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률 1.7대1’ 시내면세점 3차 대전, 빅5 운명은

경쟁률 낮아졌지만 경쟁은 치열한 양상

시장 포화, 신규 사업자 부진으로 참여율 저조

‘마지막 특허’ 가능성 높아 특허 획득 의지 강해

장단점과 참여 명분 뚜렷해 결과 예측 분분

롯데 월드타워와 워커힐 스파 리조트. 사진=각사 제공

서울 시내 면세점을 둘러싼 대기업간의 ‘3차 면세점 대전’이 4일 특허 신청 마감으로 두달여간의 본격적인 대장정에 돌입했다.

관세청이 4일 서울 지역의 신규 시내 면세점 특허 입찰을 마감한 결과 일반경쟁에 롯데면세점, SK네트웍스, 현대백화점그룹, 신세계디에프, HDC신라면세점 등 5개 대기업이 참여했다.

3개 특허에 5개 기업이 도전하기 때문에 경쟁률은 약 1.7대1을 기록했다. 지난해 여름에 진행된 서울 시내 신규 면세점 특허 입찰 당시 2개 특허에 7개 기업이 참여, 3.5대1의 경쟁률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경쟁률은 크게 낮아진 셈이다.

특허 수는 ‘3개’나 추가됐으나 이미 서울 시내에 9개 면세점이 운영 중이다보니 시장 포화가 우려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난해 새롭게 특허를 취득한 면세점들이 매장 오픈 후 안정화 단계를 거치면서 실적이 부진한 점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두산, 한화갤러리아 등 신규 사업자는 물론 시장 진입을 원하던 이랜드도 여러 제반 상황을 고려, 이번 입찰에 불참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지난해에 비해 ‘열기가 식었다’는 의견도 나오지만 오히려 현장에서는 치열한 경쟁이 예고되고 있다. 이번 입찰로 서울 시내 면세점만 13개로 늘어나 사실상 ‘마지막 특허’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각 기업별로 면세점 획득 명분이 뚜렷해 의지가 강력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면세점 부지가 강남에 집중된다는 점도 또 다른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면세점 부활’ 절실한 롯데·SK=롯데면세점과 SK네트웍스는 지난해 특허를 상실해 수십년간 운영하던 월드타워점과 워커힐면세점의 문을 닫아야만 했기 때문에 이번 특허 재획득이 아주 절실하다.

롯데면세점은 최근 불거진 롯데그룹의 비리 수사로 커다란 암초를 만났으나 이 수사가 사실상 마무리 수순으로 넘어가면서 한숨 돌린 상황이다.

업계 1위라는 점을 바탕으로 ‘경쟁력 있는 기업에 특허를 줘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우는 중이다. 실제로 이번 특허 심사에서는 심사 결과를 공개하기로 한 만큼 롯데에게 지난해보다 유리한 상황이라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장선욱 롯데면세점 대표는 “외국인 관광객 선호도 1위의 롯데면세점 브랜드 파워와 지난 27년간의 성공적인 운영을 통해 국내 3위로 발돋움한 월드타워점의 검증된 능력 등 경쟁자가 도저히 따라올 수 없는 강점을 사업계획서에 담았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SK네트웍스도 워커힐 면세점의 부활을 목표로 하면서 대규모 투자 계획을 공개했다. 사실 SK네트웍스는 유일한 강북권 후보지임에도 불구하고 주요 관광지가 밀집한 도심과의 거리, 강북권 면세점 포화 등으로 경쟁력이 다소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 가운데 SK네트웍스는 6000억원대 대규모 투자를 통해 자체적으로 ‘도심형 리조트’라는 워커힐만의 강점을 강화함으로써 세계적인 관광명소를 육성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이 투자금 중 1200억원은 세계 최장의 인피니티 풀과 사계절 이용할 수 있는 스파 시설을 갖춘 연면적 1만2000평 규모의 ‘워커힐 리조트 스파’ 조성에 사용된다. 워커힐면세점도 기존보다 2.5배 더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사진=현대백화점그룹 제공

◇시장 진출 재도전하는 현대백화점=지난해 7월 면세점 시장 진출을 노렸던 현대백화점그룹은 1년여간의 준비 끝에 특허에 재도전한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유통업계 ‘빅3’로 꼽히는 대기업이지만 아직 면세점 사업에는 진출하지 못했다. 중국인 관광객이 크게 늘어나면서 ‘황금알을 낳는 시장’으로 불리면서 신성장동력으로 면세점 사업 진출을 타진했으나 지난해 7개 기업 중 7위에 머무르며 고배를 마시기도 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해 중소기업과의 컨소시엄을 구성했던 것과 달리 올해는 단독 법인 설립해 입찰에 참여한다.

후보지는 지난해와 같이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으로 결정했다. 인근에 롯데면세점 코엑스점이 위치해 있고, 강력한 경쟁자인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이 특허에 재도전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HDC신라면세점이 바로 맞은편 아이파크타워를 후보지로 결정했다는 점은 현대백화점에게 불리한 상황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이에 대해 ‘신규 사업자에 대한 기회 제공’이라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면세점 시장의 독과점 논란 해소를 위해서는 신규 사업자 등장으로 시장 경쟁을 촉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이번 입찰의 유일한 신규 사업자다.

실제로 이동호 현대백화점면세점 대표도 "이번 서울지역 시내면세점 입찰이 새로운 사업자 진입을 통해 선의의 경쟁을 촉발시켜 면세점 품질을 한 단계 끌어올리면서 국가경쟁력도 제고하겠다는 게 기본 취지"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신세계의 센트럴시티와 HDC신라면세점의 아이파크타워. 사진=각사 제공

◇‘규모의 경제’ 원하는 신세계·HDC신라=지난해 이미 특허를 획득한 신세계와 HDC신라면세점도 이번 입찰에 다시 한 번 도전한다.

이들이 시내 면세점 특허를 또 다시 얻고자 하는 이유는 면세점 사업이 ‘규모의 경제’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면세점은 사업장이 늘어날수록 경쟁력 우위를 점할 수 있기 때문에 서울 시내 면세점 추가 운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신세계디에프는 명동에 이어 고속터미널역의 ‘센트럴시티’를 부지로 결정하고 입찰에 참여했다. 센트럴시티 중앙부에 약 1만3500㎡(4100평)규모로 신규면세점을 조성해 쇼핑, 관광을 원스톱에 즐길 수 있는 도심형 쇼핑 테마파크로 거듭나겠다는 계획이다.

신세계는 특히 센트럴시티의 지리적 입지를 내세워 ‘경제적 파급 효과’라는 논리를 강조하고 있다. 교통의 요지인 센트럴시티에 면세점을 조성해 관광객 수요 증가 등 경제적 파급 효과를 전국에 확산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호텔신라와 현대산업개발의 합작법인인 HDC신라면세점도 이번 특허에 다시 한 번 도전한다. 일각에서는 호텔신라의 단독 입찰, 또는 또 다른 기업과의 합작법인 가능성도 제기됐으나, 다시 ㅎ현대산업개발과 입찰에 참여하면서 일회성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협력을 이어간다는 양사의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특히 양사의 합작 외에 삼성그룹의 IT계열사들이 이번 면세점 구성에 참여한 것이 돋보인다. 삼성전자는 이번 신규 면세점에서 5세대 통신을 활용한 융합현실(MR, Merged Reality) 기술을 국내 유통 업계 최초로 선보인다. 삼성SDS의 AI(Artificial Intelligence, 인공지능)와 머신러닝(Machine Learning, 빅데이터 활용) 기술도 등장한다.

다만 입지로 결정한 아이파크타워가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롯데면세점 코엑스점, 월드타워점과 인접한 점은 약점으로 꼽힌다. 이번 신규 특허가 모두 삼성동 일대에 배정되긴 어렵다는 관측이 우세한 데다 경쟁사들과 달리 HDC신라면세점은 지난해 특허를 획득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이길한 HDC신라면세점 공동대표는 “이번 신규면세점 입찰 참여를 통해서 전체적으로 파이를 키우는 데 초점을 맞췄다”며 “선의의 경쟁을 통해서 한국 경제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관세청은 신청서류 심사와 현장실사, 특허심사위원회 심사 등을 거쳐 오는 12월 중 신규 면세점 사업자를 최종 선정할 예정이다.

정혜인 기자 hi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