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례적 실적 공개···지난해 역대 최대 매출 달성2016년 전례 有, 한진해운 재무리스크 해소 목적전방위 경영권 압박 노골화에 방어전선 구축 의도
대한항공은 29일 별도 재무제표 기준 지난해 매출 12조6512억원, 영업이익 6924억원을 달성했다고 공시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7.2%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27.6% 감소한 수치다. 매출은 창사 이래 최대 실적으로, 2012년 이후 6년 만에 12조원을 재돌파하는 기염도 토했다. 대한항공은 2012년 매출 12조3418억원을 기록한 이후 5년 연속 11조원대에 머물러 왔다.
연결 기준으로는 매출 13조242억원, 영업이익 6863억원을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대한항공의 이번 잠정실적 발표가 가지는 의미가 적지 않다고 보고 있다. 외부에서의 경영권 위협에도 불구, 별다른 대응을 펼치지 않던 대한항공이 반격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이다.
대한항공은 2014년까지만 해도 매년 1월 잠정영업실적을 공시했지만, 2015년부터는 2월 초에 확정실적만 발표하고 있다. 이례적인 잠정실적 발표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2016년 3분기 잠정실적을 공시한 바 있는데, 한진해운 관련 재무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한 의도가 담겨있었다.
당시 대한항공의 영업이익은 역대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인 4476억원을 달성했고 당기순이익은 흑자전환하는 등 우수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또 한진해운과 관련된 손실 총 8251억원을 회계에 모두 반영함으로써 재무불안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켰다.
전례를 고려할 때, 견고한 잠정실적 발표함으로써 소액주주를 결집시키는 등 본격적인 대응 전략을 세운 것으로 해석된다.
대한항공은 최근 국민연금과 KCGI의 협공에 곤욕을 치루고 있다. 국민연금은 적극적 주주권 행사를 검토하며 스튜어드십 코드 행사 가능성을 높였고, KCGI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을 비롯한 총수일가의 퇴진을 요구 중이다. 특히 국민연금과 KCGI가 연대해 기관투자자와 소액주주를 지지세력으로 끌어모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대한항공은 그동안 공식 대응을 자제해 왔지만, 이번 실적 발표를 계기로 적극적인 경영권 방어에 나설 전망이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산하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가 이날 오후 예정에 없던 긴급회의를 열고, ‘10%룰(단기매매차익 반환)’ 예외 가능성을 타진하는 등 주주권 행사 강행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무대응으로 일관하던 대한항공이 갑작스럽게 잠정실적을 발표했다”며 “경영권 압박이 노골화되는 상황에서 본격적인 대응에 나서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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