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글로비스·삼성생명 등 440개사, 규제 대상 포함금융·보험사 의결권도 5%만 인정···지배력 확대 제동
지난 29일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특별위원회는 총수일가가 20% 이상 지분을 가진 상장·비상장사 모두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받는 안을 공정위에 권고했다. 현행 상장사 30%·비상장사 20%에서 기준이 강화되는 것이다. 또 일감 몰아주기 제재를 받는 회사가 지분을 50% 넘게 보유한 자회사도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포함하도록 공정위에 권고했다.
이렇게 되면 총수일가 지분 20% 이상~30% 미만 상장사 24곳과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중 지분 50% 초과 자회사 214곳이 추가로 규제 대상이 된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현행 203곳에서 441곳으로 2배가량 늘어난다. 현대차그룹의 이노션·현대글로비스, 삼성그룹의 삼성생명·삼성물산·삼성웰스토리, SK, 롯데, 한화, 신세계, GS 등 24개 기업이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는 대기업 총수일가의 ‘꼼수’ 규제 회피를 막기 위한 조치다. 2014년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시작되자 총수일가가 지분율을 낮추는 방식으로 규제를 회피하는 사례가 늘어났다. 현대차그룹 계열 광고회사 이노션의 경우 2015년 총수일가 지분율을 29.99%로 낮췄다. 아슬아슬하게 규제를 피한 현대차는 지난해 57.08%까지 내부거래 비중을 늘렸다.
내부거래가 절반이 넘는 수준이지만 지분구조상 총수일가의 보유지분이 30%가 되지 않기 때문에 규제를 할 수 없었다. 현대차는 이러한 꼼수를 다른 계열사인 현대글로비스·현대오토에버·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등에도 적용했다. 이들의 지분율은 26~29% 수준이다.
삼성 역시도 2013년 삼성웰스토리 물적분할을 통해 100% 자회사로 만들면서 규제를 피하는데 성공했다. 공정위의 규제선을 비껴간 삼성웰스토리는 즉각 내부거래 비중을 늘려 지난해에만 전체매출의 38.4%에 달하는 6657억원을 일감몰아주기를 통해 올렸다.
새로운 기준을 적용하면 정몽구 현대차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의 지분이 29.9%인 물류업체 현대글로비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지분이 20.8%인 삼성생명도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받는다. 또 삼성물산이 지분 100%를 갖고 있는 삼성웰스토리도 규제 대상이 된다. 이재용 부회장 등 총수일가의 삼성물산 지분율은 30.85%로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다.
특위 권고안을 적용하면 일감 몰아주기 제재 대상 회사가 지분을 50% 넘게 보유한 자회사도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적용받기 대문에, 삼성물산이 지분 100%를 보유한 삼성웰스토리도 규제 대상에 들어오게 된다.
또한 공익법인이 소유하고 있는 계열사 주식에 대해는 의결권 행사가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자산 총액 10조원 이상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이 대상이다. 다만 임원 선임이나 정관 변경 등 예외적인 경우에만 의결권을 제한적으로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아울러 특위는 상호출자제한집단 소속 공익법인 계열사 주식의 의결권 행사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공익법인의 내부거래나 계열사와 주식거래를 할 때 이사회 의결을 거치고 이를 공시하는 안을 권고했다.
특위는 “총수일가가 금융 계열사를 통해 편법으로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면서 이들이 보유한 계열사 지분에 대한 의결권을 제한해야 한다고 권했다. 현재 대기업 금융·보험사는 비(非)금융 계열사의 임원선임, 정관변경, 합병 등 경영권 방어와 관련된 의사결정에 한해 특수관계인 지분과 합해 최대 15%까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특위는 이 같은 의결권 한도를 5%로 낮추고 적대적 인수·합병(M&A)과 무관한 계열사 간 합병에 대해서는 아예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하라고 권고했다. 3월 말 기준 삼성전자에 대해 금융계열사인 삼성생명이 8.27%, 삼성화재가 1.45% 지분을 갖고 있는데, 이 회사들의 지분을 합쳐 5%까지만 의결권이 인정된다는 뜻이다.
특위 위원장인 유진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금융·보험회사 의결권을 규제하는 이유는 총수 일가가 자신의 돈이 아닌 고객의 돈으로 지배력을 확대하는 행위는 막아야 한다는 데 있다”라며 “공익 목적으로 사회에 내놓은 돈 역시 지배력을 확대하는 데 이용되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뉴스웨이 주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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