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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바이오 신선식품의 반란, 플랫폼의 야심으로 다시 익는다

유통·바이오 채널 NW리포트

신선식품의 반란, 플랫폼의 야심으로 다시 익는다

등록 2025.04.22 14:52

조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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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리와 오아시스, 식탁 전쟁 다시 점화프리미엄 전략 컬리, 네이버 손잡고 확장오아시스, 티몬 인수로 플랫폼 체력 강화

그래픽=홍연택기자그래픽=홍연택기자

이커머스에서 반복 구매는 플랫폼 체류 시간을 결정하고, 그 체류 시간은 결국 시장 지배력으로 이어진다. 신선식품은 이 반복성을 가장 자연스럽게 구현할 수 있는 카테고리다. 매일 소비되고, 신뢰가 곧 재구매로 직결된다. 팬데믹을 거치며 소비자들은 식탁까지 도달하는 '플랫폼의 손'을 체감했고, 기업들은 그 접점을 지키기 위해 경쟁을 고도화하고 있다.

그 중심에서 컬리와 오아시스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프리미엄 큐레이션과 새벽배송으로 고유의 충성도를 구축해온 컬리는 최근 네이버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외연 확장에 나섰다. 흑자 기반의 실속 경영을 이어온 오아시스는 티몬 인수를 통해 플랫폼 역량을 키우며 정면 돌파에 나섰다. 방식은 다르지만, 두 기업 모두 '신선식품의 반복성'을 기반으로 플랫폼 체류 시간을 늘리고, 결국 이커머스의 판을 새로 짜려 한다.

컬리, 네이버를 타고 정체된 외연을 깨다


컬리는 한동안 자사몰 안에서 고객 충성도를 단단히 다져왔다. 프리미엄 식재료를 중심으로 한 엄선된 상품 큐레이션, 밤새 배송되는 샛별배송 시스템, 그리고 가격이 아닌 품질에 초점을 맞춘 자체 브랜드 전략까지. 다만 강한 팬층이 뒷받침된 만큼, 신규 고객 유입의 여지는 제한적이었다.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플랫폼으로서의 확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고, 4조 원까지 언급되던 기업가치도 크게 흔들렸다.

실제로 컬리는 지난해 말 약 150억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공시했는데, 이를 기준으로 환산한 기업가치는 약 6300억 원 수준에 불과하다. 시장의 온도차를 반영한 이 수치는, 컬리 입장에서 단순한 위기 이상이었다. 상장 추진이 중단되면서 외형 확장이 절실해졌고, 이를 보완할 실질적인 수단이 필요했다.

이 상황에서 등장한 것이 바로 네이버와의 전략적 제휴다. 컬리는 단순히 '입점'하는 것이 아니라, 네이버플러스 스토어 내에서도 컬리 방식의 큐레이션과 새벽배송 시스템을 고스란히 유지하기로 했다. 이는 브랜드 경험의 일관성을 지키면서도 플랫폼 바깥에서 새로운 고객 접점을 창출할 수 있는 절묘한 방식이었다. 실제로 컬리 관계자는 "단순 입점이 아니라 컬리 고객 경험 전체를 네이버 안으로 옮기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 협업은 컬리의 물류 자회사 '컬리넥스트마일'에도 새로운 활로를 열어준다. 최근 새벽배송 3PL 업체인 팀프레시의 영업 중단으로 대체 파트너를 찾는 브랜드들이 늘어난 가운데, 컬리는 자사 물류망을 외부에 개방하는 방식으로 수익 구조를 다변화하고 있다. 네이버 입점업체와의 공동배송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물류 제공자로서의 정체성도 함께 부각되고 있다.

프리미엄 전략으로 신뢰를 구축한 컬리는 네이버와의 접점을 통해 브랜드의 외연을 넓히려 한다. 이번 제휴를 통해 정체된 고객 풀을 확장하고 물류 인프라를 수익화하며, IPO 재도전을 위한 시장 신뢰 회복의 계기를 만들고 있다. 프리미엄 식품이라는 좁은 진입로를 플랫폼 전략의 관문으로 전환해내는 작업이 이제 막 본격화된 셈이다.

오아시스, 실속 구조에서 '플랫폼 체력'으로


컬리가 감성과 브랜드 경험 중심의 성장을 추구해왔다면, 오아시스는 정반대의 길을 걸어왔다. 유기농과 친환경을 중심으로 한 정직한 가격, 효율적인 재고 관리, 직매입 기반의 유통 구조가 오아시스를 13년 연속 흑자 기업으로 만든 핵심 동력이다. 실제로 지난해 오아시스의 영업이익은 229억 원으로, 컬리와 달리 손익분기점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실속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이 항상 장점만 되는 것은 아니다. 플랫폼으로서의 영향력은 크지 않았고, 수도권 중심의 사업 구조 역시 확장성에 한계를 드러냈다. 오아시스가 한 차례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하고도 상장을 철회한 배경에는 외형 성장의 부족과 브랜드 인지도의 한계가 있었다. 실적만으로는 상장 시장에서 '비전'을 설득하기 어려웠다.

이런 상황에서 등장한 것이 티몬 인수다. 오아시스는 지난 14일, 회생절차 중인 티몬의 최종 인수 예정자로 선정됐다. 인수 대금은 약 181억 원으로, 미지급 임금 및 퇴직금을 포함한 구조다. 회원 수 약 2800만 명을 보유한 티몬은 비식품군을 포함한 오픈마켓 플랫폼으로, 오아시스에게는 새로운 고객 접점과 상품 다변화를 동시에 제공하는 자산이다.

이번 인수는 단순한 덩치 키우기를 넘어선다. 오아시스는 티몬의 검색 기반 마케팅과 기술 역량을 활용해, 자사 상품에 새로운 유입 구조를 붙일 수 있게 된다. 수도권에 집중됐던 물류망 역시 티몬과의 시너지를 통해 전국 단위로 확장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 특히 쿠팡이 전국 물류망과 직매입 구조로 독주하고 있는 가운데, 오아시스는 '제2의 효율형 대안 플랫폼'을 실험하게 된 셈이다.

오아시스는 실적을 기반으로 규모의 경제를 빠르게 확보해 후방에서 플랫폼 경쟁에 뛰어드는 방식이다. IPO 역시 재추진은 기정사실로 여겨진다. 실적과 운영 효율성은 이미 검증됐고, 티몬 인수를 통해 고객 수와 외형 확장 문제도 해결될 여지가 생겼다.

"신선식품은 더 이상 하나의 카테고리가 아니다"


지금 이커머스 시장은 쿠팡의 독주 체제를 어떻게든 흔들고자 하는 여러 전략이 동시에 발동되고 있다. 지난달 쿠팡의 카드 결제 추정액은 3조2000억 원, 재구매율은 83%로 집계됐다. 브랜드 충성도를 동력 삼아 독립적인 유통 생태계를 굳혀가는 쿠팡에 맞서기 위해, 이커머스 후발주자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연대와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컬리는 고급화된 브랜드 정체성과 물류 역량을, 오아시스는 실적 기반의 구조적 효율성과 플랫폼 확장성을 무기로 삼고 있다. 전자는 네이버와 손을 잡고 플랫폼 바깥에서의 유입을 노리고, 후자는 티몬을 껴안아 내부 역량을 외형으로 확장한다. 결국 핵심은 식탁을 누가 더 자주, 더 자연스럽게 점유하느냐는 문제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제 신선식품은 단순한 하나의 카테고리가 아니다. 고객과 매일 만나는 접점이자, 충성도를 형성하는 엔진이고, 플랫폼 전체를 반복적으로 구동시키는 핵심 동력이다. 이 시장에서 성공한다는 건, 곧 플랫폼 전체를 견인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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