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하로 이자 이익 감소···당국 규제에 대출 성장도 한계내부통제 관리 호평받았지만 책무구조도 도입 '무거운 어깨' '디지털 경영혁신'도 내년 과제···플랫폼 경쟁력 강화 시급
16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는 지난 5일 고강도 인적 쇄신을 위한 자회사 최고경영자(CEO) 후보를 발표했다. 카드, 증권, 캐피탈, 제주은행, DS 등 9곳의 수장이 교체된 가운데 정 행장은 2년 더 임기를 연장했다.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불확실한 미래 경영환경에 대응하려면 조직의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며 그룹의 리더십을 대거 교체했다. 반면 정 행장은 통상 1년씩 연임하던 관례를 깨고 2년 연임에 성공하며 그간의 성과를 인정받았다.
이에 따라 정 행장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가운데 사실상 유일하게 CEO 자리를 지키게 됐다. 앞서 연임이 유력하게 점쳐졌던 이재근 KB국민은행장과 이승열 하나은행장은 올해를 끝으로 물러난다. 잇단 금융사고로 고개를 숙였던 조병규 우리은행장이 고배를 마신 데 이어 이석용 NH농협은행장도 연임이 힘들 것이란 분위기다.
정 행장이 2년이나 더 연임할 수 있었던 배경으론 '리딩뱅크' 수성과 내부통제 관리가 첫손에 꼽힌다. 호실적과 조직쇄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정 행장은 내년에도 중장기 관점에서 안정적인 경영을 이끌어 갈 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
신한은행은 올해 3분기 연속 당기순이익 1위를 기록하며 튼튼한 수익구조를 증명했다. 또한 은행 업무 전반에 걸친 내부통제 및 소비자보호 강화에 힘쓴 신한은행은 금융권 최초로 책무구조도 기반 내부통제 관리체계를 도입했다.
신한은행의 해외법인 성과도 정 행장의 최대 공적 중 하나로 꼽힌다. 신한은행은 올해 3분기까지 해외시장에서 5659억원에 달하는 당기순이익을 벌어들이며 은행권 1위를 기록했다. 신한은행의 해외법인은 전체 이익의 18.2%나 책임지면서 '리딩뱅크' 수성에 크게 일조했다. 정 행장의 취임 이후 글로벌 진출 국가별 차별화된 성장 전략이 가시화되면서 신한은행의 해외 실적은 올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그간 정 행장은 해외 네트워크를 공격적으로 늘려왔다. 지난해엔 베트남과 캄보디아에 각각 5개, 1개 지점을 추가한 데 이어 올해도 베트남 3개, 멕시코 1개 지점을 추가로 신설했다. 특히 지난 4월 인도 학자금 대출 1위 기업 크레딜라에 지분을 투자하고 6월엔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카자흐스탄 경제사절단에 참여하는 등 해외 보폭을 크게 확대해 왔다.
다만 내년 은행권을 둘러싼 경영환경은 정 행장에게 우호적이지 않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본격적인 금리인하기에 접어들면서 순이자마진(NIM)이 하락하고 있고, 경기침체 장기화로 대손비용도 꾸준히 늘고 있어서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NIM이 0.05%포인트(p) 하락한다고 가정할 때 4대지주의 은행 이자 이익은 평균 3% 증가에 그칠 전망"이라며 "경상적인 대손비용률(CCR)도 아직 우상향 구간에 있으며, 이는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9월 말 기준 신한은행의 연체율은 전년 말 대비 0.01%P 상승한 0.28%, 고정이하 여신 비율은 전년 말 대비 0.03%P 상승한 0.27%다.
특히 내년엔 대출 자산도 쉽게 늘릴 수 없는 상황이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내년 7월엔 가계대출에 가산금리를 부과하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도 도입되기 때문이다.
올 연말부터 적용되는 스트레스완충자본제도도 정 행장의 내년 경영계획 수립에 상당한 부담이 될 전망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신한은행의 보통주자본(CET1)비율은 14.58%로 금융당국의 규제 비율(최대 11.5%)을 크게 웃돌고 있다. 하지만 높은 자본 비율을 꾸준히 유지하기 위해서는 대출을 공격적으로 늘리긴 어려운 상황이다.
정 행장이 집중적으로 추진해 온 '디지털 경영혁신'도 내년부터는 뚜렷한 성과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올해부터 AI 은행원 금융서비스를 확대한 신한은행은 지난 11월 AI 은행원이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AI 브랜치'를 서소문 지점에 개소했다. AI 브랜치는 시니어층과 외국인의 금융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아직 테스트베드에 머물러 있다는 한계가 있다.
특히 신한은행을 비롯한 시중은행들은 인터넷전문은행과 핀테크업체보다 플랫폼 경쟁력 측면에서 열세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지난 2018년 금융 앱 이용자 순위에서 7,8위를 기록했던 토스(1419만명)와 카카오뱅크(1165만명)는 올해 2월 각각 1,2위로 껑충 뛰었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의 '신한 SOL(쏠) 뱅크' 앱도 6위에서 4위로 상승했지만 이용자 수(584만명)는 토스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금융권 관계자는 "올해 은행권의 거센 인사 태풍을 피한 정 행장은 차기 회장 레이스에서도 가장 유리한 입지를 점하게 됐다"면서도 "다만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 강화, 책무구조도 도입, 환율 급등, 금리인하 등 경영환경이 악화되고 있는 만큼 정 행장의 경영 능력이 또 한 번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pkb@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