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로 '일방향 정보' 문제 해결 가능해소비자 주권 찾아주고 계약 유지율 '99%'보닥 시스템 대형 증권사에도 공급 '쾌거''쌍방향 소통' 가능한 젊은 보험사도 구상
자신이 가입한 보험이 정확히 뭔지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래서인지 최근 '내 보험 진단해드려요'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소비자의 이목을 끄는 보험사가 늘어났다.
그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아이지넷이 개발한 AI(인공지능) 보험진단 서비스 '보닥'이 있다. 그리고 그 뒤에는 보험시장의 고질병인 정보 비대칭 문제를 데이터 활용을 통해 해결하고자 한 젊은 CEO 김지태 아이지넷 대표이사가 있다.
◇"천재는 바보처럼 생각한다"···근본 해결은 단순함에서 = 보험업계에 발을 들인 김 대표이사가 자주 듣는 말 중 하나는 '대표님이 젊으시네요'다. 1989년 생인 김 대표이사는 올해로 34살, 젊은 나이지만 20대 중반이던 2014년 아이지넷 창립부터 따지면 벌써 9년차 CEO다.
그는 미국 조지워싱턴 대학교 금융학을 전공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곧바로 보험 분야와 테크를 접목한 인슈어테크 분야에 발을 들였다.
유년시절을 철저한 성과주의 시장인 미국에서 보낸 김 대표이사는 청년의 무모함과 행동력이 지금의 보닥을 탄생시킨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당시만해도 인슈어테크라는 시장이 없을 때였다. 그는 안되는 이유를 생각하기보단 핵심을 찌르는 단순한 아이디어의 힘을 믿었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이사는 "정말 똑똑한 사람들은 바보처럼 사고한다는 말을 정말 좋아한다"며 "지구가 뜨거워지면 화성으로 가야한다는 상상은 꼬마 아이도 할 수 있는 것이지만 이를 실천에 옮기는 무모함이 필요할 때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닥을 만든 것도 이런 생각이었다"며 "소비자 주권이 있는 보험시장을 만들려면 정확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아이디어가 통할 수 있다는 마인드가 출발선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김 대표이사의 아이디어로 탄생한 보닥은 보험 소비자가 가입해 둔 상품이 정말 필요한 것인지 진단해주는 어플리케이션이다. 보닥이 보유한 200만건 이상의 상품 데이터로 '보험 점수'를 계산해 시각적으로 보여주고, 꼭 필요한 상품을 추천하기도 한다.
그의 시도는 성공적이었다. 결과적으로 보닥은 13회차 보험 계약 유지율 99%라는 성과를 바탕으로 올해 5월 102억 규모의 추가 투자를 유치했다. 최근에는 NH투자증권에 자체 AI보험분석 솔루션을 공급하는 쾌거도 이뤘다. 이 외 은행, 보험사, 마이데이터 기업 등과 활발한 B2B 사업을 펼치고 있다.
스타트업의 가장 근본적인 고민인 '투자를 넘어선 수입 창출'에 대한 숙제도 풀었다. 김 대표이사는 "구체적인 성과를 말하자면 2021년 시리즈B 투자 이후 월 매출 성장률이 3배에 달한다"며 "지금도 우상향 하는 추세이며 이제는 마케팅 비용을 들이지 않아도 캐쉬 플로워에는 문제가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인슈어테크의 핵심은?···'데이터·데이터·데이터!' = 인슈어테크 기업을 운영하면서 느낀 가장 중요한 것을 묻는 질문에 김 대표이사는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데이터'를 꼽았다.
김 대표이사는 "가장 중요한 것은 1번부터 10번까지 데이터다"라며 "인슈어테크사는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게 10할"이라고 강조했다. 접근할 수 있는 데이터의 범위가 얼마나 넓은지가 사업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의미다.
구체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데이터의 종류로 ▲과거 상품 데이터 ▲변화하는 상품 데이터 ▲마이데이터를 꼽았다. 그는 "광범위한 데이터 접근성을 가진 회사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며 "특히 매월 변화하는 상품 데이터를 어떻게 모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늘 해야하는 숙제"라고 말했다.
이같은 고민 덕분에 보닥은 200만건 이상의 상품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 그는 "처음 보닥의 시스템을 구상할 당시 김창균 아이지넷 의장이 이뤄놓은 시스템 디자인이 없었으면 어려웠을 것"이라며 "이는 보닥이 성장할 수 있는 토대인 데이터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대표이사는 데이터를 통해 보닥이 제공할 서비스는 아직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더 보여줄 게 많다는 의미다.
그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마이데이터 자료를 활용해 초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며 "지금 보닥은 인구 통계 자료를 바탕으로 진단이 이뤄지지만, 곧 개편될 어플리케이션은 연령 뿐 아니라 소득, 개인 질병 등 더 세부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정확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소비자 주권' 있어야 MZ세대도 잡는다 = 이처럼 김 대표이사가 데이터를 강조하는 이유는 기업의 존패에만 있는 게 아니다. 데이터를 통해 제공한 정보로 소비자가 상품을 고를 수 있어야만 시장도 함께 성장 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김 대표이사의 비전에는 보험사가 미래 고객으로 여기는 MZ세대들의 특성이 고려됐다. '요즘 세대'는 자신에게 필요하지 않는 재화를 찾지 않는다. 바야흐로 가성비·가심(心)비의 시대라는 것이다.
김 대표이사는 "몇 년전 모 보험사와 손잡고 MZ세대를 상대로 무료 보험 이벤트를 진행했는데 결과는 실패였다"며 "무료로 준다고 상품에 가입하는 세대가 아니라는 게 증명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무리 디지털 기술을 도입해 가입 과정을 단순화 하고 상품을 좋게 만들어도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면 가입하지 않는 게 우리가 앞으로 상대해야 할 고객"이라며 "이런 방식으로는 공급자가 좋은 상품을 만드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고 반문했다.
보닥으로 시작한 김 대표이사의 나침반은 쌍방향 소통이 가능한 보험사를 향하고 있다. 정확한 정보로 고객의 주도권이 높은 상품 선택 과정은 보험 계약 유지율로 상승으로 이어지고, 이는 곧 보험사의 수수료 수입으로 연결되는 선순환 구조가 그의 구상이다.
김 대표이사는 "보닥을 개발하면서 생각하고 겪었던 여러 경험을 바탕으로 원수보험사를 출범하는 게 최종 목표다"라며 "특히 손해보험사는 고객과 보험사의 니즈가 양극단에 있는 게 현실인데, 데이터를 통해 간극을 줄일 수 있도록 하는 게 과제가 아닐까 한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뉴스웨이 이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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