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공업교육과를 졸업하고 1975년 포항종합제철(포스코 전신) 공채 8기로 입사한 정 회장은 포스코건설 사장 시절이던 2009년 2월 포스코의 7번째 회장으로 선임된 뒤 공격적인 경영으로 회사의 외연을 키워왔다.
정 회장은 포스코의 사업 다각화와 새로운 성장 동력을 키우기 위해 이른바 ‘비철강 사업’의 덩치를 키우는데 주력했다.
포스코는 2010년 10월 3조5000억원을 투입해 대우인터내셔널을 인수한 것을 비롯해 성진지오텍 등의 비철강 계열 회사를 잇달아 포스코패밀리 계열사로 편입시켰다. 이들 회사의 인수합병은 전적으로 정준양 회장이 주도했다.
철강 사업에서는 우리나라의 독자 기술로 개발한 ‘파이넥스 공법’을 완성해 해외로 수출한 것이 가장 큰 공(功)으로 평가되고 있다. 파이넥스 공법은 지난 1992년부터 포스코가 개발한 조강 공법으로 철광석과 유연탄을 가공 없이 바로 사용해 철강재를 만드는 공정이다.
포스코는 올 연말 포항 파이넥스 3공장 완공을 앞두고 있으며 지난 9월에는 중국 충칭에 파이넥스 제철소 건립 기술을 수출하기도 했다.
아울러 인도네시아에서 일관제철소 건립 사업을 벌이면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포스코의 영향력을 키우는데 힘써왔다.
그러나 정 회장의 업적에는 사실 공보다 과(過)가 더 많았다. 특히 정 회장의 ‘치적’으로 평가됐던 현안들은 시간이 지나자 ‘악마의 부메랑’으로 돌아와 포스코의 경영 실적을 망가뜨렸다.
포스코가 공격적으로 추진한 M&A는 회사의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주된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5조원의 막대한 인수자금을 내세워 지난해 계열사 숫자를 70여개까지 늘렸지만 인수자금의 본전도 찾지 못하고 오히려 손해를 보고 있다.
특히 성진지오텍, 포스칼슘, 나인디지트 등 인수 이전에 부실이 심했던 계열사를 잇달아 알짜 계열사와 합병하면서 멀쩡했던 회사를 망쳤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무리한 해외 자원 개발 사업과 글로벌 일관제철소 건설 문제도 정 회장의 과오로 평가되고 있다. 포스코는 그동안 호주와 인도 등 세계 곳곳에서 철광석 광산 개발에 공격적으로 나섰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또 인도 오디샤주에서 추진했던 제철소 건립 문제는 현지 거주민 강제 퇴거, 환경 파괴 논란 등과 엮이면서 ‘국제 망신’을 당할 위기에 놓였다.
철강업의 불황에서 비롯된 포스코의 실적 부진과 재무구조 악화에 대해 뾰족한 대안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점도 문제다. 포스코의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3분기 9.4%에서 올해 3분기 6.0%로 줄었고 영업이익 액수도 8194억원에서 4427억원으로 반토막이 났다.
5조원을 넘지 않았던 차입금 규모도 2011년 20조원, 2012년 18조5000억원으로 크게 늘어났으며 부채비율도 90%를 넘어섰다.
신용등급도 떨어졌다. 지난해 10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포스코의 신용등급을 A-에서 BBB+로, 무디스는 A3에서 Baa1으로 하향조정했다. 그러나 정 회장은 단순한 원가 절감 계획에만 급급할 뿐 이렇다 할 대안을 내놓지 않았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정 회장이 포스코를 아시아 최대 수준의 철강기업으로 키운 것은 칭찬할 만한 부분이지만 회사의 경영 건전성을 퇴보시킨 방만경영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며 “후임 회장이 정 회장의 과오를 얼마나 씻어내느냐가 최대 과제”라고 분석했다.
정백현 기자 andrew.j@
뉴스웨이 정백현 기자
andrew.j@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