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예고 후 '막차 거래' 몰리며 수요 왜곡

10·15 대책 발표를 앞두고 온라인 커뮤니티와 부동산 채팅방에는 이런 조급한 분위기가 번졌습니다. 정부의 대출 규제 예고가 투기수요보다 실수요자의 심리를 먼저 자극한 장면입니다. 실제로 규제지역으로 묶이기 전 매수세가 몰리며 신고가 거래가 잇따랐습니다.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 이후 양천구·광진구·분당 등 새로 규제지역으로 편입된 지역을 중심으로 거래가 급증했습니다. 양천구 래미안목동아델리체 전용 59㎡는 대책 발표 당일 15억5000만원에 계약돼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습니다. 4개월 전보다 1억3000만원 오른 가격입니다. 규제 예고가 시장을 식히기는커녕 "지금 아니면 못 산다"는 심리를 부추긴 셈입니다.
이 같은 흐름은 통계로도 확인됩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차규근 의원이 한국은행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2분기 30대 이하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전분기보다 9조4000억원 늘어 241조원에 달했습니다. 같은 기간 50대는 1조원, 60대 이상은 5조7000억원이 늘었고 40대는 8000억원 감소했습니다. 대출이 조여지기 전에 '막차 탑승'을 서두른 젊은 차주가 그만큼 많았다는 의미입니다.
정책 발표 전후로 거래량이 급증했다가 규제가 시행되면 급격히 식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대출이 막히기 전 '막차 거래'가 쏠리며 단기적으로 수요가 왜곡되고, 곧바로 관망세로 전환되는 흐름이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부동산 시장이 정책 리듬에 휘둘리면서 실수요자의 진입 타이밍이 어긋나고, 매매가격은 되레 출렁이는 모습입니다.
전문가들은 정책의 잦은 변화가 시장의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불안 심리가 반복되는 가운데 일부 수요는 여전히 규제의 틈새를 찾아 움직이고 있습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4000조원을 넘긴 시중의 풍부한 유동자금과 기준금리 인하 기대, 전·월세 가격 상승 불안 요인이 겹치며 수요자의 집값 상승 전망과 무주택(또는 1주택 상급지 교체수요)의 주택 구매까지 완전히 진화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며 "올해 들어 집값이 많이 오른 주요 지역 대부분이 고가 아파트가 즐비한 강남권 및 한강 벨트였고, 이들 지역에서 대출에 구애가 없는 자체 자금을 통한 주택 매수는 통제가 쉽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정책의 의도는 투기 억제였지만 실효적인 성과를 거둘지를 아직 지켜봐야 합니다. 잦은 규제 신호가 시장의 심리를 흔들며 실수요자까지 조급하게 만들고 있기 때문인데요. 레버리지를 활용한 투기 억제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하지만 대출을 틀어쥐는 방식으로 시장을 누르는 건 한계가 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규제의 강도보다 중요한 건 예측 가능한 정책 운영과 일관된 메시지가 아닐까요.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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