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2월 매각 결정 이후 총 225억원 자금 투입칸서스 컨소시엄과 두 차례 합의 불발로 매각 무산 산은과 체결 '자금보충약정', 차입금 대신 갚아줘야 새 주인 맞기 전까지 자금수혈 지속될 수밖에 '부담'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왕산레저개발 이사회는 지난 17일 이사회를 열고 38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보통주 76만주를 새로 발행하는 이번 증자에는 완전모회사인 대한항공이 참여한다. 올해 들어서만 두 번째 유상증자다. 왕산레저개발은 지난 2월에도 운영자금 확보를 위해 대한항공으로부터 92억원을 출자받은 바 있다. 이번 유상증자가 완료되면, 대한항공이 지원한 자금 규모는 130억원이 된다.
집고 넘어가야 할 대목은 내년 2월이면 대한항공이 왕산레저개발 매각 작업에 돌입한지 3년이 된다는 점이다. 대한항공은 2020년 2월 비수익 유휴자산과 비주력 사업을 매각해 재무구조를 정상화시키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가장 우선적으로 정리 대상에 오른 곳이 바로 왕산레저개발이다.
2011년 자본금 60억원으로 세워진 왕산레저개발은 인천국제공항 인근에 요트 계류장 '왕산 마리나'를 운영한다. 왕산레저개발은 설립 이후 단 한 차례도 흑자를 기록하지 못하며 '미운오리새끼' 취급을 받았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까지 번지며 최악의 상황으로 내몰렸다. 2012년 마이너스(-) 1082만원의 적자를 낸 왕산레저개발은 ▲2014년 -5억원 ▲2016년 -12억7800만원 ▲2018년 -22억9400만원 ▲2020년 -25억8711만원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도 16억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냈다.
대한항공은 '연내 매각'을 실현하기 위해 곧바로 매각 주간사를 선정했고, 2020년 11월 칸서스자산운용-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으로 왕산레저개발을 1300억원에 처분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하지만 본협상 과정에서 양측은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결국 지난해 4월 칸서스 컨소는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상실했다. 대한항공은 2차매각 절차를 개시했고, 6월 칸서스 컨소가 또다시 우협으로 뽑혔다. 하지만 주요 계약조건 등을 놓고 입장차만 확인하면서 10월 또다시 칸서스 컨소의 우협 지위가 종료됐다.
이 기간 동안 대한항공은 왕산레저개발로 2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수혈했다. 세부적으로는 ▲2020년 12월 12억원 ▲2021년 4월 43억원 ▲2021년 10월 40억원 ▲2022년 2월 92억원이다. 이번 유상증자까지 포함하면 총 225억원이다. 왕산레저개발 출범 이후 지금까지 투입한 현금을 모두 더하면 1700억원에 육박한다.
대한항공이 왕산레저개발로 자금을 지원하는 배경에는 산업은행과의 3자간 '자금보충약정'이 있다. 자금보충약정은 계열사 등이 빚을 갚을 능력이 없을 경우 지주사나 모회사가 채무를 떠안는 것이 골자다. 왕산레저개발이 산은에서 차입한 금액은 총 799억원이며, 지난달 기준 차입 원리금은 약 444억원이다. 왕산레저개발 매각을 완료해야만 자금보충 의무가 새 주인으로 이관된다. 다시 말해 매각이 이뤄지지 않으면 대한항공이 원리금 상환 부담을 계속해서 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왕산레저개발로 들어간 현금은 다시 회수할 수도 없기 때문에 '밑빠진 독 물 붓기'인 셈이다.
코로나19 엔데믹 전환에 따라 항공시장이 '리오프닝'에 따른 수요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은 호재다. 특히 대한항공은 항공화물 사업으로 코로나19 상황에서도 흑자를 달성해 왔다. 하지만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할 때 여객사업량은 50% 수준에 불과하고, 일부 객실승무원들은 여전히 휴업을 지속하고 있다. 또 전염병 신규 확진자가 다시 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은 대한항공의 경영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이와 관련, 대한항공 관계자는 "왕산레저개발 매각을 계속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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