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 인사에 측근 채용비리도···노조 퇴진투쟁해외자원개발 실패로 수천억원대 적자 기록경영정상화 위한 성과연봉제 도입이 노조 반발 키워직원들 “인격모독성 폭언 잦아”
지난해 2월 취임한 김 사장은 특혜 채용비리와 비선경영농단 의혹으로 취임 10개월만에 사상 초유의 탄핵 사태가 벌어졌다. 지난해 11월 석유공사 노조는 사장 퇴진 찬반투표를 실시한 결과, 97.3%가 찬성해 사장 퇴진 운동에 돌입했다. 노조는 왜 김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것일까.
지난해 2월 2일 김정래 사장은 한국석유공사 제12대 사장으로 취임했다. 김 사장은 1976년 현대건설에 입사해 현대정유(현 현대오일뱅크) 전무, 현대종합상사 사장과 현대중공업 사장 등을 역임했다. 김 사장은 취임 일성에서 “지난 40년 가까이 기업에서 쌓은 경험과 지식을 활용하여 당면한 위기를 극복하고 공사가 재도약할 수 있도록 혼신의 힘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위기의 석유공사의 구원투수가 되겠다고 선언한 지 얼마가지 않아 낙하산 채용 의혹이 불거졌다. 김정래 사장은 지난해 2월과 4월 전문계약직 3명의 고문과 1명의 본부장을 채용했다. 이들은 김 사장과 함께 근무했던 현대오일뱅크, 현대중공업 출신이거나 대학교 지인들이었다. 또한 자회사인 OKYC 사장에도 지인인 현대오일뱅크 출신을 선임하면서 낙하산 의혹이 제기됐다.
김 사장은 또 취임 후 같은달 24일 경영 관련 고문 전문계약직으로 하이닉스 출신 김 모씨, 같은해 월 1일 현대오일뱅크 출신 또 다른 김 모씨를 특별 채용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김 사장과 함께 근무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채용 논란을 빚었다.
석유공사는 이명박 정부의 묻지마식 해외자원개발로 창사 이래 최대의 경영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007년 64%에 불과했던 공사의 부채 비율은 2015년 453%까지 높아졌다. 2015년 3조4331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지만 4조5000억원의 순손실을 나타내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석유공사의 영업손실은 3692억원에 이른다. 손실액은 다소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수천억대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국정감사 과 지난 2000년부터 2016년까지 총 24개의 해외광구 개발사업을 추진했다. 이곳에 투자액은 21조에 달했지만 회수액은 약8조8000억원으로 42.3%의 회수율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김 사장은 취임 초 경영 정상화를 위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석유공사는 본부 2개, 5개처, 5개의 해외사무소를 폐지, 정원 154명을 감축하는 등 나름 경영 의지를 보였다. 또 석유공사는 성과연봉제를 다른 공공기관보다 조금 빠르게 도입했고 적용 폭을 더욱 늘렸다. 명예퇴직 또한 전체 인원의 30%를 감축하기로 해, 지난해 3월부터 계속해서 인원을 줄여 거의 30%를 줄였다.
그러나 김 사장 취임 이후 경영 정상화를 위해 도입한 성과연봉제와 명예퇴직은 노조에게는 반발을 키우는 계기가 됐다. 노조는 “경영 정상화를 위해 임직원 전체가 연봉의 10%를 자진 반납하는 상황에서 평균 연봉이 1억원이나 달하는 별정직을 4명이나 채용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비난했다.
한국석유공사는 사내전산망에서 노조 게시판을 삭제하고 노조 전임간부의 게시판 게시 및 사내이메일 작성 및 발송 권한이 박탈하는 등 노조 탄압 논란에도 휘말렸다. 노조는 지난 6월15일 사내전산망에 사내 조직문화와 CEO 리더십과 관련한 설문조사글을 게시했다. 해당 글은 곧 사측에 의해 삭제됐고 다음날인 16일 석유공사 김정래 사장은 관련 부서장에게 사내전산망에서 노조 게시판 폐쇄, 간부의 게시판 게시 권한 및 사내메일 발송권한 박탈을 지시했다.
노조는 이 같은 조치로 인해 노조의 언로가 폐쇄돼 노조 운영에 심대한 차질이 발생했다며 사측의 노조 운영에 대한 지배·개입 행위라는 입장이다. 울산지방노동위원회는 회사 측이 지난 6월 노동조합 게시판을 무단 폐쇄하고 노조 위원장 등의 사내 이메일 발송 권한을 박탈한 것 등 6건을 부당노동행위로 인정했다.
최근엔 김 사장의 막말과 부하 직원 폄하도 논란이다. 직원 A씨는 “지난해 해외사무소 업무보고 때 사무소장과 부장이 답변하자 김 사장이 ‘멍멍이 소리하네’라며 비하하는 발언을 계속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직원 B씨는 “모 처장은 사장과의 대면 자리에서 ‘태화강에 가서 빠져 죽어라’는 막말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직원 C씨는 “지난해 해외사무소장 회의에서 김 사장이 발표자에게 ‘머리가 주인을 잘못 만나 고생이다’ 라고 말해 함께 배석한 직원들이 모욕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노조는 또 “사장은 ‘노조가 파업해서 빨리 회사가 망하는 게 낫다. 사장 자리 생각이 없었는데 마누라가 한번 해보라고 해서 왔다’ 등의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 사장은 “상황에 따라 의미없이 한 발언을 과장·왜곡한 것이고, 보고나 회의 때 강한 질책은 했지만 도를 넘는 수준은 아니었다. 노조가 ‘갑질 논란’을 이용하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석유공사 노조는 지난해부터 김정래 사장 퇴진운동을 벌이고 있으며 최근 산업통상자원부 앞에서 퇴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적폐청산 의지는 김정래 사장의 경질 여부에서 밝혀질 것”이라며 압박수위를 높이고 있다.노조는 “김정래 석유공사 사장은 측근채용시 비리의혹, 비선에 의한 밀실경영, 인사전횡 등 권한남용, 투기자본에 대한 사옥매각 등 국부유출, 공공기관장으로서 도덕적 해이 등 많은 문제를 야기했다”고 주장했다.
뉴스웨이 주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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