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구속 여부는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에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에 대한 법원의 사실상 첫 판단이어서 주목된다. 앞서 삼성 임직원 8명이 증거인멸에 가담한 혐의로 구속됐지만 분식회계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명재권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10시30분 김태한 대표와 삼성바이오 최고재무책임자(CFO) 김모 전무, 재경팀장 심모 상무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열어 구속 필요성을 심리했다.
이날 오전 9시59분께 법원에 도착한 김 대표는 “분식회계 혐의를 인정하느냐”, “분식회계를 지시했느냐” 등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고 법정으로 향했다. 김 대표는 약 3시간 30분에 걸친 영장실질심사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김 대표의 변호인은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김 대표는 엔지니어 출신”이라며 “회계 처리는 기본적으로 CFO의 영역”이라고 말했다. 횡령 혐의에 대해서는 “회사 성장 기여에 대한 정당한 성과급”이라며 “주주총회 의결 등을 거쳐 임원 보수 한도를 늘려 적법하게 지급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김 대표 등은 2015년 말 삼성바이오가 삼성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을 상실했다며 종속회사(단독지배)에서 관계회사(공동지배)로 회계처리 기준을 바꿔 장부상 회사 가치를 4조5000억원 늘린 혐의(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를 받고 있다.
검찰은 삼성바이오가 2014년 회계처리 당시 바이오젠의 콜옵션(주식매수청구권)으로 인한 부채를 감췄고 2016∼2017년에도 기존 분식회계를 정당화하기 위해 삼성에피스 회사 가치를 부풀리는 분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에피스 분식이 결국 2015년 9월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으로 출범한 통합 삼성물산의 분식회계로 이어졌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검찰은 2016년 11월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 역시 거짓 재무제표로 이뤄진 만큼 위법하다고 보고 구속영장에 김 대표 등의 범죄사실로 적시했다. 김 대표는 상장된 삼성바이오 주식을 개인적으로 사들이면서 매입비용과 우리사주조합 공모가의 차액을 현금으로 받아내는 방식으로 28억여원의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도 받는다.
한편, 함께 영장심사를 받은 김 전무는 검찰 조사에서 “자본잠식을 피하기 위해 2015년 회계처리 방식을 변경했고 2016년 이후에도 부풀린 삼성에피스 사업계획을 회계사에게 건네 재무제표에 반영하도록 했다”며 사실관계를 대체로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무는 그러면서 김 대표에게 회계처리 과정 전부를 보고·승인받았다는 입장을 내놓아, “김 전무가 알아서 한 것”이라는 김 대표와 엇갈리는 지점이 드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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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임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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