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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국 철학 담긴 ‘이정재 라면’ 부진에 윤석춘 중도하차

김홍국 철학 담긴 ‘이정재 라면’ 부진에 윤석춘 중도하차

등록 2022.01.04 16:01

김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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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하림·하림산업 대표이사직 모두 내려놔신제품 ‘장인라면’ 프리미엄 포지셔닝 실패 평가

윤석춘 전 하림 대표가 지난 10월 서울 강남구 하림타워에서 가정간편식(HMR) 브랜드 ‘The미식’ 출시 기자간담회를 열고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김민지 기자윤석춘 전 하림 대표가 지난 10월 서울 강남구 하림타워에서 가정간편식(HMR) 브랜드 ‘The미식’ 출시 기자간담회를 열고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김민지 기자

㈜하림의 육가공 부문을 총괄하던 윤석춘 대표가 돌연 사임했다. 윤 전 대표는 동시에 하림 가정간편식(HMR) 사업의 ‘전진기지’라고 할 수 있는 하림산업 대표이사직에서도 물러났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내놓은 ‘The 미식’ 장인라면이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을 이유로 꼽고 있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하림은 윤석춘 대표이사가 사임했다고 지난 31일 공시했다. 하림은 김홍국·박길연·윤석춘 3인 각자대표 체제에서 김홍국·박길연 2인 체제로 바뀌게 됐다. 윤석춘 대표는 하림산업 대표이사직에서도 사임했다.

지난해 연임해 성공한 윤 전 대표의 임기는 2024년 3월까지였다. 업계는 윤 전 대표의 사임을 두고 지난해 10월 야심 차게 선보인 간편식 제품 ‘The 미식’ 장인라면에 대한 부정적인 시장반응이 영향을 미친 게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윤 전 대표는 CJ씨푸드 대표, CJ제일제당 영업 총괄, SPC삼립 대표 등을 거쳐 업계에서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물이다. 지난 2018년 하림으로 영입됐는데, 이강수 전 하림그룹 부회장과 CJ제일제당 시절 인연을 바탕으로 영입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하림은 육가공부문의 성장을 한참 도모하던 시기였다. ㈜하림은 닭고기 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으나, 20% 내외의 점유율로 압도적인 1위 사업자는 아니었다. 실제 ㈜하림의 매출 구성만 봐도 사육, 사료, 도계 등 생계도계 및 단순가공 매출이 확연히 높았다. 2018년 말 기준 하림의 육계부문 매출 비중은 75.2%에 달했으나, 육가공부문 매출 비중은 17%에 불과했다.

㈜하림은 닭고기에 편중된 포트폴리오 때문에 생닭 가격에 실적이 좌지우지되는 경우가 많았다. 육계 공급 과잉으로 닭고깃값이 폭락하는 등 외부 환경이 수익성에 영향을 크게 미치는 탓이다. 반면 육가공은 이를 2차 가공하는 것으로 보관이 용이하고 수익성도 낫다. 최근 HMR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수요도 커졌다.

이런 상황에서 하림그룹은 윤 전 대표가 육가공부문 성장을 이끌 적임자라고 판단했다. 게다가 지난해 윤 전 대표는 하림식품과 합병한 하림산업의 대표로도 선임됐다. 하림산업은 하림의 HMR 진출을 위한 전진기지로 양재 화물터미널 부지 개발, 전북 익산 식품 공장 건설까지 맡은 곳이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이 윤 전 대표에게 ㈜하림의 육가공부문을 총괄하게 하고 하림산업 각자대표까지 맡긴 만큼 HMR 사업에 거는 기대가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표는 하림이 보유한 신선육 부문 소싱 능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HMR을 개발하는 미션을 부여받았다. 김 회장이 5년간의 연구개발 끝에 장인라면도 그중 하나로 윤 전 대표가 김 회장을 도와 사업 전반을 이끌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지난해 장인라면 출시 기자간담회에서도 윤 전 대표가 직접 제품 소개를 맡을 정도로 열의를 보였다. 윤 전 대표는 2022년 라면 매출 7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밝혔고 HMR 제품군에서 1조5000억원의 매출을 올리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제품별로 구체화하긴 어렵지만, 투자금액에서 3배가량을 곱해 전체 매출 목표를 잡았다. 장기적으로는 하림만의 노하우를 앞세워 경쟁사와 차별화 한 제품으로 HMR 시장 상위권을 차지하겠다는 야심찬 비전도 내놨다.

그러나 장인라면에 대한 시장 반응은 생각보다 미지근한 상황이다. 좋은 재료를 사용한 프리미엄 라면을 내세웠으나, 1봉지당 2200원이라는 가격은 ‘라면’이라는 제품 특성상 ‘너무 비싸다’라는 가격 저항을 피하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높은 가격 대비 기존 제품들과의 차별화 포인트도 소비자들에게 잘 어필되지 못했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장인라면이 신제품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그렇게 판매가 저조하지는 않지만, 톱스타 이정재를 앞세운 광고, 마케팅 비용과 야심 차게 내세운 목표치에 대비해서는 시장 반응이 다소 아쉬웠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윤 전 대표가 회사를 떠나며 전체 HMR 제품 확대에도 당분간 난항을 겪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윤 전 대표가 사실상 그간 하림의 HMR 사업을 이끄는 큰 축이었기 때문이다. 박길연 ㈜하림 대표는 신선육 쪽에서는 잔뼈가 굵은 전문가지만, 식품 가공회사에서 수십년을 몸담은 윤 전 대표보다 식품 가공 분야가 약할 수밖에 없다. 또 하림산업의 김기만 대표는 식품업과는 무관한 경력의 인물이다.

하림 측은 윤 대표 사임과 장인라면 판매부진은 전혀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하림 관계자는 “윤 대표 개인 사정으로 사임한 것”이라며 “박길연 대표가 육가공부문까지 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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