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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윅’, 스크린을 불태우는 섭씨 1000도의 분노

[무비게이션] ‘존 윅’, 스크린을 불태우는 섭씨 1000도의 분노

등록 2015.01.07 12:31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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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 윅’, 스크린을 불태우는 섭씨 1000도의 분노 기사의 사진

남자는 강인함에 끌리는 본능을 갖고 있다. ‘수컷’ 혹은 ‘마초’란 단어 자체가 갖는 ‘테스토스테론’의 냄새는 남자들만이 느낄 수 있는 그것이다. 영화 ‘존 윅’은 단 두 단어 안에 함축시킬 수 없는 극강의 강렬함으로 무장하고 있다. 마초 액션의 주인공이 의례 그러하듯 원 맨 액션으로 적을 무너뜨리고 박살내는 쾌감을 관객들에게 전한다. 만약 그 쾌감 지수가 측정 가능한 수치라면 ‘존 윅’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기계로는 수치화가 불가능한 영화다.

영화는 액션이란 장르에 방점을 찍고 있다. 한 남자가 느끼는 분노 게이지에 포커스를 맞추기 위해 필요 없는 군더더기는 과감하게 삭제했다. 때문에 관객들은 주인공 ‘존 윅’(키아누 리브스)가 느끼는 감정이 스크린을 불태우고 나와 자신의 오감을 잿더미로 만드는 액션 장르 궁극의 경험을 하게 된다.

 ‘존 윅’, 스크린을 불태우는 섭씨 1000도의 분노 기사의 사진

은퇴한 전직 킬러 ‘존 윅’은 사랑하는 아내를 병으로 잃는다. 존 윅은 아내를 위해 업계 전설로 통하는 자신의 모든 영광을 뒤로 하고 현실 세계로 발을 돌린다. 하지만 아내는 죽음을 맞이했다. 존 윅의 집안은 생기를 잃은 듯 블루톤의 색감으로 가득 차 있다. 생명력을 잃은 집안에서 존은 삶의 가치를 잃고 방황한다. 그러던 어느 날 강아지 한 마리가 배달된다. 죽은 아내의 선물이다. 자신을 사랑한 남편 존에게 삶의 희망을 주기 위해 보낸 생명이다. 아내의 편지와 강아지를 본 존은 오열하며 그 마음을 받는다. 죽음을 삶의 이유로 알고 지내던 존은 그렇게 죽음 반대편의 모습을 알아가며 일상으로 다시 조금씩 발길을 돌려갔다.

그리고 뜻하지 않은 사건이 그를 다시 죽음의 세계로 인도했다. 주유소에서 만난 ‘요제프’는 존의 ‘69년식 머스탱’을 탐낸다. 밤에 그의 집에 쳐들어가 존을 때려눕히고 강아지를 죽인 뒤 차를 훔쳐 달아난다. 요제프는 존이 과거 일을 도맡아 해주던 폭력조직 보스 비고의 아들이다. 존은 자신의 삶을 지탱해주던 강아지(아내의 마음)의 복수를 위해 무려 5년 동안 숨겨뒀던 칼을 꺼내든다.

 ‘존 윅’, 스크린을 불태우는 섭씨 1000도의 분노 기사의 사진

영화는 초반 존과 요제프의 사건이 벌어진 후 극점의 감정 상태를 유지한 채 시종일관 달리고 또 달린다. 주인공 키아누 리브스의 선한 이미지와 대비되는 주인공 ‘존 윅’의 무표정한 얼굴은 이 영화가 말하는 ‘한 남자의 분노’에 맞물려 관객들의 체온을 순식간에 끌어 올린다.

우선 ‘존 윅’은 ‘강함’이란 단어에 있어선 무소불위의 권력을 쥔 절대자로 영화는 묘사한다. 존을 죽이기 위해 비고가 그의 집으로 보낸 킬러들은 힘 한 번 써보지 못하고 ‘원 샷 원 킬’의 희생양이 된다. 뜻하지 않게 그의 집을 방문한 경찰이 현장을 바라본 뒤 “다시 복귀한 것이냐. 그럼 방해하지 않겠다”는 대사는 존이 살고 있고 그가 어떤 위치와 세계에서 살아왔는지를 알려주는 단편의 조각이다. ‘컨티넨털’의 수장 윈스턴(이안 맥셰인)과의 대화에서 느껴지는 블랙 코미디적인 느낌은 ‘존 윅’이 가진 양념 가운데 하나다.

 ‘존 윅’, 스크린을 불태우는 섭씨 1000도의 분노 기사의 사진

사실 영화는 기존 원 맨 액션 장르의 클리셰로 뒤덮인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누군가의 죽음(기존 영화에선 아내 혹은 딸, 가족 등) 그리고 신도 넘어설 듯한 강인함이 주된 포인트다. 하지만 반대의 포인트는 기존 영화가 주인공이 강인함을 숨기고 출발하는 반면, ‘존 윅’은 시작부터 그 세계의 전설이란 점이다. 그들에겐 이미 존재하는 악마가 바로 존 윅이다. 이 점이 ‘존 윅’의 차별점이고 비슷한 장르물의 스토리와 다른 방식으로 이어가는 점이다. 장르 비꼬기의 시도다.

또한 존의 복수가 주된 포인트이지만 단순하게 복수만으로 러닝타임을 끌고 가지는 않는다. 영화 전체의 프롤로그는 앞서 설명한 ‘존 윅’의 복수를 이끌어 내는 데 성립되는 장치가 되고 그 이후에는 존이 살아왔던 ‘부기맨’(킬러)의 사회적 특성 그리고 ‘부기맨’의 커뮤니티와도 같은 ‘컨티넨텔 호텔’ 시퀀스에서의 내용 등이 추가되며 독특한 킬러 액션의 방향성을 정립한다. 이 두 가지 요소가 존의 복수와도 맞물려 전혀 어색함이 없이 돌아가는 점은 단순한 클리셰의 반복이 아닌 ‘진화’로 해석해도 무방할 정도다.

 ‘존 윅’, 스크린을 불태우는 섭씨 1000도의 분노 기사의 사진

물론 이 영화의 최강 미덕은 ‘존 윅’의 원맨 액션이다. 총을 사용한 이른바 ‘건 푸’(Gun Fu) 액션은 단순 명료한 카메라 워킹으로 관객들의 몰입도를 끌어 올린다. 기본 스타일리시 액션이 가진 혼란스런 카메라 화법은 ‘존 윅’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과도한 컷의 나눔, 슬로우 모션을 배제하고 풀 샷 개념의 액션 화면 구성은 사실성과 무게감을 높이는 흥미로운 장치로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가장 ‘존 윅’의 액션과 분노의 수치화를 끌어 올리는 것은 아무래도 주인공 키아누 리브스의 절제된 연기력에 있을 것이다. 키아누 리브스는 기존 영화들에서 보여왔던 화려함보단 담백함과 절제의 미학을 추구하는 스타일의 연기를 보여 왔다. ‘존 윅’은 주인공의 감정 폭발이 얼굴이 아닌 행동으로 끌어 나와야 하는 영화다. 이점에서 키아누 리브스와 ‘존 윅’의 만남은 최상의 조합이라고 밖에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존 윅’, 스크린을 불태우는 섭씨 1000도의 분노 기사의 사진

‘존 윅’은 주인공의 ‘존 윅’의 분노가 어떤 방식으로 표출되고 이를 막아내는 적들의 괴멸을 즐기는 데만 집중하면 그만인 영화다. 단순하고 명료하고 확실한 내용이다. 최근 ‘원 맨 액션’ 영화들이 추구하는 장점이 모두 결합돼 있고, 그와는 반대의 요소도 군데군데 보인다. 하지만 관객들에게 제공하는 쾌감 지수의 수치와 마지막 결말의 한 장면만으로도 ‘존 윅’은 독특함을 넘어 새로운 장르의 구축을 완성한 할리우드 액션의 새로운 세계로 봐도 된다. 이 영화 너무도 뜨겁다. 개봉은 오는 21일.

김재범 기자 cine517@

뉴스웨이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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