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적정의견 확실시···산은매각 시동사우디 오일머니 등 해외 기업들과 잇단접촉부영·호반 등 국내기업, 임직원 컨트롤 의문 내부서도 美플로어 등 선호···먹튀 잠재워야
20일 건설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해외 사업현장의 잠재 손실을 대거 반영해 지난해 4분기 769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전체 영업손실은 5030억원으로 집계됐다. 대우건설이 빅배스를 감행한 것은 지난 3분기 경영실적 회계감사 보고서에서 지정회계법인인 딜로이트안진으로부터 '의견거절'을 받음에 따라 보수적인 회계처리를 했기 때문이다.
대우건설은 해외 건설의 미래 잠재적 부실을 대부분 반영해 불확실성을 해소한 만큼 연간 재무제표에 '적정' 의견을 받을 가능성이 커 매각 성사 기대도 높아졌다. KDB밸류제6호 사모펀드를 통해 대우건설을 보유하고 있는 산업은행(50.75%)은 정부의 비금융 자회사 매각 원칙에 따라 오는 10월 이전 대우건설 매각을 완료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이에 대우건설 새 주인이 외국계 기업이나 펀드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근거가 사우디아라비아측의 대우건설 인수 관련 협의건이다. 실제 사우디 정부 관계자가 방한해 대우건설 인수의향을 밝히고, 최근엔 사우디 국부펀드 실무진이 대우건설로부터 브리핑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져 매각 성사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국부펀드나 국영기업이 대우건설을 인수하거나, 국영기업 아람코의 자회사인 에쓰오일이 인수하는 방안이 가능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대우건설 내부에서도 외국계 그룹이나 펀드를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건설이 글로벌 15위 건설사를 목표로 하는 등 글로벌 건설사를 지향하고 있는 데다, 대우건설 미래 성장을 위해서도 오일머니 등 자금력이 탄탄한 새 주인이 더 적합하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예컨대 사우디 투자청과 같은 곳이 새 주인이 된다면 회사에 대한 투자와 공사 물량 확보에도 크게 도움이 될 수 있다. 나아가 미국 플로어(Fluor)사와 같은 글로벌 기업도 대우건설측이 바라는 새 주인이다. 글로벌 건설사에게 필수인 EPC(설계, 구매, 시공) 능력 가운데 설계와 구매 등 능력이 강한 플로어와 탄탄한 시공능력을 갖춘 대우건설이 만난다면 더 큰 시너지가 일어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실제 대우건설과 플로어사는 쿠웨이트 등에서 합작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국내 건설사 등 국내 기업들은 적합하지 않다는 얘기가 동시에 나온다. 부영, 호반건설, SK건설 등 국내 건설사들도 인수 후보자로 이름을 올리고 있으나, 인수 성공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들 기업들은 규모적측면에서 매출이 10조원이 넘는 대우건설보다 덩치가 작아 대우건설과 임직원들에 대한 컨트롤이 가능할지부터 의문시된다. 실제 지난 2006년 대우건설을 인수한 금호산업도 당시 대우건설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했다는 얘기가 업계에서 나올 정도다. 게다가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대우건설 매각 적정주가를 1만3000원대로 제시한 만큼 대우건설 인수가가 3조원이 넘을 가능성도 있어 이들이 이런 대규모 자금 확보가 가능할지도 미지수다. 이와 관련 현재 산업은행이 보유한 대우건설 지분가치는 1조2780억원 수준으로 경영권 프리미엄(20∼30%)을 더하면 대우건설의 적정 인수가는 1조5000억∼1조7000억원이 될 전망이라는 관측도 동시에 나온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대우건설이 이른바 빅배스 효과로 불확실성이 많이 제거된 것이 사실이다. 연내 매각 방침을 밝히고 있는 산업은행 입장에서도 대우건설의 미래 발전과 성장을 감안해서 주인 찾기에 나서게 될 것이다. 다만 외국계 주인의 경우 헐값 매각 논란을 비롯해 먹튀나 국부유출 논란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김성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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