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차원 투자점검회의 진행선택과 집중하에 우선순위 조정할 듯사업 포트폴리오도 손볼지 주목
23일 재계에 따르면 LG그룹은 매년 상반기 구 회장 주재로 개최해왔던 전략보고회의는 올해 진행하지 않고 계열사들을 대상으로 투자점검회의를 보다 집중적으로 진행한다.
이번 투자점검회의는 그간 구 회장이 선택과 집중을 강조해왔듯 각 계열사들의 사업별 우선순위를 나누고 '해야 하는 것', 즉 LG그룹만의 강점을 가지고 있는 분야와 신성장동력 분야에 투자를 집중하는 방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시장이 주목하는 부분은 구 회장이 계열사들을 점검하며 '구조조정의 칼'을 뽑아들었다.
지난 3월 말 올해 첫 계열사 사장단 회의에서 구 회장은 어느 때보다 엄중한 메시지를 내놨다. 구 회장은 당시 "그동안의 변화를 돌아보면 경영환경 변화는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일어난 반면 우리의 사업 구조 변화는 제대로 실행되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냉철하게 진단했다.
그는 이어 "모든 사업을 다 잘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기에 더더욱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며 "'지속가능한 경쟁 우위', '진입장벽 구축'에 사업의 우선순위를 두고 자본의 투입과 실행의 우선순위를 일치시켜야 하며 이는 미래 경쟁의 원천인 R&D 역시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날 LG 최고경영진은 불확실한 대내외 경영환경에 LG가 구조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것에 대한 인식을 같이했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LG그룹들의 면면을 보면 알 수 있다. 구 회장이 취임 전 LG그룹의 자산총액은 112조원에 머물렀지만 현재(올해 5월 초) 기준 186조원으로 66% 가까이 껑충 뛰었다. 지난 2022년 LX그룹의 계열분리가 이뤄졌음에도 덩치는 오히려 커진 셈이다.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LG유플러스, LG생활건강 등 주요 계열사들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대비 성장했다. LG전자, LG이노텍 등 일부 계열사들은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하는 쾌거를 거두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같은 우려의 시선이 나왔던 것은 매출 성장세 만큼 이익은 따라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LG전자는 올해 1분기에도 역대 최대 1분기 매출을 달성했지만 물류비, 경쟁심화 등으로 영업이익은 오히려 꺾였다. LG이노텍도 사상 1분기 역대 사상 최대 매출에도 영업이익은 1년 전보다 줄었다. 덩치는 커졌지만 내실은 이를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LG 주요 계열사 가운데 LG전자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매출을 달성한 LG화학도 석유화학 부문 업황으로 인해 고전 중이다. 작년 매출액은 11.5% 빠졌고 영업이익은 63.8%나 급감했다. 올해 1분기도 영업이익 4470억원을 거두긴 했지만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영업이익 3747억원)의 덕이 컸다. 더욱이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4577억원의 생산세액공제(AMPC)액이 없었다면 적자였다. LG화학이나 LG에너지솔루션도 영업이익을 거두긴 했지만 업의 경쟁력 덕분이 아니었다는 뜻이다.
외형 성장을 이룬 구 회장이 내실 다지기를 위해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나오는 배경이다. 실제 SK그룹의 경우에도 대내외적인 경영 불확실성에 대비해 사업 포트폴리오 재조정에 팔을 걷어붙인 바 있다.
이에 LG도 알짜 계열사들을 손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금까지 인수합병(M&A) 시장은 수익성이나 사업성이 떨어지는 사업들이 매각 대상으로 올랐다면 최근에는 '매각 가능성이 높은' 구미가 당기는 알짜 기업들이 매물로 등장하고 있는 추세다.
문제는 LG 계열사 가운데 마땅한 매물 대상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점이다. 최근 사업 재편의 움직임이 감지되는 곳은 LG화학이다. 석유화학 사업을 영위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에서다. 석유화학 업종은 중국발 공급 과잉 등으로 사실상 향후에도 유망 산업은 아니라는 점에서 석유화학 사업만을 매각하는 데에도 어려움이 있다.
그렇다고 LG화학 자체를 떼어내기에는 LG 입장에서도 부담일 수 있다. LG화학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살펴보면 석유화학 외에도 생명과학 사업 등을 영위하고 있다. 이는 구 회장이 그리고 있는 ABC(AI, 바이오, 클린테크) 미래성장 동력원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더구나 그룹 내 매출 비중, 업계 내 경쟁력 등을 고려했을 때 LG디스플레이, LG에너지솔루션, LG화학 등 계열사들이 비록 적자를 내더라도 끌어안고 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들을 매각하게 된다면 당장 4위에 올라있는 LG그룹의 재계 순위도 흔들릴 위험이 있다.
사업 중단이라는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도 높다. 구 회장은 그간에도 '선택과 집중'이라는 경영 전략 하에 사업성이 떨어지거나 수익성이 안 되는 사업들을 과감히 접었다. LG전자의 휴대폰 사업이나 태양광 패널 사업, 전기차 충전기 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해당 사업들을 따로 떼어내 매각하기 보다는 사업을 접는 방향을 택했던 것이다.
LG그룹 관계자는 "올해 전략보고회의를 안 하고 좀 더 집중적으로 투자점검회의가 이뤄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다만 사업 포트폴리오를 들여다보기보다 투자 실행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들을 논의하는 것으로 안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뉴스웨이 정단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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