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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반도체 소방수' 전영현 취임 100일···HBM 본궤도 올려야 진짜 실력

산업 전기·전자

'반도체 소방수' 전영현 취임 100일···HBM 본궤도 올려야 진짜 실력

등록 2024.08.29 06:00

수정 2024.08.29 07:32

정단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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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현, 이날로 취임 100일 맞아실적 증가 등 외형 다지기 합격점HBM 경쟁력 확보 등 향후 과제로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 부회장. 그래픽=박혜수 기자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 부회장. 그래픽=박혜수 기자

'매출액 전년 대비 94% 증가, 영업이익 흑자전환, 글로벌 D램(DRAM) 매출 1위, TSMC 매출 추월'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을 이끌고 있는 전영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의 취임 100일 성적표다. 우선 실적 성장 등 외형 다지기는 합격점을 얻었다. 다만 내실 다지기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다. 무엇보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의 경우 아직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어 해당 부문의 경쟁력 제고가 그의 주된 과제가 될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5월 21일 삼성전자 DS부문장으로 선임된 전영현 DS부문장은 28일 취임 100일을 맞았다.

당시 삼성전자의 인사는 그 누구도 예상 못했던 그야말로 '깜짝 인사'였다. 삼성전자는 통상 연말에 정기 인사를 통해 사장단, 임원 인사를 진행해왔고 지난해 역시 별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말 정기 사장단 인사를 단행한 지 약 6개월도 안 돼 DS부문장을 교체했다.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작년 수십조원대 적자를 기록하는 등 위기에 놓인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을 끌어올릴 구원투수로 전영현 부문장이 투입된 것으로 해석했다. 전영현 부문장이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부장을 역임하는 등 반도체 분야의 전문가라는 평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가 취임하고 나온 첫 성적표인 올해 2분기 실적을 보면 삼성전자의 이같은 판단이 옳았음을 알 수 있다. 올 2분기 기준 삼성전자 DS부문의 매출액은 28조5600억원, 영업이익은 6조45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1년 전과 비교하면 매출액은 94% 성장한 수준이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적자를 기록했던 것에서 흑자로 전환하는데 성공했다.

특히 삼성전자의 이번 2분기 실적은 TSMC의 매출(6735억1000만 대만달러, 한화 약 28조5000억원)도 추월했다. 삼성전자의 DS부문이 TSMC의 매출액을 넘은 것은 지난 2022년 2분기 이후 2년 만이다.

글로벌 D램 매출 1위 자리도 지켜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의하면 올해 2분기 삼성전자의 D램 매출은 98억 달러로 시장점유율 42.9%를 차지하며 1위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전영현 부문장은 축포를 터트리기보다 현 시점을 냉철하게 바라봤다. 삼성전자의 이같은 성적표는 업황 회복 덕이라는 점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 부회장은 이달 초 사내 게시판에 "2분기 실적 개선은 근본적인 경쟁력 회복보다는 시황이 좋아진 데 따른 것"이라 평가하며 "근원적 경쟁력 회복 없이 시황에 의존하다 보면 또다시 작년 같은 상황이 되풀이되는 악순환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그도 그럴 것이 경쟁사인 SK하이닉스와의 성적표를 비교해봐도 알 수 있다. 지난해 업황 둔화로 함께 고전했던 SK하이닉스의 실적은 올해 들어 날개 돋힌 듯 역대급 실적을 쏟아내고 있다.

SK하이닉스의 올해 2분기 매출액은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고 영업이익 역시 반도체 슈퍼 호황기였던 2018년 이후 6년 만에 5조원대를 달성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크게 회복됐으나 2018년(2분기 영업이익 11조6900억원)과 비교시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또한 상반기 누적으로 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 격차는 불과 55억원 가량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삼성전자 DS부문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8조3600억원이고 SK하이닉스의 상반기 누적 영업이익은 8조3545억원이다.

글로벌 D램 매출 시장 점유율도 SK하이닉스가 약진하면서 삼성전자를 바짝 뒤쫓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D램 시장점유율 격차는 올해 1분기 12.8%p에서 2분기 8.4%p로 줄었다.

삼성전자도 업황 회복의 수혜를 누리긴 했지만 SK하이닉스가 더 큰 폭의 성장을 이루는데 성공한 셈이다. 이들의 운명을 엇가른 것은 HBM 영향이 컸다. 업황 회복을 주도한 것은 인공지능(AI)이었고 이로 인해 HBM이 급부상했다는 이유에서다. SK하이닉스는 그중에서도 HBM 시장의 큰 손인 엔비디아와 우호적인 관계를 다지며 그들의 물량 대부분을 소화,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와의 관계 구축을 위해 힘쓰고 있는 입장이다. HBM 5세대인 HBM3E 제품을 엔비디아에 공급하고 있는 SK하이닉스와 달리 삼성전자는 아직 납품 소식을 전하지 못했다. 엔비디아의 CEO 젠슨 황이 앞서 삼성전자의 HBM도 공급받겠다고 밝혔던 만큼 삼성전자의 HBM3E 엔비디아 퀄테스트 통과는 결국 시간 문제로 여겨지지만 SK하이닉스에 뒤처져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파운드리 분야도 TSMC의 독주를 막아내지 못하고 있다. 또 다른 시장조사기관인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TSMC의 올해 2분기 시장점유율은 전분기와 같은 62%였다. 삼성전자의 시장점유율도 전분기와 동일한 13%로 TSMC와의 격차를 좁히지 못했다.

이에 따라 전영현 부문장의 향후 과제는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경쟁력 확보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HBM 시장에서 삼성전자 DS부문을 본 궤도 끌어올리는 것이 앞으로의 관건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속 성장을 위해서는 '차기 HBM' 발굴을 위한 노력도 소홀히 할 수 없는 부분이다.

더불어 노조와의 관계 회복도 빼놓을 수 없다. 사내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하 전삼노)은 DS부문 직원들이 주축으로 임금 인상 등을 두고 사측과 갈등을 벌여왔고 여전히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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