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분별한 청원 ‘난무’, 靑 ‘골치’국민신문고와의 중복행정 논란도이용호, ‘부분실명제 도입’ 주장
그러나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대한 여론의 반응을 살펴보면, 찬사보다는 우려의 시선이 짙다. 게시판 곳곳에서 무분별한 청원이 난무하기 때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거짓 청원과 욕설이 섞인 청원, 동일한 청원 반복 등도 존재한다. 이는 국민청원 게시판의 순기능을 저하시킨다는 게 중론이다. 그래서일까. 국민청원 게시판 역기능에 대한 정치권의 질타도 상당했다. 이용호 무소속 의원은 지난 22일 보도자료를 통해 국민청원 게시판 관련 “(문재인 대통령을 향한) 고공지지율만 믿고 충분한 검토 없이 내놓은 어설픈 제도가 ‘생사람 잡는 격’이며 현 정부의 발등을 찍고 있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심각한 것은 적절치 못한 요구와 답변으로 삼권분립을 위협하고, 국민신문고와의 중복행정, ‘국민권익위원회 패싱’ 현상”이라고 덧붙였다.
이를 청와대도 모를 리 없다. 임종석 대통령비서실 비서실장은 지난 21일 국회 운영위원회 업무보고 때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관련 “(일부) 답변하기 부적절한 성격의 내용들이 올라온다”고 털어놨다. 이어 “어쨌든 답변하겠다고 약속한 이상 곤란한 질문이라도 원론적 답변이라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고민정 청와대 부대변인도 같은날 청와대 SNS인 ‘11시50분 청와대입니다’에서 “(청와대가) 입법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다”며 “그러나 국민들에게 소통의 창구를 열어놓는다는 것은 큰 의미가 아닐까 싶다. (국민청원 게시판을 통해 다양한 사회문제가) ‘공론의 장’으로 확대되는 것을 모두가 확인하는 상황”이라고 항변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는 지난 22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국민청원 게시판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국민청원 게시판의 역기능을 잠재우기 위해서 다양한 대안을 언급하고 있다. 이용호 의원은 ‘부분실명제 도입’을 주장했다. 이용호 의원은 “홈페이지 실명인증 및 회원가입 후 이용을 하되 게시물은 익명처리하고 청와대 답변 시 작성자 아이디 일부를 공개하는 방식”이라고 이 같이 주장했다. 이어 “(이 경우) 무분별한 청원이나 중복추천 문제는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라며 “참고로 미국 백악관 홈페이지 청원 게시판도 회원가입 후 이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나아가 백악관은 무분별한 청원을 막기 위해 법정 사안 또는 주 정부 관할 사항에 대해서는 ‘예외 조항’을 이유로 답변을 거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의 청원인 위 더 피플이 법적인 구속력 또는 강제성이 없음을 부각한 것이기도 하다. 위 더 피플은 지난 2011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 재임 시절 만들어졌다.
한편 청와대는 지금까지 9건의 청원에 대해 답했다. 청소년 보호법 폐지 청원을 시작으로, 낙태죄 폐지, 주취감형 폐지, 조두순 출소 반대, 권역외상센터 지원, 전안법 개정, 가상화폐 규제 반대, 정형식 판사 특별 감사, 초중고 페미니즘 교육 의무화 등이 그렇다. 현재 청와대는 ‘미성년자 성폭행 형량 강화’와 ‘국회의원 급여 최저시급 책정’, ‘포털사이트 네이버 수사’, ‘경제민주화’, ‘일간베스트 사이트 폐쇄’ 등 8개 청원에 대한 답변을 준비 중이다.
뉴스웨이 우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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