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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리밸런싱'이라고 해도···'알짜' 수처리 사업 내놓은 LG화학 왜?

산업 에너지·화학

'리밸런싱'이라고 해도···'알짜' 수처리 사업 내놓은 LG화학 왜?

등록 2025.04.29 18:39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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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랜우드PE와 협상 착수···"가격 1조원"글로벌 불확실성 속 '유동성 확보' 포석 '알짜 사업' 매각에 수익성 하락 우려도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겸 한국석유화학협회 회장이 10일 오후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2024년도 석유화학업계 신년 인사회에 참석하기 앞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신학철 LG화학 부회장 겸 한국석유화학협회 회장이 10일 오후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2024년도 석유화학업계 신년 인사회에 참석하기 앞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

LG화학이 RO멤브레인 필터를 만드는 워터솔루션 부문의 매각을 추진한다. 석유화학 불황 속 미국 트럼프 행정부발(發) '관세 전쟁'으로 리스크가 겹치자 유동성 확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워터솔루션 부문은 수년간의 실적 부진 속에도 해마다 수백억원을 남기는 '알짜' 사업이어서 LG화학의 갑작스런 행보를 놓고 여러 해석이 나온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사모펀드(PEF)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워터솔루션 부문 매각을 위한 세부 요건을 논의하고 있다.

해당 부문의 연간 실적은 매출 2000억원에 상각전영업이익(EBITDA) 650억원 정도인데, 양측은 1조원 안팎에서 매각 금액을 조율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LG화학 워터솔루션 부문은 해수의 담수 처리와 산업용 폐수 정화에 쓰이는 역삼투막(RO멤브레인) 필터를 만든다. 이 회사는 2014년 미국 나노H2O를 인수하며 기술을 확보했고, 청주공장에 관련 설비를 투자하며 사업을 집중 육성했다. 현재 시장 점유율은 약 20%로 도레이케미칼에 이어 2위에 랭크돼 있다.

이번 거래는 재무구조를 개선하려는 LG화학과 수처리 산업을 주목해온 글랜우드PE의 이해관계에서 출발한 것으로 파악됐다. 성사 시 글랜우드PE는 이 부문의 인력과 자산, 특허 등을 이전받아 사업을 운영할 것으로 점쳐진다.

다만 그 평가는 엇갈린다. 구조조정이 시급하다고 하나, 수익성 높은 사업을 매각하는 데 대한 의구심에서다.

LG화학 청주공장 RO필터 생산라인에서 직원들이 테스트를 마친 수처리 필터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LG화학 제공LG화학 청주공장 RO필터 생산라인에서 직원들이 테스트를 마친 수처리 필터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LG화학 제공

글로벌 점유율 2위에 부가가치도 '껑충'···'최적의 매물'



물론 LG화학 입장에서 최선의 카드라는 점엔 대체로 이견이 없다. 워터솔루션의 경우 회사가 지목한 ▲전기차 배터리 소재 ▲친환경 소재 ▲혁신 신약 등 3대 신성장 사업에 포함되지 않을뿐더러, 글로벌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가중된 현 시점에도 충분히 매수자의 구미가 당길 만한 매물이기 때문이다.

최근 인수합병(M&A) 시장에선 새로운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과거엔 수익성이 떨어지거나 시장성이 부족한 사업을 구조조정 대상으로 삼는 게 일반적이었으나, 최근엔 오히려 실적 좋은 사업을 높은 값에 매각하려는 전략이 정석으로 굳어지는 모양새다. 선택과 집중 차원에서 탄탄한 사업도 과감히 처분하는 모습이 여러 기업에 걸쳐 포착되고 있고, 이로 인해 양질의 매물이 쏟아지자 자연스럽게 투자자의 시선도 그 쪽으로 쏠리고 있어서다. 부실한 사업이라면 헐값에 내놔도 팔리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런 측면에서 1조원이 오가는 이 협상은 LG화학이 밑지는 거래도 아니다. 나노H2O 인수(2억달러, 당시 가치 약 2130억원)와 국내 생산설비 구축에 들인 자금은 총 4000억원 정도로 추산되는데, 그의 두 배를 웃도는 값을 받아내는 셈이 된다.

여기엔 글로벌 2위 기업으로서의 역량과 인지도, 네트워크가 두루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LG화학은 사우디 기업과 현지 수처리 시설을 건설키로 하는 등 세계 각지에서 활발한 영업 활동을 이어왔다.

매각 시 수익 창출 능력↓···"포트폴리오 전략 재검토 필요"



아쉬운 대목은 거래가 성사된다면 워터솔루션이란 알짜 사업이 사라진다는 데 있다. 매각 대금 유입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투자 여력을 확보할 수는 있겠지만, 그만큼 수익 창출 능력은 약해질 수밖에 없어서다.

실제 LG화학의 실적을 책임지는 곳은 워터솔루션이 소속된 첨단소재 사업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석유화학과 생명과학 등이 흔들리는 가운데 이 사업이 유일하게 수익을 창출하며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일례로 2024년 4분기 실적을 보면 LG화학은 2520억원 영업손실을 내며 5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는데, 부문별로는 첨단소재 사업만 480억원의 영업이익을 남겼다. 석유화학(900억원)과 생명과학(10억원)은 각각 적자를 냈다.

특히 다른 두 사업은 흑자 전환 시기를 가늠할 수 없다. 석유화학은 중국 경기 회복 지연과 공급 과잉 등 악재에 발목이 잡혔고, 생명과학은 대규모 투자가 뒤따르는 업의 특성상 당장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금융정보기업 에프앤가이드는 LG화학이 올 1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석유화학과 생명과학 사업은 적자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봤다. 마찬가지로 전체 실적을 견인하는 쪽은 첨단소재(영업익 1200억원 추산)일 것으로 예측했다.

이렇다보니 업계는 물론 LG화학 구성원 사이에서도 신학철 부회장 등 경영진이 포트폴리오 전략이나 비전을 재정비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다. 워터솔루션과 같은 주력 사업이 다른 기업으로 넘어가는 사이 전통의 캐시카우 석유화학이나 생명과학, 배터리 소재 등 회사가 중점적으로 키워온 사업 부문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다.

LG화학의 사업 구조조정 움직임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신학철 부회장은 지난달 정기 주주총회 당시 '현금 흐름'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며 재무건전성 확보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일각에선 미용 필러를 제조하는 에스테틱 사업을 다음 매각 후보로 지목하고 있다.

이와 관련 LG화학 측은 "워터솔루션 부문 매각과 관련해선 결정된 사항이 없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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