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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불법 자금도 상속 가능?"···대법 가는 'SK家 이혼소송'의 숨은 쟁점

산업 재계

"불법 자금도 상속 가능?"···대법 가는 'SK家 이혼소송'의 숨은 쟁점

등록 2024.11.11 15:34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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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정부 '검은돈' 대물림 안 돼" 비판 여론↑ '선경 300억' 메모 증거가치 놓고도 논쟁 여전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고등법원에서 열린 최태원 SK그룹 회장-노 관장 관련 이혼소송 항소심 2심 2회 변론기일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고등법원에서 열린 최태원 SK그룹 회장-노 관장 관련 이혼소송 항소심 2심 2회 변론기일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

1조3808억원의 천문학적 재산분할 액수로 화제가 된 SK가(家) 이혼소송이 결국 대법원의 판단을 받게 됐다. '노태우 비자금' 의혹과 '판결문 경정' 등 이슈를 재점검하라는 사회적 요구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자칫 '범죄수익'도 상속 가능하다는 그릇된 메시지를 남길 수 있는 만큼 법원도 신중을 기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11일 재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최태원 SK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상고심을 심리한다. 7월 최 회장이 2심 판결에 불복해 제기한 상고에 대해 기한(40일) 내 심리불속행 기각을 결정하지 않으면서 이 같은 방침을 확정 지었다.

심리불속행 제도는 상고사건(형사사건 제외)을 별도 심리 없이 기각할 수 있는 제도다. 원심판결이 헌법에 위반되거나 대법원 판례와 상반되는 등 법률이 정한 특정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심리하지 않고 2심 판결을 확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법원의 행보에 따라 최 회장은 재산 1조3808억원을 분할하라는 고등법원의 판결을 놓고 노 관장과 법리적 다툼을 이어가게 됐다.

통상 가사 소송의 심리불속행 기각 비율은 90%에 육박한다. 그럼에도 대법원이 심리를 진행한다는 것은 항소심 판결에 대해 다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는 게 전반적인 견해다.

그만큼 'SK 이혼소송' 2심 결과는 사회적으로 많은 질문을 던진 사안이었다. '선경 300억' 메모를 앞세워 권리를 주장한 노 관장이나 이를 받아들여 재산분할 액수를 산정한 과정, 추후 법원이 오류를 인정하고 판결문을 경정(수정)한 것을 놓고도 갑론을박이 계속됐다. 대법원도 심리 중 이들 이슈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이번 재판의 가장 중요한 쟁점은 적법하지 않게 조성된 자금이 상속·증여세도 없이 대물림되는 게 과연 '사회정의'에 부합하느냐에 있다고 법조계는 진단한다.

2심 판결대로 노태우 씨가 불법 증식한 비자금이 선경에 유입됐고 이를 노 관장이 이혼 재산분할로 다시 돌려받는다면 옛 정부의 '검은돈'이 세탁돼 자손에게 돌아가는 모양새가 돼서다.

범죄수익은닉의 규제·처벌법에선 불법 자금 세탁과 범죄수익 영속화를 철저히 금지하고 있다. 또 그 재산이 상속이나 증여 등 방식을 거쳐 다른 사람에게 귀속됐더라도 그 시점이 범죄 사실을 인지한 이후였다면 이를 몰수할 수 있음을 원칙으로 한다.

같은 맥락에서 이혼 소송 과정에서 들춰진 '노태우 비자금'도 국가에 귀속시켜야 한다는 게 사회적 시선이다.

국회는 연일 재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두환·노태우 씨 비자금 몰수를 위한 법안을 발의한 데 이어 박준태 국민의힘 의원도 범죄수익 몰수 관련 형법 개정안을 꺼내 들며 한목소리를 냈다. 모두 범죄자가 사망하거나 공소시효가 지나도 범죄수익을 몰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시민들도 움직이고 나섰다. 5·18기념재단과 군사정권범죄수익 국고환수추진위원회 등 시민단체가 검찰과 국세청을 찾아 노태우 일가의 비자금 은닉과 세금 포탈 의혹을 조사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노태우 비자금에 대한 조사·추징·처벌을 묻는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의 70% 이상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정부도 여론을 의식하는 분위기다. 심우정 검찰총장은 지난달 국정감사 중 공소제기를 할 수 없는 경우에도 요건을 갖추면 범죄수익을 몰수할 수 있도록 한 '독립몰수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아울러 현재 고발장이 접수된 '노태우 비자금' 의혹과 관련해서도 범죄가 성립한다는 판단이 선다면 수사에 착수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덧붙여 노태우 씨의 돈이 실제 SK에 유입됐는지조차 불분명하다. 1995년 노태우 비자금 사태 때 사돈 기업 선경도 정부의 조사를 받았으나 아무것도 드러나지 않았고, 윤석천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 등 6공화국 핵심 인사도 그런 일은 없었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놓고 있다. 당시 그룹 자금을 관리한 SK 최고경영진 역시 노태우 씨로부터 돈이 들어왔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 없다고 증언했다.

노 관장이 꺼내든 '선경 300억' 메모가 증거 효력을 지니는지 여부도 여전한 논쟁거리다. 항소심 재판부는 메모에 대한 증거력을 다투는 절차를 갖지 않았을뿐더러 최소한의 확인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지적을 받았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재판은 재계 2위 SK그룹의 경영 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는 무거운 사안"이라며 "더욱이 대법원의 판례는 여러 판결의 핵심 근거가 되는 만큼 면밀한 판단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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