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경쟁력 위해 조속한 매각 필요""분리매각 원하는 곳 있다면 검토할 수도""HMM '정상기업' 전환···민영화 서둘러야""대한항공·아시아나 통합, 美 판단이 관건"
강석훈 회장은 14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대우조선의 컨설팅은 어느 정도 윤곽이 나왔고, 회사의 경쟁력 강화와 빠른 매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이어 "산업은행이 대주주로 있는 현 시스템은 효용성이 낮다"면서 "새로운 합병 주체가 나올 수 있도록 하는 게 대우조선을 구하는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강 회장은 "대우조선이 지금의 상황에서 벗어나려면 빠른 매각이 필요한데 분할 매각을 원하는 사람이 있다면 여러 조건을 봐서 검토할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번 발언은 산업은행 차원에서 대우조선의 분리매각을 추진할 수 있음을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강 회장은 7월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분리매각 등 다양한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앞서 산업은행은 외부기관에 대우조선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경영컨설팅을 의뢰했으며 이달 중 결과를 받아들 예정인데, 그간 업계에선 이 보고서에 분리매각 내용이 담길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다. 현대중공업으로의 합병이 무산돼 원매자를 찾기 어려운 현 상황에선 방산(특수선)과 상선 부문을 쪼개 별도로 매각하는 게 최선이라는 진단에서다. 이미 방산 부문을 한화그룹이나 현대중공업에, 상선을 포스코에 매각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까지도 흘러나온다.
산업은행은 지난 2016년에도 비슷한 계획을 세운 바 있다. 당시 대우조선을 상선과 특수선으로 나눈 뒤 특수선 부문은 국내 기업에, 상선 부문은 해외 기업에 넘기는 방안 등이 거론됐다.
다만 문제는 대우조선을 분할하는 게 결코 쉽지 않다는 점이다. 특수선과 상선 제작의 기초공정이 겹칠 뿐 아니라, 이를 무리하게 떼어내면 효율성도 떨어질 수밖에 없어서다. 덧붙여 이 과정에서 자칫 대우조선의 일부가 해외로 넘어간다면 기술이 유출된다는 점도 우려스러운 부분으로 꼽힌다. 6년 전 무산된 것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
대우조선 노조는 반대하고 있다. 근본적으로 대우조선은 쪼갤 수 없는 구조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노조는 분할 매각은 곧 해외 매각을 의미하는데, 중국이나 싱가포르 자본이 이를 사들일 경우 LNG선 기술이 유출돼 조선업 기반을 흔들 수 있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강 회장으로서는 이를 시행하기에 앞서 대우조선 측을 설득하는 게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 그는 "대우조선의 방산 부문을 떼어내고 해외로 매각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일축했다.
이와 함께 강 회장은 HMM(옛 현대상선)의 조속한 매각이 필요하다는 철학도 내비쳤다. "HMM이 정상 기업으로 거듭났기 때문에 서둘러 매각하는 게 산업은행의 원칙에선 맞다"는 게 그의 견해다.
산업은행은 연초 해양진흥공사(해진공)와의 HMM 공동관리 체제를 끝낸 상태다. 그에 앞서 작년 6월엔 만기가 돌아온 3000억원 규모의 HMM 전환사채를 보통주 600만주(주당 5000원)로 바꿔 기존 11.94%였던 지분율을 24.96%로 두 배 이상 끌어올리기도 했다.
아울러 강 회장은 KDB생명의 매각을 조만간 재추진할 것임을 예고했다. 무엇보다 금리가 오른 만큼 과거보다 매각 여건이 개선된 것으로 은행 측은 판단하고 있다.
이밖에 강 회장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이 성사되도록 힘쓰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와 관련해선 공정거래위원회가 '조건부 승인' 방침을 내놓은 이래 미국·영국·EU 등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심사를 기다리는 중이다. 최근 들어 심사가 재개되는 분위기인데, 호주 당국은 지난 1일 두 항공사의 합병을 승인했다.
그는 "여러 일정을 감안했을 때 올해 안에 미국 측 판단이 나올 것"이라며 "현재 이해하기로는 미국의 판단이 제일 중요하고, 유럽은 미국 판결에 준하는 결론을 내놓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시아나와 대한항공 거래가 성사될 수 있도록 외교부, 산업부 등 정부 부처와 협조하겠다"고 약속했다.
뉴스웨이 정단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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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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