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이자장사'를 포털사이트에 검색해보면 다양한 기사들이 쏟아지는데요. 가산금리 인상으로 떼돈을 번 은행들이 월급을 올려 돈잔치를 벌이고, 높은 이자로 신음하는 서민들의 고통은 외면하고 있다는 게 주요 내용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 같은 비판에 공감하기 어렵습니다. 은행권의 가산금리 인상은 가계대출 관리에 나선 금융당국이 사실상 눈감아줬거든요. 은행들의 가산금리 인상을 바라지 않았다면 가계대출 관리를 자율에 맡길 게 아니라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했습니다.
특히 은행권이 이자장사에만 몰두하게 만든 건 정치권과 금융당국의 책임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과도한 '관치 금융' 탓에 국내 은행들은 비이자이익을 늘리기 쉽지 않습니다. 극도로 타이트한 금융규제가 은행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가로막고 있는데도 '이자장사' 타령만 늘어놓고 있다는 겁니다.
모두가 알고 있듯 필요한 곳에 자금을 적절히 공급해 경제의 안전판이 되는 게 은행의 핵심 역할입니다. 역설적으로 경제 침체 속에서 은행이 역대급 실적을 거둔 것도 자금 공급 기능을 충실히 수행한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은행들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가계대출을 바탕으로 성장을 이어왔지만 이젠 시대가 변했습니다. 가계대출 총량이 한계까지 차올랐고, 마냥 우상향할 줄만 알았던 부동산 시장은 이미 고점을 찍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대출 성장 한계와 기준금리 인하로 올해 은행들의 이자이익은 지난해보다 떨어질 것이 분명한데요. 장기적인 관점에서 신성장동력을 확보해야될 때가 됐지만, 여전히 국내 은행산업은 한발짝도 전진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치권과 금융당국이 만들어낸 '포지티브 규제' 때문에 말이죠.
서민과 중소기업을 상대로 과도한 수익을 창출한다는 주장은 지지율 관리 측면에선 유리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 금융산업의 미래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다고 봅니다. 이자장사에 치중하지 않고 다양한 신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규제를 열어주는 게 먼저라는 생각입니다.
금융권의 숙원인 망분리 규제는 아직 완전히 풀리지 못했고, 비금융 사업은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받아야만 가능합니다. 산업간 경제가 허물어지면서 플랫폼 기업의 금융시장 영향력이 높아지고 있지만 은행들은 이를 바라만 봐야하는 실정입니다.
이와 관련해 조용병 은행연합회 회장도 지난 20일 이재명 대표 등 민주당 의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디지털 규제 탓에 은행들이 해외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하기도 했죠.
내수 경기가 극도로 침체된 상황에서 금융산업마저 흔들린다면 우리 경제는 손쓸 수 없을 정도로 망가지게 될 겁니다. 은행권을 막무가내식으로 압박만 할 게 아니라 상생과 혁신을 촉진하고 국가 경제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해주는 게 먼저 아닐까요.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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