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DX는 오는 2030년까지 8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사업비를 투입해 6000톤(t)급 한국형 차기 구축함 6척을 건조하는 사업이다. 구체적으로 ▲개념설계 ▲기본설계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후속함 순으로 진행된다. 현재까지 기본설계는 HD현대중공업이, 한화오션은 개념설계를 나눠 진행했다.
현재까지 남은 순서는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과 후속함 건조 사업이다. 다만 경쟁사인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다음 단계를 수행할 사업자 선정 방식을 두고 열띤 공방전을 펼치면서 사업에 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 당시 이들은 서로를 고소·고발하며 각 사 의견을 강력히 내비쳤고, 신경전이 격화된 끝에 정치권까지 가세하며 장외 여론전도 확산했다.
이에 사업자 선정 최종 결정 권한을 가진 산업통상자원부와 방사청도 이들의 신경전에 끝내 백기를 들었다. 산업부는 방사청과 사전에 협의해 방산업체를 지정하게 되어있는데, 양사의 주장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장외 여론전까지 펼쳐지자 검토 기간이 길어지면서 계약 방식을 연기한 것이다.
앞서 업계는 지난 7월 산자부와 방사청이 KDDX 사업자 선정 결과를 내놓을 것으로 예측했으나, 시장에서는 아무런 소식이 들리지 않았다. 당시 구체적인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업계는 양측의 입장 차가 큰 만큼, 방사청이 신중을 기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했다.
다만 지난달부터 분위기가 반전됐다. 한화오션은 같은 달 말 HD현대중공업을 상대로 낸 고발장을 취소했고, HD현대중공업도 곧바로 한화오션을 상대로 낸 고소장을 취소했다. 당시 이들은 "대승적 차원에서 고소 취하를 결정했다"면서 국내 방산업계의 경쟁력 강화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갈등이 격화된 지 약 1년 만에 일시적으로 화해모드가 형성된 것이다.
이들의 고소·고발 취하 소식이 시장에 알려진 뒤 방사청도 KDDX 사업자 선정 결과를 내년 상반기까지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석종건 방위사업청장은 지난달 말 기자간담회를 통해 KDDX 사업자 선정과 관련 "현실적으로 올해까지는 물리적 시간이 부족하고, 내년 전반기에 빠르게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조금 더 신중하게 대응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이 사업(KDDX)을 빠르게 할 수 있는 방식"이라고 전했다.
물론 방사청 입장에서는 KDDX 사업이 대규모 프로젝트인데다가, 양사의 입장을 모두 고려했을 때 당장 어느 한쪽의 편을 들기 힘들 수 있다. 하지만 일정이 계속해서 지연된다면 인도함 일정 연기는 물론 납기를 맞추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KDDX는 한국형 이지스 구축함을 개발하는 국책사업이다. 업체 입장에서는 국가 수주 사업에서 신뢰를 높일 수 있는 발판이고, 정부 입장에서는 국내 방산업계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중대한 프로젝트다. 이미 연내로 예정했던 사업자 선정 결과는 물 건너갔고, 내년 상반기만이 남았다. 더 이상의 일정 연기는 시장에 혼란만 야기할 뿐이다. 내년 상반기에는 산업부와 방사청의 신속하고 정확한 결단을 기대한다.
뉴스웨이 전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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