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총괄 자문사 선정 후 컨설팅 착수 예정 '11조원' 높은 몸값에 원매자 등장 여부 촉각전환사채 등 영구채 처리 방향도 명확히해야
2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는 조만간 입찰 등 HMM의 매각 절차를 총괄할 자문사를 선정하고 컨설팅을 거쳐 원매자를 찾아 나선다.
현재 정부가 보유한 HMM 지분은 ▲산업은행 20.7% ▲해양진흥공사 20% ▲신용보증기금 5% 등 총 45.7%에 이른다. 이들 기관은 컨설팅 결과를 바탕으로 매각 대상과 방식, 가격, 일정 등을 확정할 예정이다.
이처럼 정부가 HMM 매각을 추진하는 것은 회사가 수년의 체질 개선을 거쳐 정상 기업으로 거듭났으니 시장으로 돌려보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산업은행은 해운업계에 불황이 들이닥친 2016년 현대그룹으로부터 HMM을 넘겨받았고 사업 구조조정과 함께 3조원 이상의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등 재도약을 지원해왔다. 그 결과 HMM은 2020년 981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2010년 이후 10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최근까지 우수한 실적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매출 18조5868억원과 영업이익 9조9455억원을 달성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전년 대비 각 34.74%와 34.81% 늘어난 수치다.
여기에 글로벌 해운시장이 불투명해 더 이상 매각을 미뤘다간 제값을 받고 팔지 못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코로나19 대확산 이후 글로벌 물동량 증가와 항만 적체로 6000대까지 치솟았던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이달 17일 974.66까지 곤두박질쳤다. 통상 해운업계가 SCFI 1000선을 손익분기점으로 추정하는 점을 감안했을 때 HMM 역시 올해는 호실적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정부와 산업은행도 업황이 악화되기 전에 매각을 성사시키는 데 주력할 것으로 점쳐진다.
산업은행은 작년초 해양진흥공사와의 HMM 공동관리 체제를 종결지으며 민영화를 추진할 것임을 예고한 바 있다. 작년엔 주요 기업과 접촉하기도 했다. 당시 기업을 공개하진 않았지만 물류·철강 등 연관 사업을 영위하면서도 자금력을 갖춘 ▲LX판토스 ▲현대글로비스 ▲포스코 ▲CJ그룹 ▲SM상선 등이 후보로 지목되고 있다.
문제는 시가총액만 11조1500억원에 이르는 등 HMM의 몸값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정부 지분 45.7%를 모두 넘겨받는다고 가정했을 때 인수자로서는 최소 5조원을 들여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가 보유한 총 2조7000억원대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도 고민거리로 지목된다. 이들 채권을 그대로 두자니 HMM의 새 주인이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게 되고, 주식으로 바꾸면 정부 지분 74%까지 늘어나면서 매각에 차질을 빚을 수 있어서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도 "성공적인 HMM 지분매각을 위해선 192~197회 전환사채와 신주인수권부사채의 처리 방안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면서 "영구채 해결 없이 원매자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따라서 산업은행도 컨설팅 과정에서 해답을 찾는 데 신경을 쏟는다는 방침이다. 인수자를 배려해 일정 기간 영구채를 유지하기로 하거나 앞서 예고한 것처럼 전환한 주식 일부를 단계적으로 시장에 내놓는 시나리오가 대안으로 거론된다. 일단 HMM은 올해 10월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 1조원의 조기상환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외부 자문사의 컨설팅 결과를 바탕으로 최적의 매각 전략을 수립할 것"이라며 "영구채 전환 여부와 시기는 HMM의 주가, 전환가격 등을 두루 반영해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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