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저치환율까지 급등···국내 정유업계 실적 비상"정제마진 축소 가능성↑ 업계 우려 높아"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이 배럴당 59.10달러로 마감했다. 이는 전 거래일 대비 1.34달러 하락한 수준이다. WTI 가격이 60달러선 밑으로 떨어진 것은 2021년 4월 이후 처음이다.
유가가 연일 하락세인 건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의 증산 계획과 미국의 추가 관세 조치가 맞물린 영향이 크다. 최근 OPEC+ 8대 주요 산유국은 다음 달(5월)부터 산유량을 하루 41만1000배럴 늘리기로 결정했는데, 이는 기존 계획(13만7000배럴)보다 3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 관세 등 조치로 무역 장벽이 높아지면서 국제유가가 맥을 못 추고 있다.
유가가 급격하게 하락하면 정유사가 비싼 값에 들여온 원유나 제품의 가치가 떨어지게 된다. 이로 인해 재고평가손실이 생기고 기업 실적이 악화할 우려가 있다. 또한 정유사가 원유를 정제해 판매하기까지 보통 한 달 정도의 시차가 발생하는데 그 사이 유가가 떨어지면 고가로 사들인 원유를 정제해도 싼값에 판매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유가뿐만 아니라 원달러 환율도 요동치는 형국이다. 이날 오전 9시 15분 기준 환율은 1486.3원에서 거래되며 전날 종가보다 13.0원 올랐다. 이는 2019년 3월16일(1492.0원)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인상으로 중국을 비롯한 주요국들과의 무역 갈등이 심화하면서 시장 내 위험 자산 회피 심리가 강해진 것으로 풀이된다.
높은 환율이 지속되면 정유업계에도 치명적인 타격이 갈 수밖에 없다. 통상적으로 정유업계는 원재료인 원유를 달러로 주고 사는 수입 규모가 크기 때문에 환율이 오르면 환차손 발생으로 국내 정유사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보통 환율이 10원 오르면 정유업계 환차손은 1000억원 증가한다고 보고 있다.
당초 시장에서는 올해 정제마진 회복 신호와 더불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으로 인한 반사이익을 예상하면서 업황 반등을 기대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관세 정책은 오히려 업황 불확실성으로 인한 리스크로 다가오고 있으며, 국내 정유사들이 캐나다산 원유를 저렴하게 도입하려 했던 시나리오는 미국이 에너지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를 제외하면서 사실상 무산됐다.
그나마 믿었던 윤활유마저 최근에 공급 부족 상태에 이르게 되면서 당분간 정유사들의 수익 반등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 침체와 함께 트럼프의 관세 조치로 무역 장벽이 강화하고 있으며 이는 석유 수요 침체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며 "수요가 오르지 않은 상태에서 유가가 계속 하락하면 정제마진 축소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업계의 우려가 높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유가와 환율의 급변동이 발생하면 달러를 기반으로 원료를 도입하는 정유업계 입장에서 불확실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정유 업황은 세계 경기 흐름과 밀접하게 연동되다 보니 현재로서 낙관적으로 전망하긴 힘들며, 올해 1~2분기 실적도 개선될 만한 요인이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뉴스웨이 황예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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