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200 등 부분 재개...공매도 비중 높은 종목 대거 포함개미들 “선거 의식한 반쪽짜리”...위원장 탄핵청원까지 등장개인투자자 참여 확대 우려...“공매도는 헷지수단으로 접근”
금융위원회는 지난 3일 임시회의를 열고 공매도 금지 조치 추가 연장을 의결했다. 은성수 위원장을 비롯한 금융위 위원들은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공매도를 부분적으로 재개해야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코스피200 및 코스닥150 지수 구성종목부터 공매도를 재개할 계획이다. 다만 한국거래소의 전산개발 및 시범운영에 2개월 이상 시간이 필요한 점을 감안해 당초 3월이 아닌 5월에 재개하기로 했다.
은 위원장은 “향후 공매도 제도개선 효과와 시장의 수용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추가적인 재개방법과 시기 등을 검토할 계획”이라며 “글로벌 10위에 해당하는 국내 주식시장의 위상을 고려할 때 공매도를 폐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간 ‘공매도 폐지’를 줄기차게 요구해왔던 개인투자자들은 금융당국의 이 같은 결정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4월로 예정된 서울·부산 재보궐선거를 의식해 공매도 재개 일정을 정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금융위원장 탄핵’ 청원까지 올라와 5000명 가까운 동의를 얻었다.
청원인은 “은 위원장은 제대로 된 시스템 및 제도를 만들지도 않고 5월 2일까지 공매도를 연장한다고 공표했다”며 “이는 4월 선거용으로 만든 대책으로, 개인투자자들은 더이상 금융위원회를 믿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 청원에는 ▲공매도 개인 확대적용 금지 ▲공매도 거래세와 수익에 세금 부과 ▲시장조성자 혜택 폐지 ▲의무상환기간 설정 및 증거금 기준 상향 ▲대차 전산시스템 개발 및 재대차 금지 등의 제도개선 방안도 담겼다.
◇“제도 개선없이 재개 날짜만 연기”...개인투자자 집단 반발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날 뉴스웨이와의 통화에서 “금융당국이 공매도 제도에 대한 문제를 인지하고도 별다른 제도개선 없이 재개 날짜만 미루는 게 문제”라며 “우리 자본시장에선 룰 자체가 공정하지 않아 공매도의 순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동안 일정에 맞춰 공매도를 재개하겠다고 큰소리치던 금융당국은 우스운 꼴이 됐다”며 “재개 시점만 부각되고 제도의 구체적인 방향성은 희미하기 때문에 정부에 대한 신뢰가 크게 훼손됐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또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대표는 “대형 종목 공매도로 지수가 하락하면 지수연동 상품에 연계돼 여타 종목도 하락 태풍권에서 벗어날 수 없다”며 “공매도 세력이 개인투자자 재산을 쉽게 가져가는 구도를 혁파하지 못하는 절름발이 대책”이라고 일갈했다.
한투연 케이스트리트베츠 운영자는 “미국에서 게임스탑 운동이 성공할 수 있었던 건 권총을 든 개인투자자들이 공매도 세력의 기관총에 한순간이라도 이겨냈기 때문”이라며 “권총도 아닌 돌멩이를 쥔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살아남기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매도 잔고 비중 높은 종목부터 허용...사실상 전면 재개
반면 은 위원장이 공매도를 전면 재개하기 위한 묘수를 찾은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어차피 공매도를 재개해야 하는 상황에서 현실적인 타협점을 내놨다는 평가다.
공매도 우선 해제 종목그룹인 코스피200과 코스닥150은 시가총액이 크고 유동성이 풍부한 편이다. 코스피200은 코스피 전체종목 수의 22%이지만 전체 시총의 88%를 떠받치고, 코스닥 전체 종목 수의 10%에 불과한 코스닥150도 전체 시총의 절반을 차지한다. 공매도가 재개되는 종목들이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는 뜻이다.
특히 코스피200이 코스피 공매도 잔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5%에 육박하고, 코스닥150의 코스닥 공매도 잔액 내 비중도 70%가 넘는다. 종목별로 봐도 롯데관광개발, 두산인프라코어, 셀트리온, 호텔신라 등 공매도 잔고 비중이 높은 종목들이 모두 코스피200에 포함돼 있다.
코스닥150에도 공매도 잔고 비중이 높은 종목들이 대거 포함돼 있다. 공매도 잔고 비중 ‘톱10’에 들어가는 케이엠더블유, 에이치엘비, 국일제지, 톱텍, 헬릭스미스, 상상인, 네이처셀 등이 공매도 금지 대상에서 제외된다.
◇“공매도는 수익 아닌 위험분산 수단...개인 투자 손실 유의해야”
한편, 개인투자자들에게 3000만원 한도 내에서 공매도를 허용한 것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아마추어인 개인투자자가 공매도 프로 선수인 기관·외국인과 싸워서 이길 수 없다는 지적이다, 개인투자자들은 이 같은 조치가 기울어진 운동장을 더욱 가파르게 만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가격이 내려갈 때 수익이 나는 구조는 이미 인버스 상품 등 시장에 나와 있다”며 “공매도는 수익이 목표가 아니라 위험을 분산시키기 위한 수단인데, 시장에서는 공매도의 기본 취지를 잘못 이해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개인의 공매도 확대는 다른 수급 주체와의 격차를 해소한다는 점에서 환영할 일”이라면서도 “다만 하방투자에 대한 경험이 없는 상황에서 섣불리 참여하면 큰 투자 손실로 연결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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