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당선에 환율 변동성 확대···강달러 장기화 전망관세 강화로 美 인플레 자극···한·미 금리 추가 인하 부담과도한 우려 경계한 전문가들···"환율 유연성 더 높여야"
12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원‧달러 환율은 1400원 선을 재돌파했다. 전 거래일 대비 4.4% 상승한 1399.1원에 거래를 시작한 환율은 장 초반 1400원을 넘어섰다. 이날 새벽 종가는 1401.0원으로, 2022년 11월 이후 2년 만에 최고치(종가 기준)다.
시장 안팎에서는 1400원대의 강달러가 고착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대선에서 승리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핵심 정책이 보호무역주의에 기반한 '관세 강화'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트럼프의 당선이 결정된 지난 6일(한국시간) 이후 전 세계적으로 달러화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지난 7일 기준금리를 0.25%p(포인트) 인하했지만 달러인덱스는 한때 105.7까지 오르면서 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달러인덱스는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지표다.
금융투자업계는 트럼프가 공식 취임하는 내년 1월까지 원‧달러 환율이 1400원 안팎에서 움직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트럼프의 대표 공약인 관세 정책에 대한 불안감과 미국의 높은 경제성장률이 배경이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1400원대 환율은 한국 경제에 트라우마를 불러오는 수준이라는 점에서 우려의 시각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다"며 "트럼프가 내년 1월 취임과 함께 관세를 부과할지는 불투명하지만 집권 1기의 경험과 더불어 레드 스윕(공화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이 현실화되고 있어 달러화 강세를 지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미국경제의 나홀로 호황, 승자독식 게임이 지속되는 것도 달러화 강세에 주된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트럼프 행정부와 미 연준과 관계가 매끄럽지 못할 수 있다는 것도 안전자산인 달러화를 선호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트럼프 당선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는 한국은행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인플레이션 유발 요인인 관세가 강화되면 미국의 금리인하 속도도 느려질 수밖에 없고, 한국은행은 국내 경제상황과 관계없이 미국을 따라갈 수밖에 없어서다.
전성인 홍익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 수출이 관세장벽에 막히면 원화가 강세를 띠기 어렵다"며 "한국은행이 추가적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할 여지가 있지만 미국이 금리를 내리지 못할 경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달러화 강세가 장기화될 경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시계는 더욱 느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고환율일 때 기준금리를 내리면 원화 가치가 더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기자들과 만나 "환율이 우리가 원하는 것보다 높게 올라와 있고 상승 속도도 빠르다"며 "지난 10월 금통위에서 고려하지 않았던 환율이 고려요인으로 들어왔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강달러' 국면이 당장 우려할 리스크가 아니란 시각도 있다. 1400원대 환율에 대한 지나친 경계감보다는 환율 정책의 유연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국내적으로 물가 안정세가 유지되고 있고 신용위험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여타 주변국 통화가치와 보조를 맞출 필요성이 있다"며 "트럼프의 관세정책이 불투명하다는 점에서 원화 환율의 유연성을 높일 필요성도 있다"고 제언했다.
이어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을 전후해 강달러 흐름이 이어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에 안착할 가능성이 있지만 이를 또 다른 위기의 신호로 해석하는 것은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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