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중국 해상 패권 갈등 최고조···'마스가 상징' 한화오션 콕 집어 보복"직접적인 피해 크지 않을 것"···제재 실효성 보다는 정치적 '메시지' 주목마스가 향한 노골적인 불편함···HD현대·삼성重에 날리는 날선 경고장
중국 정부는 지난 14일 한화오션의 미국 자회사를 겨냥해 제재 조치를 발표했다. 제재 대상은 ▲한화쉬핑(Hanwha Shipping LLC) ▲한화필리조선소(Hanwha Philly Shipyard Inc.) ▲한화오션USA인터내셔널(Hanwha Ocean USA International LLC) ▲한화쉬핑홀딩스(Hanwha Shipping Holdings LLC) ▲HS USA홀딩스 등 5곳이다.
이번 조치는 미국이 같은 날 중국산 선박에 항만세(입항 수수료)를 부과한 데 대한 보복성 조치로 풀이된다. 실제로 중국 상무부는 "미국이 중국에 대해 취한 해사·물류·조선업(무역법) 301조 조사 조치에 반격하기 위해서"라는 직접적인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고래싸움에 뺨 맞은 한화오션···"영향력 미미"
미국과 중국의 통상 갈등이 해운·조선 분야로 확전되며 한국 조선업계도 역풍을 맞은 모양새다. 말 그대로 '고래 싸움에 새우 등이 터진' 꼴이다.
지난 몇 달간 마스가 프로젝트가 급물살을 타는 동안 중국은 해양 패권을 둘러싼 한·미 동맹에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지난달엔 이재명 대통령의 방일·방미 기간 중 서해 잠정조치수역(PMZ) 내 우리 관할 수역에서 무력 시위까지 전개할 정도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미국이 조선업 재활성화에 집중하면서 점점 한국과 일본을 자국 방위산업에 통합시키고 싶어 하는 것 같다"며 "한국이나 일본 (기업) 로고가 붙은 선박들이 제3국에 대한 미군 작전에 쓰일 경우 한일이 곤란해질 수 있다"며 노골적으로 경계심을 내비치기도 했다.
결국 우려했던 일은 현실화됐다. 중국 정부는 "한화오션의 자회사들이 미국 정부의 중국 기업 제재 관련 조사에 협조해 중국의 이익을 해쳤기 때문"이라는 직설적인 이유로 국내 조선업계를 정조준했다.
다만 이번 제재가 한화오션에 실질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재 명단에 오른 한화오션의 미국 법인들은 대부분 현지 투자·운영 법인으로 중국과의 거래선이 거의 없어 사업적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강경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제재 대상 미국 자회사들은 실제로 중국과의 실질적인 거래 연관성이 거의 없어, 실익 없는 정치적 대응에 가깝다"며 "직접적인 피해는 제한적일 것이며, 오히려 시장 반응은 과도하다"고 분석했다.
미·중 해양 패권 싸움, 돌고 돌아 한화오션···왜?
하지만 경제적 실효성보다는 다분히 감정적인 대응이 가진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는 분위기다. 위험부담이 큰 미국을 직접 겨냥하기보다는 동맹국인 한국을 압박함으로써 미국을 견제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강경태 연구원은 "표면적으로는 미국 조치에 대한 반발이지만, 보다 깊이 들여다보면 한국 조선업에 대한 견제 심리가 깔려있다"고 진단했다.
글로벌 선박 건조 시장에서 중국과 치열하게 경쟁하는 한국이 최근 미국 정부의 방산·조선 산업 육성 정책과 발맞춰 조선 부문에서 주목받는 파트너로 급부상한 데 위기감이 발동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이 국내 조선업계 1위인 HD현대중공업이 아닌 한화오션을 겨냥한 데에는 의도적인 명분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화오션 필리조선소가 '마스가 프로젝트'의 상징적 장소라는 점에서 미국을 견제하는 동시에 마스가 프로젝트에 균열을 내려는 의도로도 읽힌다.
한미 관세 협상에서 핵심으로 떠오른 마스가 프로젝트의 주도권은 현재 한화오션이 쥐고 있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12월 미국 필라델피아 소재 필리조선소를 1억 달러(약 1400억원)에 인수한 뒤 미국 법인 한화필리십야드를 출범시키면서 미국에 진출했다. 미국이 원하는 현지생산 체제를 가장 먼저 구축한 것이다.
반면 HD현대중공업은 미국 직접 진출보다는 현지 조선사와 '기술 협력'에 주력하고 있다. 후발주자로 나선 삼성중공업도 마찬가지다.
한화오션과 달리 HD현대중공업의 경우 뚜렷한 혐의점 없이 한화오션에 내민 '조사 협조'라는 잣대로 몰아세우기에는 명분이 부족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단은 마스가 프로젝트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선 한화오션에 제재를 가함으로써, 향후 미국 투자를 고려하는 HD한국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에 경고성 메시지를 날린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HD현대중공업은 미국 내 조선산업 재건 움직임에 발맞춰 현지 조선소 지분 참여부터 신규 조선소 건립까지 전방위 진출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국 조선사들에 대한 추가적인 우회 제재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한화그룹이 방위사업을 영위한다는 점도 배제할 수 없는 요인이다. 게다가 세계 최대 방산시장을 정조준한 한화가 미국과의 접점을 늘려가는 것도 중국 정부로서는 '눈엣가시'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
중국 정부의 날선 반응에 한화도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중국 정부의 발표 내용을 인지하고 있다"며 "해당 조치가 당사에 미치는 사업적 영향에 대해 면밀히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뉴스웨이 김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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