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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하위권의 반란"···AI가 바꾼 반도체 판도

산업 전기·전자

"하위권의 반란"···AI가 바꾼 반도체 판도

등록 2025.06.06 06:10

정단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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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삼성 제치고 1위···뒤집힌 글로벌 시장AI 반도체 시대, 메모리 세력 재편 가속마이크론·中기업 추격, 'K-반도체' 방어전

"하위권의 반란"···AI가 바꾼 반도체 판도 기사의 사진

인공지능(AI) 반도체 시대로 접어들면서 반도체 경쟁 지형에도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메모리 시장의 절대강자였던 삼성전자를 SK하이닉스가 30여년 만에 앞지른 것이다. 실적뿐만 아니라 시장점유율에서도 SK하이닉스가 메모리 왕좌 자리를 차지한 셈이다.

여전히 K-반도체 기업들이 메모리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마냥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만년 3위였던 미국 마이크론이 이들의 뒤를 바짝 쫓고 있는데다, 중국 메모리 기업들마저 약진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6일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올해 1분기 글로벌 D램 시장점유율은 전분기 대비 0.9%포인트(p) 상승한 36.9%로 1위를 기록했다. 삼성전자의 시장점유율은 전분기 38.6%에서 34.4%로 4.2%p 하락하며 2위로 주저앉았다.

매출 규모도 SK하이닉스가 올해 1분기 기준 97억1900만달러를 기록하며 삼성전자(90억5700만달러)를 7억 달러 가까이 앞섰다.

SK하이닉스는 이미 또 다른 시장조사기관인 카운터포인트리서치와 트렌드포스 집계에서도 삼성전자의 아성을 깨고 1위에 등극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자료에서는 SK하이닉스가 매출액 기준 36%의 시장점유율로 삼성전자(점유율 34%)를 제치고 전세계 D램 시장에서 매출 1위를 차지했다.

트렌드포스 집계 역시 올해 1분기 글로벌 D램 시장 점유율(매출 기준)은 SK하이닉스가 36%로 1위, 삼성전자는 33.7%로 2위를 차지했다.

이처럼 SK하이닉스가 30여년간 굳건히 지켜왔던 삼성전자의 글로벌 D램 시장점유율 1위 자리를 넘볼 수 있었던 것은 AI 반도체 영향이 컸다. 그중에서도 대세로 자리잡은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가 두각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절대 변하지 않을 것 같던 반도체 지형에 균열이 가기 시작한 것도 HBM의 존재감이 커지기 시작한 작년부터다. SK하이닉스는 HBM의 큰손인 엔비디아를 든든한 고객으로 얻으면서 사실상 해당 시장을 독식했고 실적은 날개돋친듯 뛰기 시작했다. 이에 SK하이닉스는 작년 연간 영업이익에서도 사상 처음으로 삼성전자의 반도체를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을 넘어섰었다.

AI 시대로 접어들면서 반도체 시장에도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지금까지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우위를 점하고 있었던 곳이다. 다만 최근에는 AI 반도체 시장에서 역전의 기회를 엿보며 하위권들의 반란도 시작되는 모양새다.

미국 마이크론의 경우 만년 3등이었지만 HBM에서 만큼은 선전하며 존재감을 확장 중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HBM3E 12단 제품의 엔비디아 퀄 테스트 통과 소식을 아직 전하지 못한 반면 마이크론은 얼마전부터 HBM3E 12단 제품의 양산을 시작, SK하이닉스에 이어 두번째로 엔비디아 공급망에 진입하게 됐다.

마이크론은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패권을 쥐고자 HBM 전담부서 신설, 생산능력 확대 등 강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시장점유율에서 가장 큰 증가폭을 보인 곳도 마이크론이다.

옴디아 집계에서는 마이크론의 올해 1분기 시장점유율은 25%로 3위였고 전분기 대비 3%p 올랐다. 이는 SK하이닉스의 증가폭(0.9%p)보다도 높다. 트렌드포스 결과 역시 마찬가지다. 해당 조사에서는 같은 기간 마이크론의 시장점유율은 24.3%로 3위였지만 전분기보다 점유율이 2%p 늘었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시장점유율이 오히려 각각 0.6%p, 5.6%p 떨어졌다.

특히 마이크론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자국 우선주의 기조 아래 전폭적인 지원이 예상돼 국내 기업들의 강력한 라이벌로 자리잡게 될 가능성이 있다.

중국 반도체 기업들도 약진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을 견제하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로 인해 중국 기업들의 자국 반도체 개발을 부추기는 모습이다.

실제 중국 창신메모리(CXMT)는 연내 HBM3 시제품을 생산, 내년부터 본격 양산에 나설 예정이며 오는 2027년 HBM 5세대인 HBM3E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SK하이닉스의 주력 제품이 HBM3E라는 점을 감안하면 아직 격차가 벌어져있지만 그간의 사례들로 봤을때 중국의 저력을 무시할 수는 없다. 디스플레이 시장을 일례로 보더라도 LCD 시장에서는 앞서 국내 기업들이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그러나 중국 기업들이 빠르게 추격했고 현재는 해당 시장을 잠식 중이다.

이에 반도체 시장 역시 안심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절대적 우위를 지켜왔지만 AI 반도체가 지각 변동을 야기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국내 반도체 기업들도 우위를 지켜나가기 위해서는 AI 반도체 시장 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하고 보다 경쟁력 제고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AI 반도체에 대한 응용 분야가 점차 확대되면서 HBM 등 해당 시장도 더 급격히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에 현재 국내는 메모리 중심이지만 메모리와 비메모리 분야 모두를 아우르는 전체적인 반도체 중심 국가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메모리와 비메모리를 가지고 있는 삼성전자도 양쪽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SK하이닉스도 메모리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파운드리 분야에 투자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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