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개발 투자 늘려···항암·희귀질환 확장추가 기술이전·해외 임상 계획도 '맑음'
5일 전자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종근당은 올 반기 별도기준 179억원의 개발비를 자산화했다. 작년 같은 기간 93억원보다 86억원 늘어난 수치다. 2022년 말 기준으로는 38억원에 불과했다.
제약바이오기업들은 개발 중인 파이프라인의 상용화가 어느 정도 확실시됐을 때 R&D 비용을 자산으로 인식한다.
종근당이 자산화한 개발비 항목 대부분은 개량신약과 제네릭, 바이오시밀러 품목이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물질은 고혈압복합제 CKD-828로, 약 64억원을 자산화했다. 해당 물질은 내년 3분기 발매가 목표다.
이상지질혈증복합제 CKD-391과 당뇨복합제 CKD-371은 각각 32억원, 25억원의 개발비가 무형자산으로 인식됐다. CKD-391은 내년 상반기, CKD-371은 올 하반기 발매가 목표다.
작년 1월 출시한 바이오시밀러 CKD-701은 개발비 4억원을 자산화했다. CKD-701은 황반변성치료제 루센티스의 바이오시밀러 제품이다.
요건을 충족한 기타 신약 임상 3상의 개발비 약 5억원도 자산화해 신약 항목에서 총 11억원을 무형자산으로 인식했다. 해당 항목에 포함된 물질도 모두 개량신약이다. 회사 측은 "금액대가 적은 항목들을 묶어 처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대표 전통제약사인 종근당은 복제약 및 개량신약 위주 사업과 영업력을 통해 안정적 성장을 이뤄냈지만 높은 내수 의존도로 인해 지속 성장에 한계가 발생했다. 현재 회사 매출에서 수출 비중은 10% 정도에 불과하다.
회사는 체질 개선 필요성을 느끼고 R&D 투자를 확대하며 신약개발의 범주를 확대해 나갔다.
일부 파이프라인에서는 글로벌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샤르코-마리-투스(CMT) 치료제 'CKD-510'은 지난해 11월 글로벌 제약회사 노바티스와 초대형 규모의 기술 수출 계약을 체결하는 성과를 올렸다. 반환 의무 없는 계약금이 8000만 달러(약 1061억원)에 달하고, 개발과 허가 단계에 따른 마일스톤은 최대 12억2500만 달러(약 1조6241억원)에 이른다. 종근당이 계약금 1000억원 이상의 대형 기술수출 계약을 맺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CMT는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 큰조카인 이재현 CJ그룹 회장 등이 앓아 '삼성가 유전병'으로 알려진 희귀질환이다. 현재까지 별다른 치료제는 없는 상황이다.
CKD-510은 선택성이 높은 비히드록삼산(NHA) 플랫폼 기술이 적용된 HDAC6 억제제다. 축삭 손상을 유발하는 HDAC6의 활동을 저해시켜 약효를 나타낸다. 유럽(프랑스)과 미국에서 진행한 임상 1상에서 안전성과 내약성을 입증 받았다.
해당 성과로 인해 종근당의 R&D역량이 재평가받기도 했다. 당시 권해순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종근당은 R&D 성과가 미흡하다는 시장의 편견을 깨뜨렸다. 그만큼 기업가치가 한 단계 레벨업 됐다고 평가한다"고 밝혔고, 정유경 신영증권 연구원은 "종근당의 R&D 기술력을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희귀질환을 적응증으로 하는 치료제라면 의미 있는 성과라고 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회사가 자체 개발한 이상지질혈증 치료 신약 'CKD-508'은 영국에 이어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도 임상 1상 승인을 받았다. 이에 회사는 CKD-508의 안전성 및 지질개선 효과를 확인하는 한편 임상 2상을 위한 최적 용량을 탐색할 예정이다.
CKD-508는 혈액 내 지방단백질 사이 콜레스테롤에스테르(CE)와 중성지방(TG)의 운반을 촉진하는 콜레스테롤에스테르 전이단백질(CETP)의 활성을 억제해 저밀도 콜레스테롤(LDL-C) 수치를 낮추고, 고밀도 콜레스테롤(HDL-C) 수치를 높여주는 기전이다. 이 물질은 1세대 CETP 저해제의 단점을 개선하고 저용량에서도 약효가 기대되는 혁신적인 약물로 평가받는다. 영국에서는 2020년부터 임상 1상 시험을 진행했다.
종근당은 CKD-508을 포함, 현재 개발 중인 파이프라인들의 해외 임상 및 추가 기술이전 계획도 있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구체적인 해외임상 및 기술 이전 계획을 공개할 수는 없으나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종근당은 바이오 신약인 'CKD-702'의 해외 임상 진행도 검토하고 있다.
비소세포폐암을 적응증으로 한 'CKD-702'는 고형암 성장에 필수적인 간세포성장인자 수용체(c-Met)와 상피세포성장인자 수용체(EGFR)를 동시에 저해하는 이중항체로 국내에서 임상 1상을 하고 있다. 기존 EGFR 타겟 약물의 부작용인 피부독성이 낮고, 암세포 증식 저해능력은 병용 효과 대비 우수한 것으로 알려진다. 회사는 위암, 대장암, 간암 등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해 글로벌 임상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이밖에도 회사는 세포·유전자 치료제(CGT), 항체-약물 접합체(ADC) 항암제 등 바이오 신약 개발에 속도를 내며 파이프라인 확장을 꾀하고 있다.
고형암을 타깃으로 한 'CKD-ADC'는 최근 국가신약개발사업단이 추진하는 '글로벌 진출 및 파트너링 촉진을 위한 우수 신약개발 지원' 과제에 선정되며 글로벌 진출 기반을 갖출 수 있게 됐다. 사업단은 선정한 사업에 대해 해외 비임상 시험과 임상 1상 허가를 위한 연구지원을 제공한다.
'CKD-ADC'는 종근당이 자체개발한 c-MET 항체와 시나픽스사의 ADC 기술을 결합한 차세대 항암제로 암세포에 대한 높은 선택성이 기대되는 약물이다. 항체에 세포독성 약물을 결합해 암세포를 정밀하게 타격하면서도 정상 세포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회사는 지난 2022년 서울성모병원 옴니버스파크에 유전자치료제 연구센터를 개소하고 희귀·난치성 질환 치료제 개발도 지속하고 있다. 종근당 관계자는 "현재 외부 연구그룹, 학교 등과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파이프라인, 플랫폼 개발을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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