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감한 구조조정으로 실적 턴어라운드 이끌어주요 계열사 흑자전환·두산밥캣 등 캐시카우도 튼튼차입 부담은 여전··· 채무상환 위한 추가성장 필요연료전지·면세점 사업 등 구체적 성과 거둬야
박 회장 취임 당시만 해도 두산그룹은 유동성 위기로 전방위적 어려움을 겪었다. 두산중공업과 두산인프라코어, 두산건설 등 주요 계열사들이 1조원 내외의 순순실을 기록했고 신용등급 하락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구조조정 과정에서도 불협화음이 적지 않았다. 비용절감으로 위해 1년에만 수 차례 희망퇴직이 잇따랐고, 이 과정에서 신입사원까지 명예퇴직 대상자에 포함시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그룹 총수에 취임한 박정원 회장은 취임과 동시에 그동안 잊혀진 ‘두산 DNA’를 되찾는데 주력했다.
가장 먼저 손을 댄 것은 계열사 지분 매각을 바탕으로 한 사업구조 재편이었다.
박 회장 취임 직전 두산인프라코어가 핵심 사업 부문인 공작기계 사업부를 1조1308억원에 매각한 것을 시작으로 두산DST를 한화테크윈에 매각해 3558억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또 두산건설이 보유하고 있던 배열회수보일러(HRSG) 및 화공플랜트기자재(CPE) 사업부도 정리하며 약 2조5000억원의 유동성을 마련하는 데 성공했다.
이전까지 두산그룹은 계열사 실적이 크게 나빠지고 채권시장에서의 자금조달마저 여의치 않는 총체적 난국이었다. 하지만 사업 재편을 통해 재무위기를 극복하고 중동발(發) 저가 수주 경쟁을 촉발된 악성 수주 물량 해소에도 박차를 가하면서 1년 만에 극적인 실적 턴어라운드를 이끌어낸 것이다.
실제로 지주회사인 두산㈜은 지난해 매출액 16조4107억원과 9172억원의 영업이익을 시현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199% 급증했고 당기순이익 역시 흑자로 돌아섰다.
주요 계열사인 두산중공업과 두산인프라코어도 나란히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2015년 각각 273억원, 7810억원의 영업손실을 입었던 두 회사는 1년 만에 7912억원, 4908억원의 대규모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기업공개(IPO)에 나선 두산밥캣 역시 인수 10년만에 그룹 캐시카우로 완전히 자리 잡은 모양새다.
두산밥캣은 핵심 전방시장인 미국 주택시장을 바탕으로 완연한 성장곡선을 그리는 중이다. 올해 초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일시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지만 별다른 영향 없이 장기적으로 그룹의 주요 캐시카우로 거듭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러한 긍정적 평가에도 두산그룹이 완벽히 정상궤도로 돌아서는 데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단 그룹을 둘러싼 대규모 차입은 올해도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재 두산그룹의 차입금은 두산중공업과 두산인프라코어, 두산밥캣, 두산건설에서만 약 14조원에 달한다. 지금까지 주요 자산 및 사업 매각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했지만 이는 일시적 요법에 불과한 만큼 근본적으로 차입부담을 완화시킬 수 있는 채무상환 방안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박정원 회장 역시 신(新)성장동력 발굴에 매진하고 있다. 박 회장은 그룹 회장 취임 전 2012년부터 지주부문 회장을 역임하면서 2014년 연료전지 사업, 2015년 면세점 사업 진출 등 그룹의 주요 결정 및 사업 추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한 바 있다.
다만 해당 분야에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은 앞으로 그가 해결해야할 숙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연료전지 사업의 경우 꾸준한 투자를 통해 매출을 어느 정도 끌어올렸지만 영업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첫 매장을 연 면세점 사업 역시 업체 간 과열 경쟁에 이어 최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설치에 따른 중국과의 외교 마찰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다.
때문에 위기를 넘긴 주요계열사들의 안정적인 성장을 바탕으로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한 박 회장의 공격적인 행보는 취임 2년차를 맞아 더욱 구체화될 전망이다.
이에 대해 재계 한 관계자는 “비우호적인 영업환경과 유동성 위기 속에서도 박정원 회장의 리더십이 두산그룹의 반등을 이끌었다”며 “향후 본격적인 도약을 위해서는 지난해 성과를 발판으로 근본적인 수익구조 개선 및 사업성과 극대화가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스웨이 김민수 기자
hms@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