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계약 성사로 시장 기대 초월에피톱 비즈니스 모델로 차별화된 접근BBB 셔틀 플랫폼 선두주자 발돋움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는 9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기업간담회를 열고 "영화 '해리 포터' 시리즈처럼 1편 이후에 2편이 나오고 3편이 나올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하다. 회사 내부적으로는 현재 논의되고 있는 것(추가 기술이전 논의)에 자신이 있다"고 말하며 이같이 밝혔다.
에이비엘바이오는 GSK와 계약금 및 단기 마일스톤 1480억원(7710만파운드)을 포함해 최대 4조1000억원(21억4010만파운드) 규모의 그랩바디-B 플랫폼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역대 국내 바이오 기업 기술수출 계약 중 지난 2020년 알테오젠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이 대표는 "아마 시장에서는 기술이전 시점을 일러도 올해 하반기로 예상했을 듯한데, 올해 1월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GSK와 본격 논의가 시작된 이후 단 3개월 만에 계약을 성사시켰다"며 "GSK가 이번 딜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밀도 높은 협상을 이어갔다"고 설명했다.
또 "올해 뇌혈관 장벽 셔틀 플랫폼 '그랩바디-B'에 대한 기술이전을 지속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기술이전은 에이비엘바이오의 BBB 셔틀 플랫폼 그랩바디-B를 기반으로 진행됐다. 특히 항체뿐만 아니라 siRNA 등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기반 치료제까지 적용이 가능한 플랫폼 확장성도 인정받았다.
이번 계약을 통해 GSK는 에이비엘바이오 플랫폼을 적용한 다양한 신약 후보물질을 개발·상업화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알츠하이머 치료 주요 타깃인 Aβ(아밀로이드 베타)와 Tau(타우) 항체는 이번 계약 범위에서 제외돼, 에이비엘바이오는 이들 타깃을 활용한 별도 비즈니스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이 대표는 "타겟별로 독점권을 주면 향후 다른 비즈니스를 못하게 된다"면서 "GSK에서도 3월까지 타우에 대해 포기 못하겠다고 했지만, 이 부분을 설득했다"고 말했다. 이어 "중요한 것은 앞으로 진행되는 기술이전은 별도의 MTA 없이 바로 본계약으로 연결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랩바디-B는 인슐린 유사 성장인자 1 수용체(Insulin-like Growth Factor 1 Receptor, IGF1R)를 표적해 약물의 BBB 침투를 돕는 기술이다. BBB는 이물질이 뇌로 유입되는 것을 막아 뇌를 보호하는 장벽으로, 퇴행성뇌질환 치료제 개발의 오랜 장애물로 여겨져 왔다. 2023년 로슈가 BBB 셔틀을 접목한 알츠하이머 치료제 트론티네맙(Trontinemab)의 임상 1/2상에서 긍정적인 초기 성과를 발표한 이후 BBB 셔틀은 퇴행성뇌질환 치료제의 핵심 요소로 주목받고 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향후 에피톱(Epitope, 항원결정기) 비즈니스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에피톱이란 항체, B세포, T세포 등의 면역계가 항원을 식별하게 해 주는 항원의 특정한 부위이다. 같은 타깃 단백질이라도 서로 다른 에피톱을 겨냥해 여러 종류의 항체를 개발할 수 있어 하나의 질병 타깃에 대해 다양한 항체 파이프라인이 가능해진다.
에이비엘바이오는 타깃 전체가 아니라, 에피톱별로 구분해 독점권을 설정하는 방식으로 계약을 진행할 계획이다. 즉, A라는 항원에 대해 B 에피톱을 겨냥한 항체를 라이선스하면, C 에피톱을 겨냥한 다른 항체는 별도 비즈니스가 가능하다. 이 대표는 이 방식이 알테오젠이 ADC 플랫폼 사업을 키운 모델(품목별 독점)과도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대한민국에서 플랫폼 딜에서 가장 앞선 가장 상업성의 딜을 했던 알테오젠의 딜을 보면 타겟의 독점성이 아니라 품목별의 독점"이라면서 "에이비엘바이오의 에피톱 독점은 결국 알티오젠의 품목 독점과 거의 똑같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이 대표는 경쟁사 상황을 언급하며 에이비엘바이오가 BBB 셔틀 플랫폼 선두주자라는 점도 강조했다.
이 대표는 "가장 큰 경쟁사였던 디날리가 실제로 임상에서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해 드날리가 기술 지원했던 물질이 또는 플랫폼이 완전히 반환됐다"면서 "디날리가 다케다에 치매 알츠하이머의 항체 등을 포함한 기술이전을 했는데 그것조차도 임상 1상에서 부작용이 생겨나 다케다가 반환을 했다"고 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담도암 2차 치료를 위한 신약 승인 가능성이 확인된 'ABL001'(토베시미그, Tovecimig), 4-1BB 기반 이중항체 플랫폼 '그랩바디-T(Grabody-T)', 이중항체 ADC 개발 방향 등에 대해서도 발표했다.
ABL001(토베시미그)은 에이비엘바이오가 개발한 VEGF-A(Vascular Endothelial Growth Factor A) 및 DLL4(Delta-Like Ligand 4) 표적 이중항체로, 암 조직 내 신생혈관 생성을 억제하여 암 세포의 사멸을 유도한다. ABL001(토베시미그)은 글로벌 권리를 보유한 컴퍼스 테라퓨틱스(Compass Therapeutics)가 진행한 담도암 환자 대상 미국 임상 2/3상에서 객관적 반응률(Overall Response Rate, ORR) 17.1%, 임상적 이점 비율(Clinical Benefit Rate, CBR) 61.3%(68/111)을 보이며, 1차 평가지표를 충족시켰다. 신약 승인의 중요한 근거가 되는 전체 생존율(Overall Survival, OS), 무진행 생존기간(Progress Free Survival, PFS) 등을 포함한 ABL001(토베시미그)의 임상 2/3상 전체 임상 결과는 올해 말 발표될 예정이다.
그랩바디-T는 면역 세포인 T 세포의 활성화에 관여하는 4-1BB를 기반으로 이중항체 면역항암제를 개발하는 플랫폼 기술이다. 그랩바디-T가 적용된 대표적인 파이프라인으로는 ABL111(지바스토미그, Givastomig), ABL503(라지스토미그, Ragistomig), ABL105, ABL103 등이 있다. ABL111(지바스토미그)은 화학치료제 및 니볼루맙(Nivolumab)과의 삼중 병용요법의 안전성 평가를 위한 임상 1b상을 진행 중이며, 올해 하반기 임상 1b상의 탑라인(Top-line) 데이터가 발표될 예정이다. ABL103 역시 화학치료제 및 항-PD-1 면역항암제 펨브롤리주맙(Pembrolizumab)과의 삼중 병용요법을 미국, 한국, 호주에서 진행하고 있다.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는 "GSK와 가진 계약을 통해 단연코 BBB 셔틀 선두 주자 플랫폼이 되고 있음이 직간접적으로 증명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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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이병현 기자
bottlee@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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