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1월 23일 목요일

  • 서울 1℃

  • 인천 -3℃

  • 백령 1℃

  • 춘천 -3℃

  • 강릉 1℃

  • 청주 1℃

  • 수원 -2℃

  • 안동 -2℃

  • 울릉도 6℃

  • 독도 6℃

  • 대전 -1℃

  • 전주 2℃

  • 광주 2℃

  • 목포 3℃

  • 여수 6℃

  • 대구 3℃

  • 울산 5℃

  • 창원 4℃

  • 부산 5℃

  • 제주 7℃

산업 HBM이 게임체인저···삼성 지고, SK 날았다

산업 전기·전자

HBM이 게임체인저···삼성 지고, SK 날았다

등록 2025.01.23 15:41

차재서

  기자

공유

'HBM 흥행'에 고공행진···SK 반도체 '1위' 도약 '추월 허용' 삼성전자는 뒤숭숭···기술력 논란도"하이닉스 우위 이어질 듯···삼성은 '혁신' 필요"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국내 대표 반도체 기업 삼성과 SK가 엇갈린 분위기 속에 '어닝 시즌'을 보내고 있다. SK하이닉스가 실적 기록을 쓰며 고공행진 하는 사이, 삼성전자는 초라한 성적표로 1위 자리를 내주며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였다. 희비를 가른 것은 결국 HBM(고대역폭메모리)이었는데, 서로 다른 두 회사의 방향성이 오늘날의 결과를 만들었다는 진단이 나온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지난 2024년 매출 66조1930억원과 영업이익 23조4673억원을 기록했다. 2022년의 매출 44조6216억원과 2018의 영업익 20조8437억원을 뛰어넘는 사상 최대치다.

이로써 SK하이닉스는 같은 기간 16조원 안팎(추정치)의 영업익을 거둔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을 제치고 명실상부 반도체 선두 기업으로 도약했다. '만년 2위' SK하이닉스가 분기를 넘어 연간 실적까지 삼성전자를 추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승부를 가른 품목은 단연 HBM이었다. 전세계에 확산된 AI 트렌드로 반도체 수요가 높은 수준을 유지한 가운데, 기회를 잡은 SK가 국면을 뒤집었다는 게 전반적인 시선이다.

SK하이닉스는 2015년 업계 최초로 HBM 제품 양산에 착수한 이래 기술·경쟁력을 높이는 데 주력했고, AI 반도체 '큰 손' 엔비디아의 최대 공급사 자리를 꿰차며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를 통해 작년 3월엔 엔비디아로 HBM3E 8단 제품 공급을 시작했고, 10월엔 12단 제품의 양산에도 돌입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아직 엔비디아의 벽을 넘어서지 못한 상태다. HBM3 제품으로 합격점을 받기는 했으나, 상대적으로 고가인 HBM3E와 관련해선 여전히 품질 테스트 단계에 머물러 있다. 앞서 삼성전자 HBM을 놓고는 수율과 발열 문제 등이 꾸준히 거론됐는데, 이들 이슈가 발목을 잡는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선 초기에 HBM 시장을 선점하지 못한 게 삼성의 패착이었다고 분석한다. 이 회사도 마찬가지로 일찌감치 연구에 뛰어들었고 2세대 제품부터 양산을 시작했으나, 2019년 돌연 연구개발팀을 해체하며 사업을 중단했다. 당시만 해도 찾는 기업이 많지 않았고 품질을 안정화하기 어려웠을 뿐 아니라 비싸기만 한 제품이라는 인식이 컸던 탓이다. 그 대신 삼성전자는 D램과 같이 소위 잘하는 분야를 중심으로 사업을 키워왔다.

결과적으로는 '오판'이었다. 챗GPT 등 생성형 AI의 등장과 맞물려 대용량 데이터를 동시에 처리하는 그래픽처리장치(GPU)가 AI 산업의 중심으로 떠올랐고 필수 부품인 HBM이 덩달아 각광받는 등의 변화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에 삼성전자도 다시 경쟁에 뛰어들었지만, 쉽게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설상가상 저가 D램·낸드플래시 제품 범람과 수요 약세로 수익성 위기에 직면한 상태다.

악재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올 들어 주요 제품을 경쟁사에 의존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삼성전자는 기술력을 둘러싼 의구심에 시달리고 있다.

이날 공개한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 S25에 퀄컴 '스냅드래곤'을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로 채택한 게 대표적이다. '엑시노스'라는 걸출한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확히는 내부에서조차 외면 받고 있다는 인식이 짙다. 아울러 갤럭시 S25에 쓰일 D램 1차 공급사를 미국 마이크론으로 낙점했다거나 TSMC에 엑시노스 위탁생산을 요청했다가 기술 보안을 이유로 거절당했다는 소문도 우려를 키우는 요인이다.

외부에선 엔비디아 중심의 시장 구도가 흔들리지 않는 이상 당분간 SK하이닉스의 우위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삼성전자 역시 사업 구조를 대대적으로 뜯어고치는 등 반전을 위한 노력이 요구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재계 관계자는 "급변하는 트렌드를 읽고 기민하게 대처한 SK와 기존 방식을 고수하려는 삼성의 차이가 지각변동으로 이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면서 "삼성전자로서도 분위기의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부회장)은 신년사에서 "AI 기술의 변곡점을 맞이해 기존 성공 방식을 초월한 과감한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새로운 제품과 사업, 혁신적인 모델을 조기에 발굴하고 미래 기술과 인재에 대한 투자를 과감하게 추진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오는 31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열고 사업 방향을 공유한다.
ad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