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 22일 서울에서 개최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공동위원회와 관련해 “양측은 이번 회기에서 어떤 합의에도 도달하지 못했다”며 “미국 측에서는 조속한 개정 협상을 제의했지만 우리는 이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양측은 향후 협의 일정을 정하지 않았다. 다만 앞으로도 공동위 내에서 열린 자세로 미국 측과 적극적으로 협의해 나가겠다”며 “우리가 제안한 한미 FTA 효과에 대한 조사, 분석, 평가에 대한 미국 측 답변을 기다리겠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양국은 서로의 이견만 확인한 채 한미 FTA 공동위 특별회기는 종료됐다. 특히 우리 정부는 한미 FTA 개정 협상의 공을 미국 측으로 넘기면서 미국의 답변이 오기 전까지 한동안 시간을 벌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 FTA 개정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미국과의 무역 전쟁은 한숨 돌린 상황이지만 여전히 중국과의 전쟁이 남아있다. 올해 초 사드 배치로 인한 경제 보복으로 한중 간 갈등은 지속적으로 악화됐다. 이에 대(對)중국 수출은 올 2월부터 수출 증가 폭이 점차 감소세에 접어든 상태다.
G2는 우리 수출 1, 2위 수출 대상국이다. 양국에 대한 한국의 수출 비중은 2010년대 이후 줄곧 35%를 웃돌고 있다. 올 상반기에도 대중 수출 비중은 23.2%, 미국은 12.1%를 차지했다. 동남아 등 이들 국가에 대한 우회 수출까지 포함하면 비중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특성상 수출 증가 폭이 감소하는 것도 문제지만 그동안 우리가 중국에 수출하던 주력 품목들이 중국에서 경쟁력을 잃고 있는 것도 큰 골칫거리다. 특히 반도체, 조선업, 자동차 등 모두 중국이 턱밑까지 쫒아온 상황이다. 중국은 반도체 D램 분야, 디스플레이는 액정표시장치(LCD) 분야 등에서 거세게 추격 중이다. 또 조선업은 최근 고부가가치 선박 건조계약마저 중국에 내주며 위기감이 한층 고조됐다. 이에 우리나라는 기술적인 측면에서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산업연구원은 23일 발표한 보고서 ‘수교 25주년, 한중 산업경제의 변화와 과제’에서 “중국의 산업 및 무역구조 고도화로 한중 간 수출상품 구조가 유사해지고 있어 글로벌 시장에서 양국 간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한중 관계는 그간 외교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매우 높은 수준의 협력 관계로 발전했지만 최근 사드 문제로 경제 부문의 협력 관계가 타격을 입고 있는 상황”이라며 “사드 갈등이 경제 부문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민간과 학계 교류를 강화하는 등 구체적인 대응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뉴스웨이 주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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