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유가 강세로 LNG 관련 수주 잇달아美 원유 재고 30년만에 최고··· 배럴당 50弗까지 떨어져추가 하락시 글로벌 선박 수요 감소 불가피
14일 영국 조선·해운시황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 들어 한국 조선업계는 지난 달까지 49만6606CGT(12척)을 수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세계 발주규모 대비 27.1% 수준이며 수주액은 11억7800만달러에 달한다.
특히 전세계 LNG시장 호황 속에 세계 최고 경쟁력을 보유한 LNG선박 분야의 성과가 한층 두드러진 모습이다.
같은 기간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빅3’ 조선사의 LNG 관련 선박 수주는 5척, 수주금액은 1조1600억원으로 집계됐다. 부유식 LNG 저장·재기화설비(LNG-FSRU)와 LNG 운반선 등 LNG 관련 선박들이 절반 가까운 비중을 차지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기후변화에 따른 국제적인 환경 규제가 본격화되면서 기존 화학 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LNG 수요 증가로 관련 선박 수요 역시 늘어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최근에는 유가가 배럴당 50달러선을 돌파하면서 그동안 중지됐던 LNG 관련 대규모 프로젝트가 재개돼 수주 문의가 급증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국제유가가 변화의 조짐을 보이면서 상황이 급변하는 분위기다.
이날 새벽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4월 인도분은 전 거래일 대비 9센트(0.2%) 하락한 배럴당 48.40달러에 장을 마감해 3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때 60달러선에 접근하던 런던 ICE 선물시장의 북해산 브렌트유와 중동산 두바이유 역시 배럴당 50달러 초반대까지 떨어졌다.
국제유가는 지난해 말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합의 이후 완만한 상승세를 보였으나 최근에는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 및 재고 증가로 하방 압력이 확대되는 중이다. 미국의 원유 생산량이 최근 13개월래 최고치를 경신했고, 원유 재고 역시 30여년 만에 최고 수준에 도달한 것이 이를 뒷받침이다.
이에 따라 LNG 관련 선박 수주로 불황을 타개하고자 했던 조선업계의 계획도 차질을 빚게 됐다. 당초 국내 조선사들은 올해 30척 이상의 LNG운반선 수주를 통해 ‘수주절벽’ 해소를 기대했지만 유가 하락으로 대형 프로젝트들이 또다시 이연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유가 하락이 현실화되면 LNG 관련 선박은 물론 주요 해양플랜트 발주도 감소하게 된다. 만약 유가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시추업체들은 채산성을 확보하기 어려워져 투자에 더욱 소극적으로 나설 수 밖에 없다.
일단 업계에서는 유가가 현 수준에서 횡보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현재 시장 수요가 급격하게 줄어들 여지는 크지 않다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설사 유가 하락이 당분간 지속된다 하더라도 수주 이후 실제 인도까지 6개월 이상 소요되는 만큼 단기 조정만으로 발주업체들이 기존 투자계획을 쉽게 변경하지 않는다는 논리다.
다만 LNG 관련 선박 외에 나머지 분야에서 업황부진이 지속되는 것은 부담이다. 글로벌 경기 위축으로 여전히 수주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유가 하락이 장기화될 경우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안이 마땅치 않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LNG를 중심으로 한 업황 회복 기조는 국내 업체들의 실적 전망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며 “하지만 국제유가가 약세로 돌아선다면 이런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스웨이 김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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