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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상선 키우겠다던 정부, 뜬구름만 잡았다

현대상선 키우겠다던 정부, 뜬구름만 잡았다

등록 2016.11.15 15:58

임주희

  기자

국전선사로 키우겠다며 한진해운 죽였는데현대상선, 한진해운 자산 인수전서 탈락선박금융 활용 여부에 비난 여론 확산현대상선 자금 유동성↓·누적 영업손실↑ 해운업계 “정부, 뻥카만 날렸다” 분통

사진=현대상선 제공사진=현대상선 제공

현대상선이 한진해운 자산 인수에 실패했다. 당초 현대상선이 한진해운 자산을 인수해 한국 해운업 경쟁력 약화를 막겠다던 정부 계획에도 차질이 생겼다. 법정관리 중인 한진해운 보유 자산 중 현대상선에 필요한 자산만을 추려 매각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또한 입찰에서 현대상선이 유일한 국적선사라는 이유로 우대해 줄 수도 없다.

해운업계에서는 정부가 해운업에 대한 몰이해와 판단으로 한국 해운업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상선에 대한 부정확한 가치 평가도 지적되는 부분이다.

현대상선은 올3분기 누적 매출액 3조3132억원, 영업손실 647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25% 감소했으며 영업손실 폭은 344% 급증했다. 게다가 한진해운 등의 자산을 인수하기 위해선 금융권의 지원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해운업계에서는 한진해운 법정관리 이후 정부가 냉정하게 현 사태를 파악하지 못하고 안일한 대처로 또 하나의 국적선사를 잃는 자충수를 두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현대상선은 3월21일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자율협약을 신청, 29일 채권단과 조건부 자율협약을 체결했다. 채권단의 조건은 사채권자 채무조정과 용선료 조정, 얼라이언스 가입이다.

현대상선은 6월 들어 8000억원 규모 채무재조정안을 가결했다. 대주주 감자도 결정했다. 6월10일에는 용선료 인하 조정안을 발표했다. 7월 14일 2M 얼라이언스와 공동운항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며 채권단과 맺은 조건부 자율협약의 전제 조건을 모두 달성했다. 구조조정을 완료하고 새롭게 출발한 것이다.

하지만 현대상선 구조조정은 현대상선 단독으로 이룬 성과라고 보기 어렵다. 해운업계에선 채권단인 산업은행과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현대상선이 구조조정을 완료할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한진해운의 경우 산업은행에 편지 한 통만 써달라고 했는데도 꿈쩍도 하지 않은 걸로 안다. 헌데 현대상선이 선주들을 초대해 용선료 협상을 벌인 테이블에 산업은행 관계자가 함께 자리했다. 그 자체만으로도 정부의 의지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체결한 2M 얼라이언스와의 공동운항을 위한 양해각서는 구속력이 없다는 것도 밝혀졌다. 정부와 채권단의 용인했기에 현대상선이 구조조정을 완료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간 이후 한국 해운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정부는 현대상선이 한진해운 자산을 매수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언급했다.

당시 해운업계에선 이제 막 법정관리를 시작한 한진해운의 자산을 현대상선이 인수토록 하겠다는 정부의 설명에 의아함을 제기했다. 정부는 국내 해운업계 경쟁력이 약화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유일한 국적선사인 현대상선이 한진해운 자산을 인수해야 한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이제 막 구조조정을 완료한 기업에 법정관리 결과도 나오지 않은 한진해운의 자산을 인수토록 하겠다는 계획은 한진해운 청산에 무게를 둔 발언이라며 비난이 일었다. 이후 진행된 정부의 해운업 지원 정책도 현대상선을 키우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지난달 31일 ‘해운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지난해 발표한 신규 선박 발주 금융 지원 프로그램인 ‘선박 신조 지원 프로그램(선박펀드)’ 규모를 약 1조3000억원에서 2조6000억원으로 확대했다.

지원 대상도 컨테이너선에서 벌크선과 탱커선으로 넓혔으며 펀드는 금융회사 60%, 국책 금융기관 30%, 해운사가 10%의 비율로 자금을 내도록 했다. 내년 상반기에는 자본금 1조원 규모의 가칭 ‘한국선박회사’를 설립한다.

이를 통해 정부는 경쟁력이 취약한 원양선사의 컨테이너선을 우선적으로 인수할 방침이다. 정부가 내놓은 안에 따르면 해운업에 총 6조5000억원을 지원하게 된다.

문제는 정부 정책에 현대상선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이 모호하다는 것이다. 또 다른 해운업계 관계자는 “이번 방안은 선박 건조에 대한 대책만 있을 뿐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원양선사의 입지를 넓힐 수 있는 방안은 부족하다”고 말했다.

현대상선의 경우 정부 정책을 활용해 선대를 키워 안정성과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적극적으로 임했던 한진해운 자산 인수 입찰은 물거품이 됐으며 입찰에 참여한 스페인터미널의 경우 인수 자금 마련 시 금융부담이 증가하게 된다.

매출이 하락하고 영업손실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경쟁력 확보를 위한 자산 인수는 200% 아래로 겨우 낮춘 부채비율을 증가시킬 가능성이 높다. 점차 낮아지는 글로벌 운임도 현대상선에게는 좋지 않은 조건이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정부는 뜬구름 잡는 정책만 내놓은 후 새로운 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의 현대상선은 법정관리 중인 과거의 한진해운과 비슷한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다. 돈이 되는 자산은 대부분 매각했으며 한진해운 발 물류대란으로 글로벌 화주들의 신뢰는 잃은 상황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시장 점유율도 높지 않다. 2M 얼라이언스 본계약 체결을 위해 논의 중이나 쉽게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해운업계에선 현대상선이 2M 얼라이언스에 가입한다고 해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도 아니라고 평가했다. 오히려 머스크와 MSC의 견제로 인해 노선 경쟁에서 밀릴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제 2차 치킨게임도 문제다. 향후 2~3년 동안 머스크가 주도하는 2차 치킨게임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현대상선을 수익성 개선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지만 해운업 상황은 열악한 상황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현 정부의 해운업 정책은 우는 아이 달래기 용으로 밖에 안 보인다. 다양한 시나리오를 예상해 단 시간 내에 현대상선을 성장시켜 글로벌 해운업의 파고에 버틸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치밀한 계산은 없는 것 같다”며 “향후 2차 치킨게임이 진행될 경우 겨우 숨을 붙여 놓은 현대상선도 버티지 못하고 좌초되고 말 것이다. 눈에 보이는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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