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6개사 평균 손해율 101.1%폭설 피해 없는데도 손해율 상승2017년 경쟁적 보험료 인하 영향금융당국 추가 인상 제동 걸 수도
계절적 요인의 영향을 덜 받은 대신 금융당국이 문제 삼아온 보험료 인하 출혈경쟁이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이는 차량 정비요금 인상분을 반영한 정비업체 재계약 진척에 따른 하반기 보험료 추가 인상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2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한화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등 자동차보험 시장점유율 상위 6개사의 지난해 12월(당월·가마감) 평균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101.1%로 전년 동월 89.3%에 비해 11.8%포인트 상승했다.
이 기간 1위사 삼성화재를 제외한 5개 회사의 손해율이 일제히 상승했다. 한화손보를 비롯한 3개 회사는 손해율이 100%를 넘어섰다.
손해율은 고객으로부터 받은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의 비율로, 자동차보험의 적정 손해율은 77~78% 수준이다.
한화손보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90.1%에서 108.2%로 18.1%포인트 뛰어 상승폭이 가장 컸다. DB손보는 88.4%에서 104%로 15.6%포인트, KB손보는 89.2%에서 103.1%로 13.9%포인트 높아져 뒤를 이었다.
메리츠화재는 85.6%에서 98.2%로 12.6%포인트, 현대해상은 87%에서 98.5%로 11.5%포인트 손해율이 오름세를 보였다.
손보사들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이 같이 가파르게 상승한 것은 앞선 2017년 경쟁적으로 보험료를 인하하는 출혈경쟁을 벌이면서 예견된 부메랑 효과다.
1년 주기로 갱신하는 자동차보험의 특성상 보험료 인상 또는 인하분은 1년 뒤부터 손해율에 본격적으로 반영된다.
겨울철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통상 폭설과 한파 등 계절적 요인의 영향으로 상승하지만, 지난해 12월의 경우 눈이 거의 내리지 않았다. 이번 겨울엔 기온이 떨어지고 바람이 강하게 불면 미세먼지가 걷히고, 기온이 높아져 바깥 활동을 하기 좋은 날엔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는 날씨가 반복되고 있다.
손보사들은 각종 제도 개선과 자연재해 감소로 손해율이 안정화됐다며 2017년 8월부터 잇따라 자동차보험료를 인하했다.
당시 KB손보는 개인용 1.5%·업무용 1.6%, DB손보는 개인용 0.8%·업무용 1.3% 보험료를 내렸다. 삼성화재와 현대해상은 개인용과 업무용 보험료를 각각 1.6%, 1.5%씩 낮춰 인하 대열에 합류했다.
이들 대형사가 앞 다퉈 자동차보험료를 낮추면서 상대적으로 손해율이 높아 인하 여력이 없는 중소형사들까지 가격 경쟁에 가세했다.
흥국화재는 9월 개인용 2.9%·업무용 1.8%, 롯데손해보험은 11월 개인용 2.5% 보험료를 인하했다.
여기에 특정 조건을 충족하면 자동차보험료를 깎아주는 할인 특약 출시 경쟁까지 어이지면서 보험료 수입이 줄어들었다.
어린 자녀를 둔 고객의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자녀 할인 특약이나 네비게이션 애플리케이션을 켜고 주행해 안전운전점수를 획득하면 보험료를 깎아주는 습관연계보험(UBI) 특약이 대표적인 예다.
주행거리가 짧을수록 높은 할인율을 적용하는 마일리지 특약, 블랙박스를 설치하면 보험료를 할인받을 수 있는 블랙박스 특약도 있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보험료 인하와 할인을 통한 무리한 가격 경쟁으로 분모에 해당하는 보험료는 줄고 분자에 해당하는 보험금은 늘어 손해율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자동차보험 손해율 상승에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일용근로자 임금 조정 등 보험금 원가 상승도 영향을 미쳤다.
다른 관계자는 “자동차 사고 발생 시 주부나 무직자 등에게 지급하는 일용근로자 임금은 매년 상·하반기 최저임금에 비례해 책정토록 돼 있는 최저임금이 인상되면서 지급해야 할 보험금이 증가했다”며 “자동차 정비요금도 일반적으로 적정 정비요금 구간 내에서 매년 소폭 인상돼 보험금 원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손해율 추이가 지속될 경우 올해 하반기 자동차보험료 추가 인상 필요성도 높아지게 된다.
손보사들은 지난해 손해율 상승분과 정비요금 인상분을 반영해 이달 자동차보험료를 인상하고 있다.
지난 16일(책임개시일) 현대해상, DB손보, 메리츠화재를 시작으로 19일 KB손보, 20일 한화손보가 보험료를 올렸고 31일 삼성화재도 인상을 단행한다.
개인용 기준 자동차보험료 인상률은 메리츠화재(4.4%), 현대해상(3.9%), 한화손보(3.8%), DB손보·KB손보(3.5%), 삼성화재(3%) 순으로 높다.
이번 인상분에는 지난해 계절적 요인에 따른 손해율 상승분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고 자동차보험 정비요금에 인상에 따른 정비업체들과의 재계약도 완료되지 않아 하반기 추가 인상 가능성이 있다.
김용덕 손보협회장은 지난 16일 기자간담회에서 자동차보험료 추가 인상과 관련해 “올해 사고 추세가 어떻게 될지, 손해율이 어떻게 될지 봐야 한다”며 “정비업체와의 계약도 여전히 추진되고 있어 거의 완료된 단계에서 제반 여건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손해율 상승은 손보사들이 자초한 것이라는 점을 들어 추가 인상에 제동을 걸 수 있다.
실제 손보사들의 출혈경쟁은 지난해 자동차보험료 인상 논의 과정에서 과도한 보험료 인상을 억제하려는 금융당국의 가격통제 논리에 활용됐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8월 자동차보험료 인상과 관련해 “보험사간 경쟁이 치열하고 최근 온라인 전용 보험 확산에 따른 사업비 절감 등 인하 요인도 있다”며 “실제 보험료 인상 수준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뉴스웨이 장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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