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점포 현지화 성적 부진, ‘1등급’ 은행 한 곳도 없어
국내 영업이 힘들어지자 해외에서 살길을 찾겠다고 너도나도 해외시장 공략에 나섰지만 주로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과 교포를 상대로 한 손쉬운 영업에 매달리면서 해외진출 현지화 노력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은행 해외점포 현지화 노력 미흡
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9월말 현재 국내은행은 34개국에 160개 해외점포(지점 64, 현지법인 45, 사무소 51)를 운영하고 있다. 올해 2개 점포가 폐쇄되고 10개 점포가 신설돼 전년말(152개) 대비 총 8개의 점포가 증가했다.
점포 소재지별로는 중국(17개)·베트남(17개)·홍콩(12개) 등 아시아지역이 107개로 가장 많았고 영국(7개)·러시아(5개)·독일(3개) 등 유럽지역은 22개, 미국(15개)·캐나다·멕시코(각 2개) 등 북미지역은 19개의 점포가 운영 중이다.
올해 상반기 국내 은행의 해외점포에 대한 현지화 지표를 평가한 결과 지난해 하반기와 동일한 2등급을 유지했다. 현지화 지표에서 종합 1등급을 받은 은행은 한 곳도 없었다.
신한·우리·하나·산업은행이 2등급을 받았고 외환·국민·기업은행이 3등급에 머물렀다. 우리은행은 현지자금운용비율 개선 등으로 등급이 3등급에서 2등급으로, 외환은행이 4등급에서 3등급으로 한 계단씩 상승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지법인의 현지화 지표 평가등급은 2등급인 반면 지점의 경우 평가지표 비중이 상향된 현지고객비율과 현지자금운용비율이 낮아 종합등급은 4등급으로 한 단계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지화 지표는 아직 미흡한 수준으로 중장기적인 시각에서 현지화 제고와 글로벌 업무역량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시중은행 “기대만큼 성과 내기 어려워”
은행들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새로운 성장동력인 해외 진출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지만 각종 규제에다 치열한 경쟁 등으로 인해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각 나라가 자국의 금융산업 보호에 중점을 두고 있는 상황에서 현지인을 상대로 리테일 등 영업을 적극적으로 수행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현지 은행에 비해 훨씬 적은 점포로 현지고객을 확보하기에도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각 은행마다 집중하는 영업분야가 다른 만큼 기업금융에 강점을 가진 은행의 경우 리테일 영업에 포커스를 맞춘 은행에 비해 현지고객 유치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국내은행이 해외시장에서 신성장동력을 찾을 수 있도록 은행의 해외진출은 다각적으로 지원하되 해외점포에 대한 건전성 감시·감독을 강화하고 현지화 평가제도의 실효성 제고를 지속적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 평가부터 현지화 평가항목에 본점의 글로벌 업무역량을 신설해 본점의 해외진출 및 영업전략, 글로벌 업무조직 및 인력 등에 대한 질적 평가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올해 상반기 국내은행 160개 해외점포의 당기순이익은 3억7000만달러로 전년동기 대비 9000만달러 늘어 32.1%의 신장률을 기록했다.
지역별로는 중국(300%), 싱가포르(177%), 영국(80.1%) 등에서 순익이 크게 증가한 반면에 미국(-24.5%), 베트남(-32.2%), 일본(-17.8%) 등에서는 부진했다.
이지하 기자 oat123@
뉴스웨이 이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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