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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품·향응 고리 못 끊나

[강남재건축 복마전] 금품·향응 고리 못 끊나

등록 2017.10.18 10:23

손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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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경고에도 불구 시공사들 향응 시공사 일단 수주하고보자 강해정부 제재 효과 있을지 미지수

반포주공1단지 임시총회 현장 전경. 사진=뉴스웨이 DB.반포주공1단지 임시총회 현장 전경. 사진=뉴스웨이 DB.

최근 강남 재건축 수주전이 과도해지면서 정부에서는 시공사들에게 엄중 경고 조치에 들어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전적 이익 보장과 무상지원 등 금품과 향응으로 조합원들의 표심 얻기 공세가 유지되고 있다. 건설사들의 과도한 출혈경쟁에 우려 섞인 목소리도 속에서 정부의 제재가 실효성 효과가 없다는 의견이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토부는 지난달 29일 강남 재건축 시장의 과열을 막기 위해 대림산업, 롯데건설, 삼성물산, 대우건설, GS건설, 포스코건설, 현대건설, 현대산업개발 등 8개 건설사 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국토부는 재건축·재개발 공사 수주를 위해 위법행위를 범하거나 조합원에게 과도한 금품이나 향응을 제공한 건설사는 해당 사업에 대한 입찰 또는 시공 자격이 박탈하겠다는 경고했다.

하지만 정부의 엄중 경고에도 불구하고 건설사들의 금전적 이익 보장과 무상지원은 쏟아지고 금품과 향응이 끊이지 않게 제공되면서 너무 과도한 수주전 양상이 보이고 있다는 우려다.

먼저 강남 재건축 과열 현상이 눈에 띄게 관심을 받게 된데는 지난달 시공사 선정 총회가 있었던 반포주공1단지다. 현대건설은 이사비로 5억원을 무이자로 대여해주거나 그 이자에 상승하는 7000만원(세금 포함)을 현금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현대건설은 반포 주공1단지의 사업이 시공사가 조합과 함께 사업을 책임지는 공동사업시행 방식으로 진행되는 만큼 자신들의 수익을 낮춰 이 비용을 조합원들에게 돌려주겠다고 공언했다.

서울 서초구 반포 한신 4지구에서는 고가의 선물세트와 설명회에 참석하기만 해도 고급 리조트 이용권이 지급된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건설이 시공권을 따낸 잠실 미성·크로바 현장에서도 국토부 경고 직후에도 현금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미성·크로바의 한 조합원은 지난달 28일 모 건설사로부터 100만원을 받았다며 조합에 자진신고를 하기도 했다.

롯데건설은 송파구 미성·크로바 시공사 선정 입찰에서도 초과이익환수 적용을 받게 될 경우 ▲ 초과이익부담금 569억원을 지원해주거나 ▲ 공사비에서 569억원을 감액, 또는 ▲ 이사비 1000만원과 이주촉진비 3000만원 제공 등 세 가지 옵션을 제시하고 조합에서 선택하도록 했다. 그러나 정부는 이 초과이익환수제부담금 대납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이런 현상은 수주전에서의 설계, 브랜드 측면에서는 건설사들의 조합원을 사로잡기 위해 부동산 대책에 발맞춰, 금전적인 면에서의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새정부가 부동산 시장에 대한 규제 강화에 초점을 맞추는 상황에서 조합원들이 브랜드 가치보다 부담금이나, 이사비 등 금전적 이득을 우선할 경우가 생길 수 있다.

금전적 이익보장, 무상지원 등 금품과 향응이 제공되는 이유는 건설사들의 막대한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안전한 먹거리가 강남 재건축 사업이기 때문이다. 수주만 된다면 이라는 건설사의 인식이 지배적으로 깔려 있다. 정부의 SOC 예산 축소와 해외 수주의 악제도 한 몫 한다.

건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건설사들이 수주전에서 설계나 상품가치보다는 이사비지원 등 조합원에게 직접적인 혜택을 주는 것이 투표에 유리하다는 측면이 강하다”며 “수주전에서 선물과 현금 동원 능력이 더 중요한 잣대가 돼버렸으며 그동안의 이런 식의 수주전 분위기가 뿌리깊게 인식화돼 있는 것도 문제다”고 전했다.

또한 실제 총회 전 부재자 투표에서도 금품과 향응은 비일비재로 일어나고 있다. 부재자 투표에서 이뤄지는 금전과 선물은 눈치를 덜 볼 수 있는 분위기이기도 하다는게 업계의 시각이다. 사실상 당락을 결정한다고 판단해 막판 홍보에 집중한다. 문제는 부재자 투표 기간 동안 건설사의 매표 행위가 지속된다는 점이다. 건설사 홍보요원들은 적극적으로 금품과 향응을 제공하며 표심 확보에 주력한다. 단지 내에 마련된 부재자 투표 현장에선 건설 홍보요원과 조합원이 동행하는 모습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이러한 방법은 실제 표로 이어진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총회 당일은 보는 눈이 많아 쉽게 조합원에게 접근하지 못한다"며 "부재자 투표가 진행되면 조합원 집까지 찾아가 투표현장까지 동행하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도 정부의 제재가 실효성이 있을지도 미지수다. 정부가 현장을 모두 관리 감독할 수 있는데 한계가 있으며, 뒤늦게 위법 행위를 알게 되더라도 즉각적인 처벌이 이뤄지는데도 시일이 걸린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금품과 향응 등이 암암리에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청렴 수주를 공표한 건설사만 손해라는 인식이 있을 수 있다”며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금품·향응에 대한 즉각적으로 처벌하고 법적인 테두리가 실효성 있게 견고하게 다져져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강남 수주전의 과열현상은 건설사들의 제살깎기식의 출혈경쟁이라는 시각도 있다.

도시정비사업의 한 관계자는 “강남 재건축 수주전 경우에 시공권을 따내기 위해 건설사들은 많은 시간과 비용을 써가며 투자를 했는데, 수주에 실패를 한다면 그 리스크를 온전히 감당해야 한다”며 “건설사가 쓴 영업·홍보비용만 해도 수백억원에 달할 것이고 패배한 건설사는 타격이 작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과도한 경쟁이 오히려 정부의 눈밖에 나는 꼴이 되면서 건설사들은 큰 고심을 하게 될 수 밖에 없다” 말했다.

부동산 업계의 한 전문가는 “강남 재건축 수주전의 위법행위와 음지에서 진행되는 선물제공, 향응을 하는 문화는 장기간 지속돼 왔던터라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정부의 강력하고도 현실적인 제재 방안과 실행력, 재건축 조합들과 시공사들의 인식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손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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