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대출 총량 50% 감축···연말 '대출 절벽' 우려주담대 위험가중치 상향 검토···지주 밸류업 '빨간불'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은행권이 대출모집인을 통한 주담대 신청을 막고 나섰다. 기업은행은 지난 8일 7~8월 대출모집인 취급 주담대를 잠정 중단했다. 신한은행과 NH농협은행도 7월 실행분까지 대출모집인을 통한 주담대 접수를 틀어막은 상태다.
은행권이 최근 가계대출 수요 억제에 나서는 것은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 강화 조치에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지난달 27일 수도권·규제지역의 주담대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고 가계대출 총량 목표를 하반기부터 기존 계획의 50% 수준으로 감축하는 안의 대출 규제를 공개했다.
정부의 대출 규제에 은행권은 대출 금리를 인상하고 나섰다. 하반기 가계대출 총량 목표가 줄어든 만큼 금리 인상을 통해 대출 문턱을 높이겠다는 방안이다. 지난 7일 기준 5대 은행의 5년 고정형 주담대 금리는 한 달 사이 하단 기준 0.05%p~0.15%p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부터 시행된 스트레스 DSR 3단계에 가계대출 총량 억제가 더해지면서 대출 실수요자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적잖게 제기되고 있다. 이미 DSR 시행으로 한도 자체가 줄었는데 힘들게 대출을 받더라도 금리는 오름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이번 대출 규제를 놓고 '맛보기'에 불과하다고 발언한 것을 두고 향후 더 강력한 규제가 나올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대표적으로 전세대출과 정책모기지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정에 포함하는 방안이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하반기에는 작년 연말과 마찬가지로 '대출 절벽'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국의 총량 감축 기조에 향후 페널티까지 더해지면 사실상 대출 영업이 막히는 것 아닌가 우려된다"며 "추가적인 대출 규제가 나온다면 지난해 연말 대출 절벽이 재연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은행권도 정부의 대출 규제 압박에 당장 하반기 수익성 악화가 고민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은행들은 예대금리차로 인한 이자수익이 주 수입원인데 가계대출 총량이 줄면 그만큼 수익도 감소하기 때문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하반기 대출 총량은 기존 4조원에서 2조원으로 줄어들 것으로 알려졌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총량 목표를 기존 대비 50% 수준으로 감축하면서 은행들이 당초 계획한 목표 자산 성장률이나 이익을 달성하긴 어려운 상황이 됐다"며 "다른 수익 활로를 모색해야 하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주담대 증가세를 낮추기 위해 위험가중치를 25%까지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기존 주담대 위험가중치 하한선을 현행 15%에서 25%로 높이는 방안이다.
은행은 대출 자산별로 위험도에 따라 위험가중치를 적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주담대 100억원을 내줄 때 위험가중치 15%를 적용하면 15억원이 RWA(위험가중자산)로 분류되는 방식이다.
해당 조치가 현실화되면 은행들의 자본 부담이 커져 주요 은행 지주사의 밸류업 정책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특히 신규대출에만 적용되지 않고 기존 주담대 잔액 전체에도 적용될 경우 금융지주의 보통주자본비율(CET1)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금융지주들은 향후 주담대의 위험가중치가 높아지면 결국 지주사뿐만 아니라 고객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은행 주담대의 위험가중치를 상향 조정하면 금융지주들은 밸류업 정책에 큰 차질이 생길 수 있어 은행 주담대 공급을 줄이게 될 것"이라며 "결국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대출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겪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스웨이 문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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