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는 펀드 상품임에도 환매 절차 없이 주식처럼 시장에서 직접 매매가 가능해 그 매력을 더하고 있다. 특히 최근 연말이 다가오면서 기업 배당에 관심이 높고 배당에 대한 이자소득세가 유예되는 토털 리턴(total return: TR) ETF의 수요가 늘고 있다.
일반 ETF는 세율 15.4%의 배당소득세를 내지만 TR ETF는 배당이 재투자되는 상품이기에 ETF 매도 전까지 배당소득세를 내지 않는다. 세금 이연으로 절세효과가 있는 ETF가 투자자들로부터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다.
국내 증시에 상장된 TR ETF의 순자산총액은 6조6000억원으로 전체 ETF 시장의 8.5%를 차지한다. 지난 2020년 10월과 비교할 때 최근 TR ETF의 순자산총액은 40% 이상 성장하는 등 ETF 시장 내 위상도 크게 높아졌다.
장기투자에 적합하다고 인식되는 TR ETF는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 포트폴리오 구성에 있어 서도 주목을 받고 있다.
다만 최근 TR ETF의 상장폐지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어 매우 우려스럽다. TR ETF 상장폐지 우려는 금융투자소득세 시행 문제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내년부터 시행하려던 금융투자소득세에 대해 유예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향후 금융투자소득세가 언젠가 신설된다면 현재 수요가 많은 TR ETF가 상장폐지 될 것으로 보인다.
TR ETF의 상폐 사유는 소득세법 시행령의 예외사항 삭제 때문이다. 현재 소득세법 시행령 제26조의 2에는 집합투자기구의 설정일부터 매년 1회 이상 결산·분배 규정의 예외사항이 있는데 세법 개정안대로라면 이 규정이 삭제된다. 이렇게 되면 TR ETF에도 배당 과세가 적용돼 해당 상품의 가치가 사라지게 된다.
배당소득을 자동 재투자하는 TR ETF가 조세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이 세법 개정의 취지로 해석되지만 TR ETF의 상장폐지는 국내 증시에 유입된 매수자금의 일정 이탈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세법 개정으로 인한 TR ETF의 퇴출은 금융당국이 지향하는 다양한 ETF 상품 출시라는 측면에도 저촉될뿐더러 현재 인기 있는 ETF의 퇴출은 증시 부양 국면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작지 않다.
미국은 자본시장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ETF 시장 활성화에 주력하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ETF의 승인절차 간소화를 진행하고 있고 지난 2019년 9월에는 자산구성 내역을 비공개하는 액티브 ETF(벤치마크 시장수익률 대비 초과수익을 추구하는 ETF)의 상장까지도 승인한 바 있다.
ETF 시장 활성화를 위한 SEC의 노력으로 최근 미국 증시에 유입된 글로벌 액티브 ETF 운용자산 규모는 2019년에서 2020년 사이 68%나 증가했다. 글로벌 ETF 시장 총자산은 지난해 기준으로 10조 달러에 육박하고 있으며 연간 글로벌 증시로의 자금 유입 규모도 1조달러를 넘어서고 있다.
국내 주식시장 시가총액 대비 ETF 시장의 순자산 비율은 2.6% 수준으로 미국(13.3%), 독일(15%), 일본(9.7%) 대비 낮은 수준이지만 향후 국내 ETF 시장 활성화 여부에 따라 해당 비중은 늘어날 개연성이 있다.
결국 국내 주식시장에서의 투자행태를 단기 차익 시현 중심에서 장기투자 중심으로 전환해 증시 안정성을 높이려면 결국 ETF 시장 활성화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또 앞으로 출시되는 ETF도 주식보다 비교적 낮은 위험과 양호한 수익률을 보장해줄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국내 자산운용사별로 수익률에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않는 현 패시브 ETF의 한계를 액티브 ETF 시장 활성화로 보완해야 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ETF 시장 내 액티브 ETF의 자산 규모는 꾸준히 커지고 있다. 뮤추얼펀드 대비 낮은 운용보수를 근거로 투자자금이 액티브 ETF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에서도 규모가 늘어난 퇴직연금이 주요 투자대상으로 ETF를 주목하고 있다. 국내 4대 증권사의 확정기여형(DC) 및 개인형 퇴직연금(IRP) 계좌의 ETF 투자액은 2019~2021년 동안 12배 이상 증가했다.
글로벌 신규 투자자금을 유입시키고 퇴직연금 등 국내 기관투자자의 매수를 유인하는 증시 부양 차원에서 TR ETF에 대한 세제 혜택, 자산구성 내역 공개 관련 액티브 ETF 규제 완화 등 금융당국의 지원이 시급하다.
뉴스웨이 정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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