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인 취임일성서 체질개선 주문···원가공개 등 업계요구 사실상 거부···삼성·현대 등 대형건설 사장들 간담회 불참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이 취임 일성으로 건설사 구조조정을 꺼내놓으면서 업계가 긴장모드에 돌입했다. 강 장관은 취임 이후 업계와의 간담회에서 위기극복 방안을 위해 사업장 정보 공개 문제 해결 등의 요구는 사실상 외면한 채 기업의 체질개선을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
15일 건설·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과 건설업계 최고 경영자(CEO)들이 지난 2일 건설산업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건설업계에선 최삼규 대한건설협 회 회장을 비롯해 박기풍 해외건설협회 회장, 박영식 대우건설 사장, 임병용 GS건설 사장 등이 참석했다.
최근 주택시장이 살아나긴 했지만 기반시설 사업 등 전반적인 국내 건설시장은 정 체돼 있고, 저(低)유가 영향으로 해외 플랜트 수주시장이 급격히 위축되는 등 한국 건설업계가 내우외환에 시달 리고 있다는 데 대해 인식을 공유했다.
하지만 건설산업 위기에 대처하는 방안에 대해선 강 장관과 건설업계가 극히 상반된 입장을 내놨다. 강 장관 은 우선 중·장기 청사진을 들고 나오며 업계 스스로 쇄신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설업계가 스스로 진화하 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며 자정을 촉구한 것이다.
강 장관은 “지금의 위기는 단순한 경기 순환의 문제라기보다는 경제와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에 따른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려면 단순 시공 능력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사업기획, 프로젝트 관리·시공·운영뿐 아니라 건설금융·외교를 포 괄하는 경쟁력 있는 산업생태계 구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강 장관의 이같은 발언은 건설업계 전반의 문제점을 짚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으며, 이는 곧 개혁 드라이브를 걸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의미다.
건설업계 구조조정 한파도 예상된다. 금융당국의 기업 구조조정이 임박한 상황에서 주무 수장인 강 장관마저 부실기업에 대한 퇴출을 강력히 주문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실제 강 장관은 “시장기 능을 강화해 부실기업의 퇴출이 가능 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입찰제도와 보증제도의 변별력을 높여 시장기능 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업계는 건설회계 투명성 제고 방안 조치부터 보완하거나 연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건설원가가 공개되면 수주경쟁력이 악화돼 더 큰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는 얘기다. 일단 발등의 불부터 꺼줘야 업계가 활성 화될 수 있다고 맞선 셈이다.
이들은 지난 10월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수주산업 회계 투명성 제고방안’ 에 따라 주요 사업장 정보공개 의무가 적용되면 국내 건설업체들의 해외 수주 경쟁력은 크게 약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존 사업장에선 해외 발주처가 사업 이익구조를 들여다본 뒤 공사 대금 을 후려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 회장은 “투명성 제고방안에 따라 주요 사업장별 공사진행률·충당 금·미청구공사 등이 공개되면 해외 경쟁사가 국내 건설회사의 공사 원가를 추정해 입찰에 역이용할 수 있다” 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 건설회사와 엮이면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는 것 때문에 해외 업체들이 우리와 컨소시엄도 맺지 않 으려 할 것”이라며 “문제가 상당한 만큼 제도 도입을 연기하거나 세부 기준 을 수정할 수 있도록 국토부가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배 기자 ksb@
뉴스웨이 김성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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