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 주가 급등에 개인은 ‘팔자’...단타족 차익실현거액 물량 빠져나가자 기관의 개인 차명계좌 의혹 제기일부 주주 간 의견 마찰...“특정종목 위한 운동 아니다”
알서 지난 1일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은 공매도와의 전면전을 선포하고 기존 온라인 커뮤니티에 ‘K-streetbets(케이스트리트베츠)’ 게시판을 개설했다. 공매도 헤지펀드에 대항해 승리를 거둔 미국 게임스탑 주주들의 방식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게임스탑 주주들은 공매도에 나선 헤지펀드에 반발해 온라인 커뮤니티인 ‘레딧’의 월스트리츠베츠 토론방을 중심으로 힘을 결집했다. 개인투자자들의 강한 매수세로 큰 손실을 입은 몇몇 헤지펀드들은 결국 공매도 포지션을 내려놓은 바 있다.
이날 개인투자자들은 셀트리온과 에이치엘비를 한국판 게임스탑으로 만들겠다고 뜻을 모았다. 셀트리온과 에이치엘비는 각각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 공매도 잔고가 가장 많은 종목이다. 한투연에 따르면 셀트리온은 652만주, 에이치엘비는 348만주를 환매수해야 공매도를 완전히 청산할 수 있다.
실제로 이날 셀트리온은 전 거래일 대비 14.51% 급등한 37만1000원에 마감했다. 에이치엘비 역시 외국인 매수세가 집중되면서 전 거래일 대비 7.22% 오른 9만6500원에 마감했다.
문제는 공매도와의 전쟁을 선언한 개인투자자들이 오히려 셀트리온 주식을 쏟아냈다는 점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3524억원, 1172억원 어치의 셀트리온 주식을 사들였다. 반면 개인은 4374억원을 순매도하며 주가에 부담을 줬다.
외국인과 기관이 셀트리온 주식을 대거 매수한 건 공매도로 빌린 주식을 되갚기 위한 의도로 추정된다. 미국의 거대 헤지펀드들이 백기투항한 것을 본 공매도 세력들이 급하게 공매도 주식을 되사들인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하지만 매수 화력을 집중해 공매도 세력에 맞서겠다던 개인투자자들은 수천억원의 셀트리온 주식을 처분했다. 일부 개인투자자들은 기관의 자전거래용 개인 차명계좌 영향 때문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평범한 개인투자자들이 거액의 물량을 한 번에 내던지는 건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정의정 한투연 대표는 “일부 단타족 개미들이 셀트리온 주가가 급등하자 차익을 실현하기 위해 매도한 것으로 보인다”며 “신규 매수세력은 분명히 많았는데, 기관의 차명계좌의 영향도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관의 개인차명계좌는 단속이 없어 실체가 드러나지 않았으나 금융당국도 분명히 알고 있을 것”이라며 “궁극적인 목표인 공매도 폐지를 위해 개인투자자들의 힘을 더욱 결집하겠다”고 덧붙였다.
또 케이스트리트베츠는 일부 개인투자자들이 ‘두인스탑 운동’을 언급하면서 혼란을 겪는 분위기다. 공매도 비중이 높은 두산인프라코어에 대해서도 매수세를 집중하자는 주장에 대해 일부 투자자들이 불편함을 내비치고 있어서다.
한 개인투자자는 게시글을 통해 “공매도 비중으로 보면 셀트리온보다 두산인프라코어가 더 높다”며 “반공매도 운동이 셀트리온에만 집중된다면 이 게시판은 셀트리온의 주주게시판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집단행동의 효율을 위해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댓글이 달리는 등 반대의견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상징성을 지닌 셀트리온과 에이치엘비에 힘을 모은 뒤 다른 종목들까지 확대하자는 주장이다.
한편 케이스트리트베츠를 운영하는 정 대표는 “반공매도 운동은 특정 종목을 집중 매수하자는 게 아니다”라는 뜻을 분명히 했다. 반공매도 운동의 궁극적인 목표는 특정 종목의 주가 상승이 아닌 자본시장 제도 개선과 공매도 폐지에 있다는 것이다.
게시글을 올린 한 개인투자자는 “한국판 게임스탑 운동은 상징성이 충분하지만 우리나라 공매도 시스템에선 한계가 있다”며 “무차입 공매도 적발시스템 구축, 대차시스템 전산화, 시장조성자 특권 축소, 대차 의무 상환기일 설정 등 공매도 제도 자체를 바꾸는데 사력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한투연에 가입된 개인투자자들은 셀트리온과 에이치엘비의 주식을 매일 1주 이상 매수하기로 의견을 모은 상태다. 이와 더불어 ‘공매도 금지 1년 추가 연장 후 재개 여부 결정’을 금융당국에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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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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