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증세 이야기 정직하게 해야”···김동연 “민감한 문제”추미애 “초대기업·초고소득자, 법인세-소득세 인상 검토”김진표 “나라가 제대로 돌아가려면 조세부담 올려야”
20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이 “더 나은 복지를 하려면 국민들에게 소득세를 좀 더 부담해줄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정직하게 해야 할 것 같다”며 “법인세도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장관급 회의에서 증세 문제가 공론화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증세 없는 복지’ 방침을 담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이 같은 국정 운영 5개년 발표에도 불과하고 하루가 지나지 않아 증세론이 고개를 들고 있는 셈이다.
김 장관은 “국정과제 이행을 위해 재정 당국에서 내놓은 재원조달방안은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며 “대통령께서 후보 시절에 소득세 최고구간은 조절하겠다 했고 법인세율도 우리 경제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검토하겠다고 했는데 너무 약한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해내지도 못하는 지하경제 양성화, 이런 얘기 말고 소득세율 조정 등 증세 문제를 갖고 정직하게 얘기하고 국민 토론을 요청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재부에 따르면 경제장관희에 참석한 10명의 장관 중 김 장관을 포함한 4명의 장관이 증세 필요성에 동의했고 2명의 장관도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김 부총리는 김 장관의 의견에 대해 “소득세와 법인세 문제가 제기됐는데, 재정당국에는 민감한 문제”라며 “재정 당국이 여러 가지 검토하고 있다”고 원론적인 입장을 전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초대기업과 초고소득자에 대한 법인세, 소득세 과세구간을 하나 더 신설하자는 주장을 펼쳤다.
추 대표는 “소득 200억원 초과에서 2천억원 미만까지는 현행 법인세율 22%를 유지하되 소득 2천억원 초과 초대기업에 대해서는 과세표준을 신설해 25%를 적용하자”며 “소득재분배를 위해 고소득자에 대한 과세 강화 방안으로 현행 40%인 5억원 초과 고소득자의 소득세율을 42%로 올려야 한다”고 구체적인 제안을 내놨다.
김진표 전 국정기획자문위원장도 증세 전쟁에 가세했다. 김 전 위원장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참여정부 당시 21% 수준이던 조세부담률이 현재 18% 수준"이라며 "나라가 제 기능을 하고 경제·사회에서 부족한 부분을 잡으려면 단계적으로 조세 부담을 올리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부와 여당의 잇따른 증세 주장은 전날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의 100대 국정과제 발표 후 이어진 각종 비판과 문제 제기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추산한 자료에 따르면 향후 5년간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를 이행하기 위한 재원은 178조원이다. 세입확충 82조6000억원과 세출절감 95조4000억원으로 재원을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경기가 나빠지면 세수결손이 발생할 수 있다. 또 대다수 전문가도 문재인 정부가 막대한 재원을 충당하기 위해 결국 증세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세출 구조조정이나 조세행정 강화는 지난 정부 때부터 진행해온 것으로,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다고 해도 큰 효과를 보기 힘들고 경기에 부담이 올 수 있다"며 "공약 추진을 위해서는 결국 증세가 필요한데, 증세 방안이 무엇인지 명확히 밝히지 않고 계속 이런 식으로 가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다음 달 초 발표하는 올해 세제개편안과 관련해 아직까지는 명목세율 인상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재정당국은 줄곧 증세를 결정하는 데 신중한 입장을 보이는 이유는 내년 6월 지방선거 등 고려해야 할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증세 문제는 문 대통령이 직접 주재한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20일까지 이틀 동안 열리는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선 문재인 정부 5년간의 재정정책방향이 논의된다.
뉴스웨이 주현철 기자
JHCHUL@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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