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부서별 예산 변경 권한 부여 추진지주사 전환 앞두고 독립성 강화 목적탄핵 정국으로 향후 정세 여전히 안갯속국회 정상화 시기·이사장 거취 등 지켜봐야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독립채산제로의 사업구조 변화를 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독립채산제는 단일기업 또는 공장, 사업부 등 기업 내 경영 단위에게 단독으로 사업을 성립시킬 수 있는 권한을 주는 경영관리제도 가운데 하나다.
현재 거래소는 산하에 유가증권시장본부, 코스닥시장본부, 파생상품시장본부, 시장감시본부, 경영지원본부 등 5개 본부를 거느리고 있다. 통합 관리 중인 회계 처리를 당장 나누기 어렵지만 구체적인 예산 책정에 대해선 각 사업부에게 자율성과 탄력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거래소 측 관계자는 “사업계획 변경시 편성된 예산 내에서 각 본부가 탄력적으로 변경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라며 “예산 운용에 있어 본부별 자율성을 부여한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는 정찬우 이사장이 취임 일성으로 밝힌 부서별 자율성 확립의 연장선상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정 이사장은 취임 첫 기자간담회에서 “관료주의적이고 경직된 틀에서 벗어나 역동적인 조직문화를 조성하겠다”며 “각 본부가 자율적으로 사업방향을 정하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반영할 수 있도록 의사결정 권한을 대폭 하부 이양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거래소의 선제적인 변화 노력이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지주사 전환 문제가 1년째 제 자리에 머물러 있는 상황에서 자칫 현장의 혼란만 가중시키는 것 아니냐는 설명이다.
만약 현재의 대통령 탄핵 정국이 순리대로 마무리되고, 국회가 정상화되면 거래소의 지주사 전환 문제도 예상보다 빨리 해결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이럴 경우 유가증권시장·코스닥시장·파생상품시장이 각각 지주사로 분리돼 5개 본부에 부여된 예산 조정 권한을 다시 조정해야 한다.
현 정찬우 이사장의 향후 거취가 불투명한 것 역시 이런 주장을 뒷받침한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가결되고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되면 60일 이내에 새 대통령 선거를 치뤄야만 한다. 일각에서는 조기 대선이 구체화되면 ‘친박 실세’로 통하는 정 이사장의 임기도 단축될 수 있다는 전망이 꾸준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다만 거래소 측은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지주사 전환 문제는 앞으로도 꾸준히 추진해 나갈 계획이며, 오히려 지주사 전환의 원래 취지가 시장 간 자율경쟁체계 확립인 만큼 이번 결정은 그 취지를 단계별로 살리는 것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여·야의 대립과 부산지역 여론 등 국회 일정 및 전체적인 분위기를 감안해 내린 결정”이라며 “지주사 전환을 포기한 것은 아니며, 국회 관계자들을 만나 법안에 대해 설득하고 구조개편의 필요성을 강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금융위원회와의 협의 없이 예산안 조정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일부 지적에 대해서도 “세목 조정을 누가 할 것이냐는 조직 규정에 명시돼 있다”며 “금융위원회 인가는 따로 받지 않아도 무방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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