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 후보자들 자녀에 ‘금수저급 특혜’ 의혹들 제기돼2030 지지율 떨어지는데···장관 인선에 신중함 필요해
지난 25일 인사청문회를 진행한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자신의 딸부부에게 분당 아파트를 증여했고, 그 집에 월세를 내면서 살고 있다. 증여가 잘못됐다고 볼 순 없지만, 매달 월세 160만원을 딸에게 주는 셈인 것이라 평범하다고 보기도 힘들다. 이를 두고 야당에선 ‘꼼수 증여’라고 문제 삼았다.
해당 증여를 문제 삼기 이전에 최 후보자의 딸부부가 월세 160만원을 받을 수 있는 아파트를 얻었다는 사실에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 건 기자 뿐만이 아닐 것 같다. ‘평범한 회사원이 직장생활을 하면서 월세 160만원을 받을 수 있는 부동산을 구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보통의 사회초년생을 보면 직장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자취를 하고, 여유가 생기면 저축을 한다. 본 기자도 월세 40만원의 원룸에서 자취를 하고, ‘내집마련의 꿈’을 위해 2년간 주택청약통장에 돈을 넣고 있다. 하지만 청년을 위한 임대주택은 터무니없이 적어 매번 순위에서 밀렸고, 분양주택은 서울지역에 신청할 수 있는 최소금액인 300만원을 채우지도 못했다.
하지만 같은 나라에 살고 있는 최모씨는 아버지가 국토부 차관까지 오르면서 번 돈으로 구입한 부동산을 넘겨받을 수 있었다. 그것도 자신의 아버지가 매달 주는 월세 160만원까지 덤으로 얻은 것이다.
지난 박근혜 정부시절 20·30세대를 가장 분노케 했던 말은 국정농단의 핵심인물이었던 최순실씨의 딸인 정유라씨가 SNS에 쓴 글이었다. “돈도 실력이야, 네 부모를 원망해”라는 문장이 청년들이 촛불을 들게 했던 이유였다. 그렇게 정권이 바뀌고 기대했던 문재인 정부가 탄생했지만, 청년들은 현 정부에도 등을 돌렸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20·30세대는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20·30세대가 등을 돌린 것이 주요했다는 분석도 정치권에서 제기된다. 이는 청년들이 지난 정부에 느꼈던 박탈감을 현 정부에서도 느끼고 있는 것이 아닐까.
국무위원 임명권자인 문 대통령이 이러한 문제를 몰랐을 리 없다. 그렇다면 문 대통령은 20·30세대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해 좀 더 신중한 판단이 필요했다. 비단 최 후보자 뿐만 아니라 이번 개각인사 대부분의 후보자가 ‘금수저’를 대물림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 자신이 이사로 있던 업체의 미국 법인에 장남이 인턴으로 채용됐다. 둘째 아들 역시 조 후보자가 카이스트에 재직하는 기간에 카이스트 위촉기능원으로 6개월간 일했다.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의 자녀들은 자신들의 수입으로는 얻기 힘든 2억원 안팎의 예금액을 형성하는 데 부모의 도움을 받았다.
이러한 의혹이 청문회에서 나오면 장관 후보자들은 단골멘트로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은 점을 송구하게 생각한다”라고 말한다. 마치 자신들은 평범하게 살았을 뿐인데, 다른 사람들과 수준차이가 난 것을 보고 하는 말 같다. 오늘도 평범하게 살아왔다고 자부한 청년들이 청문회를 통해 평범함을 도둑맞지 않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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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임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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