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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은 리더십이 살렸다

현정은 리더십이 살렸다

등록 2015.06.30 07:41

수정 2015.06.30 08:48

정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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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그룹, 우려·냉소 뒤집고 자구계획 조기 완료1년여 만에 현금 3조5000억원 조달···목표치 넘겨‘재계의 걱정거리’서 ‘구조조정 모범 기업’ 탈바꿈현정은 회장, 꼼꼼한 어머니 경영 빛 발해

현정은 리더십이 살렸다 기사의 사진

‘왕년의 호랑이’ 현대그룹이 재기를 향한 뱃고동을 울리기 시작했다. 지난 1년여 간의 강도 높은 자구계획을 조기에 마무리 짓고 명성 재건을 향한 순항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그룹은 지난 2013년 12월 총 규모 3조3000억원 규모의 자구계획을 내놨다. 당장의 유동성 위기가 도래한 것은 아니었지만 잠재적인 유동성 위기 요소를 없애고 시장의 불안 심리를 일소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였다.

현대그룹의 자구계획은 시장의 예측과 달리 매우 파격적이었다. 현대그룹은 그룹의 3대 주력 업종(해운·기계·금융) 중 한 축인 금융 사업을 과감히 포기하겠다고 나섰다. 그 일환으로 그룹의 현금 창출원이던 현대증권과 자회사를 매각키로 했다.

현대그룹의 자구계획 발표 당시 시장의 반응은 냉랭했다. 금융 사업을 포기한다는 것은 그룹의 돈줄을 바꾸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금융 사업을 접을 경우 향후 재무에 대한 안정성에 우려가 있을 수 있다. 때문에 당시 다수의 시선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더불어 단기간에 거액의 현금을 창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특히 해운업의 업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핵심 계열사의 자산이 쉽게 팔릴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판단이 우세했다. 그러나 시장의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현대그룹은 자구계획 발표 이후 불과 5개월 만에 전체 자구계획의 절반 수준에 해당하는 약 1조6000억원을 조달하는데 성공했다. 국내에서 자구적 구조조정을 단행한 기업 중에서 이처럼 빠른 기간에 거액을 조달한 경우는 없었다.

가장 큰 성과는 현대상선 LNG운송사업부의 매각이었다. 현대상선은 당초 계획보다 빠른 지난해 2월 IMM인베스트먼트로부터 9700억원을 받고 LNG운송사업부를 매각했다.

여기에 부산신항터미널의 재무적 투자자를 교체하고 현대상선이 보유하고 있던 금융지주회사의 지분과 유휴 컨테이너, 부산항의 항만 부지 등 팔 수 있는 자산은 모두 처분하는 강수를 뒀다. 알짜 회사인 현대로지스틱스의 지분도 처분하면서 6000억원을 벌어들였다.

현대엘리베이터에 대한 유상증자를 단행했고 현대상선에는 외자를 유치했다. 회사의 생존을 위해 조직의 규모를 줄이고 인력 조정의 아픔도 감내했다. 그 결과 무려 2조원 이상의 현금이 불과 6개월 만에 모이게 됐다.

자구계획의 가장 큰 줄기였던 현대증권 매각은 오랜 진통 끝에 해결됐다. 당초에는 현대자동차그룹이나 현대중공업그룹 등 범 현대가 기업이 현대증권을 인수할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다. 그러나 실제 현대증권의 새 주인은 일본계 금융자본인 오릭스였다.

현대그룹은 지난 19일 그룹 계열사 등 특수관계인이 보유했던 현대증권 지분 22.56%를 오릭스 측이 설립한 특수목적회사인 버팔로 파이낸스 유한회사에 매각키로 계약을 체결했다. 현대그룹은 이를 통해 6475억원의 현금을 조달했다.

처음에는 약 1조원 안팎에서 현대증권의 매각대금이 정해질 것이라고 예측됐지만 여러 상황이 맞물리면서 예측보다 낮은 가격에 매각이 성사됐다. 현대그룹은 현대증권의 매각을 통해 8500억원(2000억원 규모 자산유동화대출(ABL) 포함)의 현금을 조달했다.

자구계획을 모두 실천한 결과 현대그룹이 1년여 간 조달한 유동성 현금은 모두 3조56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당초 계획보다 8%를 초과 달성했다. 현대그룹의 이같은 고강도 구조조정은 시장의 우려를 정면으로 뒤집은 구조조정의 모범 사례로 남게 됐다.

재계 안팎에서는 현대그룹의 고강도 구조조정이 원만히 이뤄진 비결로 현정은 회장의 조용하고도 뚝심 있는 ‘어머니식 리더십’이 빛을 발한 덕분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현정은 회장은 재계 안팎에서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러나 그룹 내부적으로는 회사의 안 좋은 점과 개선해야 할 점을 꼼꼼히 파악해 이를 완벽히 해결하는 내실 경영을 진행하고 있다.

이메일을 통해 자주 소통하고 여름철이면 직원들의 집으로 삼계탕을 보내는 등의 ‘스킨십 경영’을 통해 어려운 상황을 함께 이겨내자는 메시지를 자주 전달한 것도 현대그룹이 시장의 예상보다 빠른 기간 내에 구조조정을 마무리한 비결로 꼽히고 있다.

현 회장의 리더십 덕에 생존의 기틀을 잡은 현대그룹 계열사들은 실적 반등을 이루고 있다. 주력 계열사인 현대상선은 올 1분기 영업손익 부문에서 흑자로 돌아섰다. 지주회사인 현대엘리베이터 역시 영업이익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수익성이 회복되고 있다.

지난해 1분기 616억5000만원의 영업손실을 봤던 현대상선은 올 1분기 42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전통적 해운업 비수기인 1분기에 현대상선이 영업이익을 낸 것은 5년 만이다.

현대엘리베이터도 지난 2013년 1분기 134억원이던 영업이익이 올해 1분기 289억원으로 늘어나 2년 사이 영업이익 증가율이 무려 115.7%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무구조 역시 지속적으로 안정세를 찾고 있으며 해외 수주도 이어지고 있다.

앞으로의 전망도 좋다. 현대그룹의 성장에 장애물이 될 만한 악재가 딱히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현대그룹 계열사들을 압박했던 회사채나 기업어음(CP) 상환의 부담도 현재로서는 크지 않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생존의 기반을 마련한 만큼 앞으로는 내실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그룹 경영 기조가 강화될 것”이라며 “현 회장 특유의 조용한 리더십이 긍정적 평가를 받은 만큼 앞으로의 실적에 대해서도 큰 걱정은 없다”고 설명했다.

정백현 기자 andrew.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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