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보험·캐피탈·시스템 등 대표 재배치하고 중소기업·벤처 자금 공급에도 신경 기울여야
30일 금융위원회는 김성태 기업은행 전무를 차기 행장 후보로 임명·제청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김성태 행장 내정자는 대통령 측 임명 절차를 거쳐 취임식을 갖고 공식적인 경영행보에 돌입한다.
1962년생인 김성태 내정자는 대전상업고등학교와 충남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핀란드 헬싱키경제대 석사(MBA) 학위를 받은 인물이다. 그는 1989년 기업은행 입행 후 전략기획부 미래혁신팀장, 비서실장, 미래기획실장, 마케팅전략부장, 소비자보호그룹장 등을 지냈고 경영전략그룹장과 IBK캐피탈 대표를 거쳐 은행 전무로 근무해왔다.
금융위 측은 김 내정자에 대해 "기업은행에서 33년간 재직하면서 중소기업을 위한 적극적인 정책금융 지원뿐 아니라, 소비자 중심 업무관행 정착 등에 기여했다"면서 "안정적 리더십, 풍부한 경험, 전문성을 바탕으로 중소기업 위기극복 지원과 미래 성장잠재력 확충, 디지털 환경 제공 등 목표를 충실히 이행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은행 내 반응도 긍정적이다. 무엇보다 관료 출신이 아닌 내부 인사가 CEO로 선정됐다는 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윤종원 행장 취임 당시 한 달 가까이 출근길을 막아섰던 노조도 특별한 움직임을 고려하진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 김 내정자에겐 서둘러 조직을 정비하는 게 가장 큰 숙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여러 변수에 은행 내 인력 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서다.
증권과 보험, 캐피탈, 시스템 등 자회사 CEO 인사가 그 중 하나다. 실제 최현숙 IBK캐피탈 대표와 서병기 IBK투자증권 대표, 김창호 신용정보 대표, 양춘근 IBK연금보험 대표 등은 지난 3월과 4월께 임기를 마쳤지만 아직까지 경영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사외이사 자리도 마찬가지다. 기업은행은 신충식·김세직 사외이사가 지난 3월 임기를 끝냈음에도 반년 넘게 후임자를 결정하지 못했다. 새로운 사외이사가 선임될 때까지 신충식 이사가 역할을 수행하도록 하고, 한화생명으로 옮긴 김세직 이사의 자리만 비워두고 있다.
이는 새 정부 출범, 현 행장의 임기, 금융위와의 이견 등으로 인해 기업은행이 굵직한 인사 논의를 중단한 탓이라는 전언이다. 국회 국정감사에서 소병철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이러한 문제를 집중 조명하며 인사 관행의 근본적인 개선을 촉구했다. 이에 윤 행장은 "국책은행이다보니 협조 차원에서 금융위와 인사 검증을 같이 해왔는데, 여러 인물을 놓고 협의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걸리는 것 같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따라서 김 내정자로서도 이 상황을 극복하는 데 신경을 쏟을 것으로 점쳐진다. 외부에선 새 행장이 정부나 금융당국과의 관계를 서둘러 개선해야 한다는 진단도 내놓는다.
이와 함께 김 내정자는 국내외 불확실성 속에 유망 중소기업을 발굴·육성하는 과제도 떠안고 있다.
먼저 금융당국은 산업은행·기업은행·신용보증기금 등 정책금융기관과 내년에 총 205조원의 정책자금을 공급함으로써 반도체·이차전지 등 유망산업을 키우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는데, 그 중 기업은행이 71조원을 책임지기로 했다. 특히 기업은행은 반도체와 디지털, 친환경 등 영역의 기업엔 한도를 우대하고 대출금리를 인하함으로써 성장의 발판을 마련한다.
아울러 기업은행은 미국 실리콘밸리 벤처기업 지원 방식을 벤치마킹한 새로운 대출 프로그램도 가동했다. 재무제표나 담보가치가 아닌 성장가능성을 바탕으로 스타트업을 지원한다는 취지다. 벤처캐피탈(VC)·액셀러레이터(AC)로부터 추천받은 우수 창업기업은 이를 통해 최근 1년 이내 투자유치금액의 50%(창업 3년 이내 기업은 100%)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새 행장 취임 이후 은행에서 내부적으로 인사 계획과 일정 등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다만 구체적인 내용을 확정하기까진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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