과정에서 모회사 제일모직의 가치를 띄우고자 고의로 분식회계를 저질렀다는 의혹에 휩싸였는데, 여기에 특정한 의도가 있다고 볼 수 없다는 견해였다.
다만 변수는 1심 선고 이후 국내외 기관으로부터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관련 사안을 놓고 엇갈린 판단이 나왔다는 점이다.
우리 정부가 미국계 헤지펀드와의 국제투자분쟁(ISDS)에서 패소한 게 첫 번째다. 삼성물산 주주였던 엘리엇과 메이슨은 과거 한국 정부가 삼성의 합병에 개입해 손해를 봤다며 국제 중재를 제기했고 수년간의 공방 끝에 일부 승소 판정을 받았다. 정부가 부당한 방법으로 국민연금의 합병 찬성을 유도했고 그 결과 삼성물산 가치가 하락해 손해를 입었다는 논리다. 이에 정부는 각 헤지펀드에 1500억원과 800억원을 물어줘야 하는 상황이 됐다.
지난 14일의 삼성바이오로직스 행정소송 1심 판결도 같은 맥락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최수진 부장판사)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를 상대로 제기한 징계 취소 소송에서 원고의 손을 들어주면서도 회사 측이 회계처리 기준을 위반했다는 점은 인정했다.
금융당국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5년 자회사에 대한 회계처리 기준을 변경하고 1조9000억원의 흑자를 거두자 고의적 분식회계가 있었다고 판단하며 중징계를 내렸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당시 미국 바이오젠과 합작한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사로 전환했는데, 이후 에피스의 지분가치가 크게 뛰면서 결과적으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행정법원은 회계처리 기준 변경 시점을 임의적으로 선택한 것은 일반적이지 않으며,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이를 합리화하고자 근거자료를 임의로 만들어내려 했다고 지적했다.
법조계에서는 이 같은 별개의 소송 결과가 새로운 쟁점으로 부상할 경우 항소심 과정에서 삼성과 검찰 측이 치열한 공방을 벌일 것으로 분석한다. ISDS와 행정법원의 진단 모두에 앞선 판결과 배치되는 측면이 있어서다.
2심 재판부는 첫 공판에서 2019년 삼성바이오로직스·에피스 서버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자료 등이 위법하게 수집됐다는 1심 판단과 관련한 증거조사를 할 계획이다. 이어 10월 14일 회계 부정 부문, 10월 28일과 11월 11일엔 자본시장법 위반 부분을 심리하고, 11월 25일 구형 등 변론 종결 절차를 밟기로 했다. 일정을 고려했을 때 내년 1월엔 선고가 이뤄질 것으로 점쳐진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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