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서 생산하라" 압박애플·삼성에 25% 관세 폭탄 예고중국만 반사이익 누릴 수도
트럼프는 이를 통해 이들의 생산거점을 미국으로 끌어들이고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의중이지만 이로 인해 오히려 중국이 반사이익을 누리게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애플과 삼성전자에게 가해진 관세 압박이 소비자들의 판매 가격에 전가될 경우 중저가 전략을 펼치고 있는 중국 스마트폰으로의 유입 효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28일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3일(현지시각)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나는 미국에서 판매되는 아이폰이 인도 혹은 다른 나라가 아닌 미국에서 제조되기를 바란다고 팀 쿡 애플 CEO에게 오래 전에 알린 바 있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애플은 최소 25%의 관세를 내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같은 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취재들의 관련 질문에 "삼성이나 제품을 (해외에서) 만드는 다른 기업도 (해당)될 것"이라며 "그것은 아마 6월말께 시작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애플 뿐만 아니라 삼성전자 역시 겨냥한 것이다. 삼성전자와 애플 모두 현재는 스마트폰 제조 관련 생산기지를 미국에 두고 있지 않다. 애플은 아이폰 물량의 90% 가까이 중국에서 생산한다. 삼성전자는 절반 가량을 베트남에서 생산하고 경북 구미, 인도, 브라질 등에서 만들고 있다.
관세가 현실화되면 업체들은 관세를 부과받을지, 생산기지를 미국으로 옮겨야 할지를 정해야 한다. 다만 삼성전자나 애플 모두 미국으로 생산기지를 옮기게 될 가능성은 낮다고 시장은 본다. 우선 높은 인건비가 걸림돌이다. 반면 삼성전자와 애플이 현재 생산기지로 두고 있는 국가들은 상대적으로 인건비 부담이 적은 곳들이다. 이에 관세를 부과하더라도 생산기지를 유지하는게 비용 측면에서 부담이 덜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업체들이 미국에 생산기지를 옮기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의 높은 인건비에 대한 부담은 물론이고 더구나 트럼프 행정부가 교체된 이후에는 정책이 어떤 식으로 바뀔지 모르는데 굳이 리스크를 떠안으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관세에 대한 부담감이 제품의 가격 상승을 부추길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는 삼성전자나 애플 모두 동일하게 적용되는 부분이다. 특히 이로 인해 양사의 제품 가격이 상승되면 오히려 중국 스마트폰 기업들이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지적된다. 통상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은 주요 타겟층이 내수 시장인 데다 다른 글로벌 국가에서도 가성비 전략으로 시장점유율을 점차 확대해가고 있는 중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출하량 기준 글로벌 시장점유율 1위는 삼성전자(점유율 20%)이고 애플 2위(19%)다. 주로 삼성전자와 애플이 글로벌 시장점유율 1, 2위를 독식하고 있지만 중국 업체들도 맹추격 중이다. 샤오미, 오포, 비보 등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3~5위를 나란히 차지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3위와 4위를 차지한 샤오미와 오포는 작년 4분기 대비 시장점유율 각각 1%p씩을 늘리는 데 성공했다.
중국 내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은 애플 정도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샤오미, 화웨이 등 자사 기업들이 선전하고 있다. 시장잠재력이 커 새로운 신흥시장으로 주목받는 인도에서도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약진 중이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가 발표한 작년 4분기 인도 시장점유율 1위, 2위는 각각 비보, 샤오미가 차지하고 있다. 트럼프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관세를 무기 삼고 있지만 이로 인해 삼성전자와 애플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경우 역으로 중국을 도와주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궁극적으로는 중국을 압박하고자 애플, 삼성전자 등을 우회적으로 흔들려는 것 같다"면서도 "관세에 대한 입장이 언제 또 바뀔지도 모르는 데다, 부과되더라도 결국 피해를 보게 되는 것은 가격 상승으로 인한 일반 소비자들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스마트폰 판매 시장이 미국만 있는 것도 아니고 글로벌 시장을 전체적으로 봐야 하는데, 트럼프 관세 전쟁으로 반미 감정과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에게 시장점유율을 높일 기회를 주게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스웨이 정단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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